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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훈 삼성서울병원 교수-박한수 지놈앤컴퍼니 대표
불과 3~4년까지만 해도 임상의들은 마이크로바이옴이 의약품으로 처방될 수 있다는 사실에 회의적 관점을 견지했다. 하나의 마이크로바이옴(균)이 다양한 질환에 효과를 보이고, 약물작용기전(MOA) 자체도 불명확하고, 기존 약물처럼 적정 용량(dose)을 맞추기도 쉽지 않아보이는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
기존 저분자 화합물과 항체 의약품에 익숙한 임상의들에게 마이크로바이옴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개념이었다. 이번에 지놈앤컴퍼니와 함께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진행한 이세훈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역시 지놈앤컴퍼니와 공동 연구를 시작하기 전에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다양한 질문을 가지고 있었다.
"박사 학위로 '암 면역'을 연구해, 마이크로바이옴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하지만 여전히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다양한 의문이 있었어요. 박한수 교수님과 연구를 시작할 당시만 하더라도, 의구심이 앞섰죠. 원래 임상의들은 직접 임상 현장에서 경험하지 않은 사실에 대해선 쉽게 결론 내리지 않거든요."
이런 이 교수의 의구심을 일정 부분 해소해 준 연구가 삼성서울병원 폐암환자 235명을 대상으로 채취한 검체를 통해 입증한 전임상(동물실험)연구다. 이 연구에서 장내 유익균으로 알려진 비피도박테리움 비피덤(Bifidobacterium, bifidum)의 동일한 종(specie)이라도 균주(strain)마다 암 억제 정도가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마이크로바이올로지(Nature Microbiology) 지난 12일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박한수 지놈앤컴퍼니 대표와 이 교수는 연구를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었던 일등 공신으로 샘플을 보내 준 환자로 꼽는다.
"우리는 광주과학기술원(GIST)과 함께 비피도 종의 다양한 strain을 멀티오믹스 기법을 통해 동정해 내고, 동물실험을 통해서 이들의 암 억제능을 입증해 내는 작업을 거쳤습니다. 이 연구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었던 데는 교수님께서 환자들의 분변 샘플을 잘 모아서 보내주신 덕분입니다. 단일 병원에서 폐암 환자의 샘플을 이 정도 규모로 채취하는 것이 쉽지 않죠."

연구를 진행하기 전까지만 해도 마이크로바이옴의 의약품 가능성에 의구심이 컸던 이 교수. 그는 연구를 진행하면서 '유레카(eureka)'를 부른 순간이 있었다.
"무엇보다 환자의 검체를 통해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결과를) 입증할 수 있기를 기대했습니다. 초기에 임상시험 과정과 유사하게 블라인드(blind) 과정을 위해 환자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블라인드를 통해 원하는 데이터를 얻었을 때, 유레카를 외쳤죠.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 연구는 연관성과 인과성 중 어떤 논리 관계를 갖고 있는지 규명하는 게 중요합니다. 암에 걸리지 않은 환자와 암 환자의 검체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발견했을 때, 첫 번째 유레카를 외쳤어요.
인과성을 밝히는 부분도 참 재미있었는데요, 박한수 대표님이 동물실험으로 다양한 균주의 대사체를 통해 암 억제능을 밝힌 부분에서 인과성을 입증할 수 있었죠. 이러한 동물실험 데이터를 바탕으로 더욱 연구에 속도를 붙일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임상 현장에서 특정 균주를 처방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연구팀은 다중오믹스(multi-omics) 분석을 통해 특정 마이크로바이옴 균주(strain)가 면역항암제(PD-1저해제)와 함께 투여될 경우, 해당 균주로부터 펩티도글리칸(peptidoglycan)과 L-트립토판(L-tryptophan)등 다양한 대사체가 분비됨을 확인했다. 이렇게 분비된 대사체들이 종양 미세환경에서 T 세포(CD4+, CD8+등) 및 NK세포를 활성화시켜 인터페론감마(IFN-γ) 등 항암 사이토카인을 분비함으로써 항암작용을 나타내는 기전을 규명했다. 박 대표는 다중오믹스 기법으로 다양한 균주를 동정(identification)할 수 있었던 과정을 중요한 순간으로 꼽는다.
