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 후보 물질엔 돈이 저절로 모이는게 시장 이치

"영화 '패러사이트(기생충)'는 여러 전문가의 참여로 만들어졌고 완성도를 인정받아 아카데미 오스카상을 받았습니다. 우리도 국내 보유 혁신 신약 파이프라인으로 '글로벌 K-블록버스터'를 만들 수 있는 날, 머지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허경화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KIMCo) 대표는 지난달 30일 온라인으로 열린 'K-블록버스터 글로벌 포럼'의 '한국형 블록버스터 개발 모델' 주제 발표에서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에도 한국 영화산업의 '기생충' 같은 존재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허 대표는 바이오산업이 영화산업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영화도 각 분야 전문가들이 프로젝트에 참여해 제작 기간은 줄이고 작품성을 높입니다. 바이오산업도 프로젝트별로 전문가를 활용할 플랫폼을 만들자는 제안입니다.
다만,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후기 임상과 사업화 경험이 미비하니, 이번 기회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약 1조 원 규모의 '메가 펀드'를 조성하자는 것이 허 대표의 주장입니다. 기술 혁신성과 사업성 기반으로 유망 후보를 선별해 '국가대표 신약'을 만들자는 취지죠.
그런데, '메가 펀드'가 글로벌 K-블록버스터를 개발하기 위한 필수 방안일까요? 펀드가 일부 기업 과제에 투자해서 얻을 효과, 운영 취지, 신약개발 전주기 지원을 목표로 범부처 주도아래 올 1월 설립된 '국가신약개발사업단'과 어떻게, 무엇이 다른지 따져볼 점이 많습니다.
특히 많은 자금을 투입하는 '메가 펀드' 자체에 대한 업계의 협력 의지와 공감대가 먼저 마련돼야 합니다. 메가 펀드를 조성하자는 주장에 앞서 경쟁사들이 힘을 합쳐 각자의 기술, 자본, 인력 등을 보완·공유하자는 공감대는 충분한가요?.
"우리도 블록버스터 신약 만들자는 주장은 "노벨상 수상자를 키우자"는 말처럼 선언적 입니다. 기초 체력이 돼야 하는데, 그 기초 체력이 돈으로 금세 커지지는 않잖아요."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달 30일 허 대표의 '1조 메가 펀드 조성' 제안에 대해 "리스크를 동반한 블록버스터 개발에 들어가는 천문학적 자금과 불확실성을 돌파하자는데는 공감하지만, 펀드 투자는 고민이 된다"는 반응이었습니다. 협업이 체감되지 않아, 메가 펀드 조성은 선언으로 들린다는 것입니다.
업계에 '글로벌 K-블록버스터 개발' 공감대가 없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업계는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의 2% 남짓 점유하는 우리 상황에서 'K-블록버스터'가 개발되려면 글로벌 빅파마와 파트너링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국내사와 글로벌 파트너사가 각각 3대 7로 3상 비용을 분담하고, 개발사로서는 영업에 자신있는 국가 판권만 갖자는 이야기 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K-블록버스터 개발'보다, '1조원의 메가펀드'보다 업계 간 협업체계와 플랫폼 전략이 필요한 때입니다. 업계가 허 대표의 주장에 공감하면서도 또 의구심을 함께 갖게되는 것은 '우리들에게 찐 블록버스터 후보는 있냐'는 근원적 질문에 확답을 할 수 없는 상황 때문일 것입니다. 후기 3상을 마쳐 FDA 허가문턱을 넘는다고해서 상업적 성공의 문이 열리는 것도 아닙니다.
'황금알이여, 어서 나오라'고 인디언 기우제를 지내도 거위가 충분히 자라나지 않으면 헛기도가 될 것입니다. 거위의 배를 가르고 싶은 조바심이 거위를 잘 자라나도록 할 수도 없습니다. 돈보다 실력입니다. 정말 물건이다 싶으면 후기 3상에 들어갈 돈은 저절로 조성됩니다. 이게 시장의 이치인데, 2021년 4월 현재 후기 임상을 거치면 블록버스터가 확실한데 돈이 없어 못하는 안타까운 혁신신약 후보물질이 있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