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터뷰 | 한국유나이티드제약 김지희 법률 팀장

디지털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헬스케어 업계를 취재하며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교과서로 삼을 정석의 부재였다.

물론 의료기기 산업과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과 제도, 개념과 정의, 해외 이슈 등에는 두터운 경험을 가진 키 플레이어들과 그들이 생산하는 양질의 생산물들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아쉬웠던 것은 보건의료데이터에 있었다.

이같은 면에서 히트뉴스가 만난 김지희 변호사(한국유나이티드제약 법률팀장)가 9월 출간한 '보건의료 빅테이터의 활용과 개인정보 보호'는 우리나라 의료데이터와 개인정보보호 연구의 교과서이자 씨앗과도 같은 인상을 남겼다.

책을 통해 만난 보건의료데이터의 특수성과 가변성은 저자를 만난 뒤에도 명확하지는 않았다. 명확해진 부분은 오히려 보건의료데이터에 그레이존이라 부르는 모호한 영역이 많은 이유와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한 이유라 할 수 있다. 

보건의료데이터와 개인정보보호는 마치 생물 같아서 그 경계가 연구 주체가 누구인지, 사회적 합의 수준과 규제는 어떠한지에 따라 변하므로, 영역별 전문가들의 지속적인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반영할 민첩한 컨트롤타워, 후향적 연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1. 법학연구총서 1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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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맨 위에는 108이라는 넘버링과 '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 법학연구총서'라는 라벨링이 붙어있다. 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는 2005년부터 매해 박사논문 중 그 주제와 연구과정이 적절하고 일반인에게 소개할 필요성이 있는 논문을 선정해 출간을 지원하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데, 이때 넘버링 된 논문이 법학연구총서다.

김지희 변호사는 "2022년 2월 박사논문이 통과되고 5월 경 총서로 선정됐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연락을 받고)그간 논문을 쓸 때 느꼈던 감사함과 어려움들이 물밀듯 밀려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2. 보건의료 빅테이터의 활용과 개인정보 보호 

논문 집필 배경을 물었을 때 김지희 변호사는 사실은 논문 집필과 박사학위 취득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고 말했다. 목표는 회사업무와 의약품 관련 제도 전문가라는 역량 개발을 위한 박사 과정 수료였다는 것이다.

김지희 변호사는 "논문을 쓸 것이라고, 쓸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며 "회사일과 박사과정 수료가 상당히 힘들었기 때문에 논문 집필은 더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그가 논문집필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보건의료데이터 사용에 대한 법적 이슈와 최근 코로나19로 부각된 개인정보 보호의 필요성이었다. 기술이 발전하고 빅데이터를 활용할 필요성이 높아질 수록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있도록 제도적 방안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있었다는 것이다.

김지희 변호사는 "약학정보원과 IMS헬스케어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기소됐다는 기사를 우연히 접하고 보건의료데이터의 활용에 대해한 연구가치를 확인했다"며 "특히 코로나 시대 QR코드 입력, 최근 카카오 서버 다운 사건 등 개인정보 보호, 프라이버시 보호의 이슈 또한 도마에 오르는 등 연구필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회사의 응원이었다는 것이 김 변호사 설명이었다. 김 변호사는 "일과 논문집필 병행이 가능했던 것은 임직원분들의 지원"이었다며 "기왕 시작한 것 결실을 맺으라는 많은 동료분들의 응원이 있었기에 (논문 완성이)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김지희 변호사는 일과 논문집필의 어려움을 "마음 먹은 것에 딱 10배 만큼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김지희 변호사는 일과 논문집필의 어려움을 "마음 먹은 것에 딱 10배 만큼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3. 한 장을 할애해야 했던 보건의료데이터 특수성 

책의 구성은 간결했다. 정의를 설명하고 현황을 소개한 뒤 개선방안을 제안했다. 그렇지만 김지희 변호사는 보건의료데이터와 개인정보보호에만 하나의 장을 할애하며 우리가 앞으로 다뤄야할 데이터가 얼마나 특수한지를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보건의료데이터와 개인정보는 법적, 사회적으로 특수하다. 그 특수성은 데이터간 경계에 있으며 비식별화, 연구·활용에도 찾아볼 수 있었다.

김지희 변호사는 "의료데이터와 개인정보는 질병, 연구·활용 성격과 처리 기관에따라 민감정보로 보호돼야할 부분과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극명하게 달라진다"며 "또한 데이터를 생성하고 해석하는데 전문지식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비식별화에도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하다는 특수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법적인 면에서 특수성은 보건의료데이터와 개인정보에 관한 내용들이 여러 관계 법령에 산재돼 규율됨으로서 용어의 통일 등 정합성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많은 연구기관이나 단체들은 이를 주관부처 유권해석으로 해결하지만, 김 변호사는 불명확한 회색지대를 해소해 주는 것이 제도적으로 데이터 활용을 활성화하는 첫걸음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4. 보건의료데이터와 개인정보의 살아있는 경계

특이한 것은 연구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치있는 보건의료데이터와 개인을 구분할 수 없도록 하는 비식별화의 기준과 경계는 항상 달라진다는 것이었다.

[감기라면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만 가림으로써 비식별화가 됐다고 할 수 있지만, 희귀질환 혹은 연구 목적과 방법에 따라 비식별화 난이도는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다]

김 변호사는 그 지점이 보건의료데이터 활용을 어렵게 하는 부분이고, 후향적인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는 단일보험 시장으로 보건의료데이터를 공공기관에서 처리하는데, 사회적 합의를 이룩하며 때로는 비난을 감수하면서 데이터를 공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연구 가치를 가진 데이터, 통계에 그치는 데이터를 가르는 것은 비식별화 경계인데, 이에 민첩하게 대응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설명했다.

#5. 데이터, 파면 팔수록 어렵더라

김지희 변호사가 이번 논문 집필에 가장 무게를 둔 부분은 가장 적합한 데이터의 비식별화 거버넌스 구축과 전문위원회 필요성 인식이다. 

실제로 그의 논문은 민감정보의 가명화 후 활용에 관한 개인정보보호법제도 보완 방안과 거버넌스 구축을 통한 사회적 신뢰 확보에 대한 제도적 방안을 담고있다.

그는 "개인정보 비식별화와 보건의료데이터 사용에 필요한 제도적 보완 방안, 거버넌스 구축과 각계 전문가들을 필두로하는 전문위원회 구성을 통해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하고 사회적 합의와 논의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지희 한국유나이티드제약 법률팀장

현 한국유나이티드제약 법률팀장
전 대한변호사협회 대의원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대외협력위원회 위원

서울대학교 식품동물생명공학부 학사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석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법학과 박사

 

"보건의료데이터 여러 플레이어가 읽어주길"
김지희 변호사는 이번 논문을 보건의료데이터 산업과 관계된 모두가 읽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보건의료데이터 생성·처리 주체, 수집·개방하는 공공기관 혹은 의료기관, 제도 설계 정책 담당자, 기업 등 보건의료데이터 산업 다방면 플레이어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을 집필하고자 했다." 

 

"나의 연구 결실이 보건의료데이터 실용화 연구 시작에 의미있는 역할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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