생리통약 12알 포장·파우치 약 안정액... 소비자니즈 반영해 '한 끗'으로 차별화

 OTC 크리에이터  삼진제약

경직된 시장과 규제, 더딘 성장처럼 일반의약품에는 부정적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물론 경직됐기에 더 치밀하게, 더 효과적으로 접근해야 성공할 수 있는 '솔직한 분야'라는 분석도 있다. 둘 다 맞는 말이다. 어떻게 하면 수렁에서 건져 올릴 수 있을까. 최근 시장에서 관심을 끌고 있는 제품의 특징을 모아 그들의 이야기를 꾸려본다.

① 소비자 마음과 시장을 읽는 밝은 눈... 'OTC 맛집' 된 동국제약
② '맞다 게보린'을 뛰어넘어 잠에서 깨어난 삼진제약 OTC 2.0

[끝까지HIT 10호] 최근 삼진제약의 일반의약품 라인업 확충은 놀라울 정도다. 불과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게보린' 등 특정 의약품을 제외하고 일반의약품과 거리가 멀었던 상황과 정반대다. 최근 3년(2021년 6월~2024년 6월) 삼진제약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은 일반의약품은 총 15건에 달한다. 허가는 그저 판매승인을 받은 것일 뿐 실제 출시여부와 거리가 있지만 비슷한 규모의 제약회사 가운데 이 정도 품목을 허가 받은 곳은 없다.

일반의약품 분야에서 강자로 꼽히는 동화약품(12건), 동국제약(13건), 일동제약(10건)과 비교했을 때도 건수 만큼은 밀리지 않는다. 실제 이 정도 허가품목 건수를 가진 곳은 동아제약(33건), 종근당(17건) 등 매출 상위권 제약사 몇 곳에 지나지 않는다. 일반의약품 분야에 진심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삼진제약의 경우 1990년대까지 일반의약품 분야의 강자로 이름을 올렸던 곳이다. 국산 진통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인 게보린은 동화약품 '까스활명수', 동아제약 '판피린'과 함께 일반의약품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을 정도다.

회사의 매출 구조가 바뀐 것은 2000년 시작된 의약분업 때부터다. 2000년 당시 전문의약품의 매출 비중은 60% 수준으로 절반을 넘었지만, 전문의약품에 초점을 두면서 게보린 위주의 수익구조를 해결해야 한다는 회사의 의사결정에 일반의약품이 위축되는 결과를 낳았다는 분석이다.

물론 매출은 크게 증가했다. 2000년 440억원에서 4년만인 2004년 890억원에 달했다. 의약분업 이후 종합병원 중심이었던 영업 구조를 다양화해 개원가(로컬)까지 모두 맡도록 바꿨고 고혈압과 당뇨 치료제, 항혈전제 등 만성질환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면서 덩치를 키웠다. 그 중 항혈전제 '플래리스'(성분명 클로피도그렐)는 지난해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 기준 원외처방액이 828억원에 달한다. 약가를 내리는 전략을 채택해 시장을 공략할 만큼 회사 매출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전문의약품이 시장에서 뿌리를 깊게 내리는 동안 상대적으로 30여개 남짓 일반의약품의 뿌리는 마르고 있었다.

 

있으면 좋은 '한 끗'

소비자 불편 개선 초점 둔 라인업

삼진제약의 방향 전환은 2019년 시작됐다. 기존 통합 영업본부 내 일반의약품을 포함한 컨슈머헬스 부문을 별도로 빼내 '컨슈머헬스사업본부'로 만들고 한국로슈와 한국존슨앤드존슨, 한독, 보령컨슈머 등에서 두각을 보인 일반의약품 전문가 성재랑 전무를 본부장으로 영입했다. 성 전무는 한독에서 여드름 치료제 '크레오신티', 보령에서 용각산 브랜드 확장 전략으로 '용각산쿨' 등 주요 제품의 매출 상승에 일익을 담당한 인물이었다.

