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vs업계, 비대면 진료 입장차 좁힐 수 있을까?
대면 진료와 비대면 진료 연계…초진 포함해야 의미 생겨
① 새벽 2시 당신의 어린 아기가 38도 고열에 시달리고 있다면, 당신은 비대면 진료를 받겠습니까? 응급실로 가겠습니까?
② 조건을 추가해보겠습니다. 당신의 집에는 아기가 둘 있습니다. 한 명은 반드시 관찰과 보호가 필요하며, 보호자는 당신뿐입니다.
③ 이 때, 다른 아기에게 위와 같은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당신은 비대면 진료를 받겠습니까? 다른 아기를 두고 응급실로 가겠습니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업계는 이 같은 상황에서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인가를 놓고 전혀 다른 입장이다. 복지위는 응급실이라는 최선의 선택지를 두고 차선을 택하는 것이 국민 건강을 위한 것인지를 입증하라는 입장이다.
업계는 선택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최선의 선택지가 될 수 있으며, 비대면 진료 서비스는 그보다 대면 진료의와 연계가 지역·환경·사회계층을 넘은 보편적인 서비스라고 주장하며 이를 위해서는 '초진'이 필수라는 입장이다.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결론맺은 긴급 토론회였지만 논의가 길어진다한들 이 같은 입장차를 좁힐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난 3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가 비대면 진료 제도화 우려로 가득찬 자리였다면, 이번에는 비대면 진료 확장성과 필요성으로 가득찬 자리가 마련됐다.
국회 스타트업 연구 모임인 '유니콘팜'이 18일 개최한 '비대면 진료 입법을 위한 긴급 토론회'에서는 대면 진료와 비대면 진료 연계 방안은 물론, 비대면 진료 초진 확장 필요성 등이 논의됐다.

대면 진료와 비대면 진료 연계…의료 확장 가능
토론회에 참석한 중개플랫폼 업체 관계자들은 비대면 진료를 대면 진료의 보조적 수단으로 둘 것이 아니라 대면과 비대면을 연계한 의료 서비스 확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길은진 굿닥 대외협력실장은 비대면 진료는 의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수단인 만큼 실효성을 발휘하려면 대면 우선, 비대면 진료의 보조적 활용보다 둘을 연계할 수 있는 상호 보완적인 의료 서비스 모델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길 실장은 코로나19를 거치며 변화한 대표적인 의료 패러다임으로 'N:N의 접근'을 꼽았다. 기존 의료가 의료기관의 운영시간·기관별 서비스 영역에 환자를 맞추는 '1:N의 방식'이었다면, 비대면 진료는 환자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의료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N:N 형태로 전환됐다는 것이다.
그는 "대면 진료로 시작해 비대면 진료가 보조하는 형태라면 환자 선택권을 제한하는 1:N 관계가 유지될 것"이라며 "N:N 관계를 위한 비대면 진료 초진 접근과 상시적인 모니터링과 치료·예방모델 구축을 위한 제도 기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호익 솔닥 공동대표는 비대면 진료를 대면 진료의 보완재로 여기기보다 비대면 진료가 대면 진료에 준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수단으로 여겨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 접근성 측면에서 대면·비대면을 단순한 물리적 거리에 고립해 생각할 것이 아니라 최근 직장, 육아, 코로나19 확진 등 시간·환경적 고립을 기준으로 둔다면 비대면 진료 초진의 필요성이 실해진다는 것이다.
이호익 대표는 "직장인들이나 육아를 하는 보호자 등 일상적인 상황을 넘어 도서산간지역, 폐쇄병동·정신병동 환자 등의 안전한 진료 기능으로 봤을 때 비대면 진료는 대면 진료에 준하거나 대면 진료와 연계할 수 있는 의료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며 "이를 위한 의료 데이터 수집이 점차 고도화될 경우 비대면 진료는 대면 진료에 준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 설명했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파트너 변호사는 차세대 산업 주도권을 위해서라도 비대면 진료 도입 및 초진 확대 필요성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구태언 변호사는 "2018년 글로벌 Top100 스타트업에는 1년간 18억달러(약 2조원)가 투자됐는데, 이들 중 우리나라에서 가능한 사업은 25% 남짓이고, 나머지는 불가(27%)했거나 제한(48%)될 사업이었다"며 "원격의료, DTC(소비자 대상 직접시행 유전자검사), 데이터 관련 사업 등은 우리나라에서는 시작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각광받고 있는 ChatGPT는 최근 가족돌봄 서비스를 포함한 확장된 헬스케어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비대면 진료 도입 여부를 놓고 고민을 하고 있다면 추후 의료산업 주권을 잃게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기사 서두에 던진 물음에 현장에서 비대면 진료를 시행하고 있는 전문의는 초진·재진 구분보다 질병이나 질환에 따른 리스트를 지정하는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의료기관을 운영 중이라는 임지연 원장(가정의학과 전문의)은 "현장에서 초진·재진 구분은 '같은 의료기관, 같은 의사를 30일 내 방문했는가'라는 기계적인 절차로 이뤄지는 만큼 비대면 진료 허용 범위를 초진과 재진에 두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며 "어떤 형태가 됐던 비대면 진료를 수행할 수 없는 질환이 분명히 있는 만큼 이를 리스트화 하면 의료진의 판단과 환자 선택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시적 제도지만 효과 있어"…복지부 목표는 제1법안심사소위
복지부는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된 법안들 및 계류 이후 새롭게 발의된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의 비대면 진료 법안 및 중개플랫폼 법안과 더불어민주당 김성원 의원이 발의한 비대면 진료 법안 등 관련 법안 논의 및 통과에 중점을 두겠다는 방침이다.
이형훈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과장)은 다음달로 예상되는 코로나19의 감염병 심각단계 경보 하향에 따른 '한시적 비대면 진료 서비스 종료'를 앞둔 시점에서 신속한 법안 심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만 그는 비대면 진료도 의료 서비스인 만큼 안전성과 편의성 측면에서 안전성은 반드시 확보돼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
이형훈 과장은 "지난 3년간 청구 데이터를 통해 한시적 비대면 진료를 분석해보면 1300만명, 3600만여건의 비대면 진료가 이뤄졌고, 이중 만성질환 관련 이용자는 300만여명으로 약 736만건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며 "한시적 제도지만 코로나19와 이로 어려워진 만성질환 관리에 큰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법안 심사와 국회 통과까지 비대면 진료 제도 공백이 예상되는 만큼 추후 개최될 제1법안심사소위에 우선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시범사업 등 대책은 구상하고 있지만, 한시적 비대면 진료 종료와 법안 심의 및 시행 간 제도 공백이 예상되는 만큼 제1법안심사소위 논의 및 합의가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