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4대 당면과제 원인, 자업자득 측면 강해
의약품유통 주관자답게 갈 길 능동적으로 개척을
의약품 도매유통업계(유통업계)가 △지속적인 조마진율 하락 △배송 인력난 △생물학적제제 물류(배송) 관련 규정 강화 △무리한 토요 3배송 부담 등, '4대 당면 과제'로 신음하고 있다. 전문 언론을 통해 "여러분, 도와줘요" 외치고 있지만 주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왜 그럴까.
'조마진율 하락'은 오랫동안 유통업계가 입에 달고 살아온 과제다. 개선되기 좀처럼 힘든 만성적 고질병이 됐다. 오늘의 조마진율 6%대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수준이라는 것이 유통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유통업계는 "조마진율이 하락한 것은 제약업계가 유통마진율을 슬금슬금 내렸기 때문이니 책임지고 올려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제약업계는 "천만에, 조마진율은 우리 제약업계가 유통업계에 제공한 유통마진율이 아니라 영업활동을 하면서 가격경쟁으로 그것을 대부분 날려버리고 남은 결과물인데 그걸 왜 우리가 책임지나" 라며 반문하고 있다.

둘 중 어느 쪽의 주장(논리)이 더 타당할까. 유통업계의 평균(가중) '조마진율'은 금감원DART에 공시된 유통업체들의 '매출액총이익률(매출액총이익÷매출액×100)을 말한다. 실례로 140여 곳 유통업체들의 2021년 조마진율 현황을 들여다보면 최고 34.7%에서 최저 1.9%로 천차만별이다. '왜 이렇게 다를까' 유통업계는 곰곰이 따져 봤으면 한다.
'배송 인력난'의 경우, "참 딱하다" 한마디 외에는 말문이 막힌다. 의약품 유통의 주관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기업체 집단인 유통업계의 공통된 실상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예상과 달리 매출 규모가 큰 대형업체일수록 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저 시급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도 만만찮은데 쿠팡 및 마켓컬리 등으로 물류센터 인력이 빠져나가고 인력 충원도 3D업종으로 인식돼 지원자가 드물며 어렵게 뽑아놔도 또다시 국내 대형 물류업체들에게 인력을 빼앗긴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다보니 물류 생산성도 급락하고 있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유통업계가 왜 이런 처지가 됐는지 되묻고 싶다. 의약품 물류업무를 3D(Difficult, Dirty, Dangerous) 업종으로 만든 자 누구며, 어렵게 뽑아놔도 왜 곧 빠져나가고 쿠팡 등에 물류 인력을 왜 빼앗기는지 등등, 그 이유와 원인에 대해 유통업계는 원망 이전에 허심탄회하게 뒤돌아봤으면 한다.
'생물학적제제 배송규정 강화'로 인한 실천상의 고통 건은 다른 과제와 달리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긍정적인 반응을 했다.
식약처는 지난 4월21일 생물학적제제 유통업체 3곳을 방문하고 강화된 규정 시행상의 어려움을 청취했다. 온도기록 장치와 그 관리에 대한 세부 사항 등이 모호할 뿐만 아니라 비용 부담이 크며 준비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내용 등이 건의됐지만, 식약처의 관심사는 '생물학적제제 운송 규정 가이드라인(guideline) 보완ㆍ개정에 기초 자료가 되는 업계의 건의 사항'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식약처 관계자의 "가이드라인 개정은 현행 규정 속에서 이뤄지는 것일 뿐, 규정 시행과는 관련이 없다"는 언중유골의 견해를 유통업계는 유념해야 할 것 같다.
게다가 유통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의약품유통협회(유통협회)는 최근 새 정부에 낮은 수준의 현행 KGSP제도를 아주 높은 수준의 국제의약품유통관리기준인 GDP(Good Distribution Practice)제도로 상향 교체ㆍ조정해 줄 것을 제안했다. 현재 유통업계가 수용하기 힘겨운 강화된 생물학적제제 온도기록 장치와 그 관리 규정 내용 등은 GDP에서는 기본으로 돼 있다.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지난 13일, 유수한 전문 언론 4곳이 일제히 '배송비용과 인건비 부담에 인력난까지 맞물리면서 생물학적제제 배송을 포기하는 의약품 유통업체가 나올 수 있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거의 동일한 취지의 기사를 다뤘다.
토요 배송 부담 축소 과제는, 토요일 3배송(일부 지방 5배송)을 2배송으로 줄이겠다는 것이 골자다. 배송(물류) 인력난과 물류비 절감 대책의 일환으로 발상된 것이다.
일종의 '눈치작전'이라 할 수 있다. 동업자는 물론 개국가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 다른 경쟁 업체는 토요일도 3배송(또는 5배송)해 주는데 나만 2배송으로 축소하면 거래관계가 끊길까 두렵고, 구매라는 절대 권력을 쥐고 있는 개국가의 눈치를 당연히 봐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국가로부터 "정 어려우면 3배송을 2배송으로 축소해도 좋아" 등, 이해의 반응은 없고 묵묵부답이므로 현재 엉거주춤한 상태에 빠진 과제다. 운자(韻字)만 뗐지 출구 전략이 마땅치 않자 언론을 활용해 관련 소식을 내보내며 출구를 찾는 것 같다. 개국가의 호의적인 반응 없이 의약품 유통 집단의 이러한 '염원'은 실천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의 주장에 따르면, '4대 당면 과제'의 시발점을 '지속적인 조마진율 하락'에서 찾고 있다. 이것이 유통업계 만병의 주된 원인이라는 것이다. 공감이 간다.
그러나 조마진율을 하락시키고 있는 주동자(책임자)는 누구일까? 유통업계는 제약업계를 지목하고 있고, 제약업계는 유통업계 스스로라고 확신하고 있다. 서로 핑퐁(ping-pong)을 치고 있으므로 4대 당면과제가 풀어질 리 없다.
설령 제약업계가 책임자라 해도 신약개발 투자 확대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인데 그들이 과연 유통마진율을 유통업계가 바라는 대로 더 높여 줄까? 또한 유통업계가 더 높여 준 유통마진율을 과연 제대로 지켜낼 수 있을까?
좁은 국내 의약품 유통시장에 도매유통업체가 3000곳이 넘는다. 해마다 200여 곳 언저리씩 증가돼 왔다. 이러한, 세계에 유례가 없는 극열한 경쟁시장 상황이 조마진율을 자꾸 끌어내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업체 수 폭증은 창고 의무 실면적 80평 이상의 진입규제를 유통업계 스스로가 풀어 젖힌 자업자득의 결과인데 말이다.
유통업계는 제반 문제를 내가 아닌 남 탓으로 돌리며 전문 언론을 통해 "도와주세요"라고 실익이 별로 없는 호소를 하기보다, 의약품 유통의 주관자답게 당당하게 스스로 갈 길을 능동적으로 정하고 이를 개척해야 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