삼진제약의 OTC에 관한 진심은 올해 나온 회사 신년사에서도 찾을 수 있다. 최용주 대표이사는 사업다각화를 언급하며 "일반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등 여타 부문의 시장 내 입지를 다져달라"고 당부했다. 이렇게 수년에 걸쳐 등장한 OTC 전략 중 하나는 자사 브랜드 게보린의 이미지를 어떻게 새롭게 만드느냐였다. 게보린의 첫 번째 브랜드 확장 제품은 '게보린소프트연질캡슐'이다. 기존 이부프로펜에 월경 부종 등을 완화하는 이뇨제 파마브롬 성분을 추가한 제품인데 게보린을 생리통에 복용하는 이들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만든 제품

이다. 언뜻 시장에서 나오는 파마브롬 함유 생리통 치료제와 다른 부분이 없는 듯 하지만 회사는 소비자가 소구하는 '한 끗'을 찾아냈다. 일반적으로 진통제는 편의점에 들어가는 가정상비의약품(8정) 등을 제외하면 10정이나 10캡슐 들이 제품을 내놓는다. 그러나 회사는 여성이 생리 기간 평균 4일 정도 진통제를 복용한다는 점을 주목했다. 이를 위해 4일분으로 복용할 수 있도록 12개 들이 캡슐제를 내놓았다.

또다른 라인업 제품 '게보린쿨다운'의 경우 진통제로 활용하는 아세트아미노펜 성분과 함께 면역 기능과 신진대사 강화, 근육통 개선 등을 위해 비타민 B1(벤포티아민), B2(리보플라빈), C(아스코르브산)를 넣었다. 실제 코로나19 유행 당시 약국에서는 증상 개선을 위해 진통제와 비타민을 함께 복용해 감염 후 제반 증상을 완화하도록 복약지도를 하기도 했다.

여기에 30정들이 플라스틱 병포장이라는 방식을 활용해 상비약 이미지를 강조했다. 아세트아미노펜 함량도 기존 대표 제품의 용량 500mg 및 650mg(서방정)이 아닌400mg로 만들어 '하루에 열 알까지' 라는 콘셉트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2021년에는근육이완은 물론 흡수를 촉진하는 마그네슘을 함유한 ‘게보린릴랙스’와 게보린 모양에 아세트아미노펜을 담은 '게보린브이' 등을 게보린 브랜드 확장 개념으로 출시했다.

최근에는 게보핏 파워플라스타를 통해 파스 시장에도 도전했다. 국내 시장에서 유한양행, 제일약품, 신신제약, 광동제약, GC녹십자 등 몇몇 회사만 내는 시장에서 파스를 새로이 출시한다는 소식은 업계 입장에서 흥미로운 일이기도 하다. 기존 무릎 등에 사용하는 파스와 함께 손발목을 위한 긴 직사각형 형태의 파스를 동시에 출시하며 소비자 입맛을 당겼다.

제품 빼고 모든 것을 '싹 새로 고친' 안정액도 삼진제약 주력 제품 중 하나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시장에서 신경쇠약과 두근거림을 풀어준다는 콘셉트로 약국에서 사랑받았지만 한방 제제가 점차 쇠퇴의 길을 걸으면서 하나의 일반약으로만 남았던 제품이다. 회사는 기존 제품이 가지고 있던 여러 적응증 중 하나인 '불안'에 집중했다.

특히 현대인을 '시험에 들게 하는' 상황을 개선한다는 점에 집중해 ‘불안을 끄고, 생각을 켜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통해 시험 및 면접 등에 복용했을 때 효과를 볼 수 있는 제품으로 육성한 것이다. 기존 판매되던 50ml 병 뿐만 아니라 휴대가 편한 파우치 형태 포장도 출시해 함께 판매하고 있다.

이렇게 나온 제제의 특징은 '소비자가 불편하게 생각했던 부분'의 개선이다. 약이 애매하게 남거나 모자라는 상황, 짧은 직사각형의 형태로 팔에 감으면 통증 부위 이상을 덮어버리는 상황, 한방제제를 복용하지만 병을 들고 다니는 상황 등 현실에서 일반의약품을 투여하며 겪는 다양한 불편함을 놓치지 않고 제품 개발 때 개선했다.

 

약 포장은 효과가 우선?

목표 설정 뚜렷한 디자인 혁신

삼진제약 홈페이지에 소개된 일반의약품은 총 49품목이다. 이중에는 처방용 제품도 있지만 일반약국형 제품이 거의 대다수다. 그런데 포장을 보면 몇 가지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첫 번째로 다른 제품에 비해 파스텔톤 등 다양한 색을 사용한 포장의 제품이 많다는 점이다.

가령 여성들의 복용비율이 높은 비타민C 및 코엔자임Q10 제품인 '웰타민에프' ,위경련과 이로인한 복통, 경련성 생리통 등에 사용하는 '포나민' 등의 제품은 다양한 파스텔톤이 섞인 종이포장을 사용한다. 게보린 시리즈의 경우 유사한 가로 비율의 직사각형 포장을 사용하는 동시에 진한 푸른색 계열 제품 포장을 통해 통일성을 갖췄다.