"비피덤 종에서 다양한 strain을 동정하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는 유전자다형성(SNP) 기준 100개가 넘으면, 전혀 다른 균이라고 말합니다. 이정도 유전자 레벨에서 다양한 균주를 동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입니다. 우리 연구의 초점은 같은 종이라도 균주 별로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다는 것 입니다. 물론 이는 유전자에 기반한 연구입니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좀 더 세분화 된 균주를 환자들에게 처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의견을 밝혔다.
"면역의 복잡성을 풀어나가는 것은 참 어렵습니다. 이런 면역의 복잡성을 푸는 매개체는 마이크로바이옴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번 연구를 통해 균주 수준(level)까지 분석했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특히 예전에는 환자들에게 특정 균주를 주는 것 자체가 불안했습니다. 세분화 된 분석 기법으로 각 기능을 밝혀내 보다 명확한 근거를 기반으로 환자들에게 특정 균주의 효과를 제시할 수 있게 된 것이죠."
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서 마이크로바이옴의 모든 약물작용기전(MOA)이 밝혀진 것은 아니라며 두 연구자 모두 조심스러운 입장을 견지했다. 박 대표는 향후 현재 연구를 통해 발표된 균주와 대사체 외에도 다양한 MOA의 실마리를 푸는 연구를 지속해 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마이크로바이옴의 여러 기전 중 일부를 제시한 연구입니다. 우리가 연구한 로데이터(raw data)를 보면, 펩티도글리칸과 L-트립토판 외에도 다양한 대사체의 연관성을 밝혔습니다. 다만 물리적 한계로 이들의 연관성을 모두 밝혀내기 어려웠습니다. 앞으로 더 다양한 균주와 대사체를 대상으로 이와 같은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 교수 역시 향후 이 연구를 통해서 실제 임상시험 결과에서 해당 결과를 입증해 내야 하는 큰 숙제가 있다고 말한다.
"이번 연구는 마이크로바이옴의 MOA 중 한 가지를 찾아냈다고 보시는 게 정확할 것입니다. 여전히 면역을 비롯한 마이크로바이옴의 복잡성을 규명하기 위해선 다양한 연구 결과가 필요합니다.
현재 발표된 연구 결과는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었던 마이크로바이옴의 다양한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한 MOA일 뿐입니다. 향후 임상시험을 통해 해당 결과를 입증해야 내야 합니다."
마이크로바이옴을 통해 환자들에게 아직 규명되지 못 한 난제를 풀고 싶다는 이 교수와 함께 치료 영역 외에도 예방적 효과에도 주목하고 있는 박 대표. 그들은 향후 면역항암제를 투여한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환자들이 치료를 완료하고, 재발을 막기 위한 방법을 묻는 경우가 많습니다. 운동, 건강한 식습관, 스트레스 받지 말라는 조언들을 합니다. 얼핏 비과학적 처방으로 비쳐질 수 있지만, 결국 건강한 면역체계를 유지하는 일환으로 말씀드리는 것이죠. 이런 상식적인 처방들이 기전적으로 마이크로바이옴을 통해 설명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비피덤 종이 암 억제(surpession) 기능을 갖고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밝혀졌습니다. 우리는 비피덤 종에서 좀 더 다양한 균주를 동정해 암 억제능이 있는 균주를 찾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조기 위암과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화학치료 이후 환자들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가능성도 입증할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해 보고 싶습니다. 당장 이 교수님과 함께 면역항암제를 투여한 환자의 샘플(분변, 혈액)을 통해 다양한 시점에서면역항암제 반응률을 높일 수 있는 후속연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