여기에 해당 약제의 모양 안에 엠보 처리된 통증 혹은 성분명을 표현하면서 약제의 흔들림을 담아내는 등 감각적인 약제 디자인을 표기했다. 열어보지 않아도 약의 모양이나 몸에서 녹으면서 발현되는 형태가 무엇인지를 표시한 셈이다.

캐릭터와 디자인성을 극도로 높이면서 투여에 따른 효과를 보여주는 포장을 채택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식도염과 가슴쓰림 치료제인 겔마현탁액의 경우 조금 진한 민트 계열을 사용하면서 향을, 포장의 가장 윗부분부터 선을 구불구불 불려 좌측으로 빠져나가는 디자인을 통해 복용 후 위 아래로 내려가 효과를 준다는 느낌을 강조하기도 했다.

변비약 '돌체락' 시리즈도 제품 포장 앞면에 배의 S라인을 보여주는 듯한 아치형태의 창문을 그리고 그 안에 장의 운동을 표기하는 마크를 배꼽 부분에 달아놓는 등 해당 제품이 소화기질환과 관련된 제품이라는 점을 감각적으 로 보여준다.

안정액의 경우 쨍한 원색보다 부드러운 색을 녹색 계열 상자를 통해 눈에 편한 색으로 심리적 안정감을 주려 했으며 한방제제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옛 복식의 남녀, 유유자적 낚시를 하는 선비의 모습을 배치해 제품 자체의 디자인을 살렸다.

특히 안정액 포 제형의 경우 포를 자르기 위해 손으로 잡는 부분에 불안이라는 글자를, 그 밑에는 안정이라는 글자를 각각 인쇄했는데 포를 먹기 위해 윗부분을 잡고 자르면 안정만이 남는다는 재미있는 개봉방식을 만들기도 했다.

앞서 나온 포나민과 기침가래약 '화인코프에이, 식염수 제품인 '세비안관류제', 살구색 도넛 방석으로 보이는 도형을 배치해 치질약이라는 점을 강조한 아나프리 시리즈 등 역시 이들이 색과 디자인을 활용해 어떤 제품인지를 표기하는 중요한 방법이다. 그동안 삼진제약의 일반의약품 혹은 전문의약품 중 많은 수가 소위 창문 모양의 사각형 내 좌측 상단 부분만의 색을 변화하는 식으로 '이 약이 우리 약'이라는 콘셉트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제품 자체가 가진 힘에 초점을 두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제법 흥미로운 대목이다.

이 같은 변화는 특히 일반의약품 매대 등에서 큰 장점을 가지는데 국내 많은 제약사들이 단순히 글자 혹은 간단한 색채를 사용하는 기존의 OTC 포장 방식과 다른 '젊어 보이고 좀 더 힙해 보이는’ 특징을 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젊은 세대를 좀 더 공략하기 위한 방식이라는 것이다.

경제적 발전이 지속되면서 골드만삭스나 보스턴 컨설팅 같은 기업의 보고서를 보지 않더라도 국내외 20~30대층의기존의 세대에 비해 매우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

실제 베이비부머 세대와 젊은 세대의 생활양식이 다르고 이들의 가치관은 단순히 생존의 개념보다 더욱 다양한 방식의 만족감을 추구한다는 것이 유통업계의 이야기다. 더욱이 미국에서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 인스타그램에 나올 정도로 멋진이라는 뜻의 신조어)이라 부르는 외형을 향한 호기심과 욕구도 더욱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단순히 어릴 때부터 복용했던 약 혹은 그저 인기가 있는 약을 중시하는 경향에 앞서 소비자의 눈을 끌 수 있는 색채, 직관적 디자인에 초점을 둔다는 점을 감안하면 약의 포장 자체를 예쁘게 만들어야 좀 더 젊은 층에게 더욱 사랑받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사람과 친해지기 위해 MBTI를 물으며 캐릭터나 로고 라이선스 등의 의류 등이 꾸준히 사랑받는 것처럼 젊은 층에게 딱 들어오는 제품은 그만큼 초기 선택에 큰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즉 삼진제약이 추구하는 OTC 사업의 확장은 단순히 제품의 불편함을 개선하는 것 뿐만이 아닌 '매대에서 집고 싶은' 혹은 '눈길이 가는 제품'이라는 방향성으로 귀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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