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알포 임상재평가·제네릭 경쟁력 강화 방안은 제약 죽이기
제네릭 규제 정책 대신 사용 장려 운동 등 지원 방안 마련 필요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 제제 임상 재평가, '제네릭의약품 경쟁력 강화 방안' 등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잇따른 의약품 정책에 대한 제약업계의 평가는 한마디로 '장고끝 악수'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에 대한 임상 재평가 방침으로 제약업체들이 유효성을 입증받기 위한 막대한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자칫 유효성이 입증 안되면 허가가 취소될 뿐만 아니라, 임상재평가 기간중 적용받은 보험급여를 환수당하는 일도 우려되고 있다.

또 위탁제조 제품에 대한 GMP 자료제출 의무화, 우선판매품목 허가대상에서 위탁품목 허가 제외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제네릭 의약품 경쟁력 강화 민관협의체' 운영 결과는 중소제약업체 죽이는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임상 재평가…해당 제품 퇴출 위기 몰려

지난해 10월 정기국회 국정감사에서 뇌기능 영양제인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가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이후 복지부는 약가재평가, 식약처는 유효성 평가를 진행했다.

복지부와 식약처가 약가재평가 및 유효성 평가를 진행한 배경은 ▲청구금액이 크고 ▲외국에서 건강기능식품으로 사용하며 ▲임상적 근거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는 1995년 국내에 도입됐으며, 효능·효과는 ▲(효능·효과1) 뇌혈관 결손에 의한 2차 증상 및 변성 또는 퇴행성 뇌기질성 정신증후군 : 기억력저하와 착란, 의욕 및 자발성저하로 인한 방향감각장애, 의욕 및 자발성 저하, 집중력감소 ▲(효능·효과2) 감정 및 행동변화 : 정서불안, 자극과민성, 주위무관심 ▲(효능·효과3) 노인성 가성우울증 등이다.

복지부는 약가 재평가를 실시한 후 '종근당글리아티린' 등 허가받은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 234개 품목에 대해 치매(효능·효과1)에 대해서는 현행대로 급여를 유지하고, 그 외 효능효과는 본인부담 80%를 적용하기로 했다.

복지부의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 약가 재평가 결과로 인해 연간 3500억대의 처방규모가 최소 600억대로 줄어들 상황에 처했다.

약가재평가로 충격을 받은 제약업계에 식약처가 뒤늦게 내놓은 임상 재평가 공고는 '설상가상'의 위기상황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에 문제점이 제기된 이후 식약처는 유효성 재평가를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지난해 11월까지 생산업체로부터 관련 자료를 받았다.

자료를 제출받은 업체는 100곳이 넘었지만 이들중 검토할 만한 수준의 자료를 제출한 곳은 종근당, 대웅제약 등 5개 제약사도 안된 것으로 알려졌다. 종근당과 대웅제약 등 4~5개 회사가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 처방의 90%를 점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업체들은 식약처가 요구한 자료를 마련하기 어려울 정도이기 때문이다.

식약처 내부에서도 이상하다고 느낄 만큼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 유효성 평가는 11월부터 6월까지 7개월 이상 진행됐다.

식약처는 복지부의 약가 재평가 결과가 나온 이후에야 책임회피 또는 책임전가성으로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통해 '콜린알포세레이트' 임상재평가 실시 자문의견을 청취하고, 6월 23일 임상재평가를 공고했다.

임상재평가 대상은 '종근당글리아티린' 등 134개사 255품목이다. 

임상재평가이후 식약처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는 국내에 도입된지 25년이 지났고, 허가사항이 너무 광범위해 효능·효과에 대한 유효성을 입증할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임상재평가를 결정하게 됐다"며 "치매 임상이 어려운 것은 알고 있지만 임상재평가를 통해 유효성을 입증받아야 하고 입증하지 못하면 적응증을 안정받지 못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제품이 허가 취소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식약처의 임상재평가 방침에 따라 제약업계는 비상이 걸리게 됐고, 업체들은 임상재평가 실시여부를 놓고 주판알을 굴리고 있는 상황이다.

치매 질환의 특성이 임상이 어렵기 때문에 재평가에 따른 임상자료를 확보하는데 시간에 오래 걸리고, 비용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통상적인 임상재평가는 2~3년 걸리지만,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는 5년 이상 걸리고, 임상에 투입되는 비용이 최소 500억대로 추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제약업체들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 공동임상을 진행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제약업계를 불안하게 하는 요인은 임상재평가에서 효능을 입증받지 못하면 허가취소가 될 뿐만 아니라 임상 재평가 기간중 인정받은 보험급여를 환수당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식약처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임상 재평가와 관련해 "제약사들은 허가받은 효능 3개중 적응증을 선별해 임상시험 계획서를 작성해야 하고, 임상시험 계획서에 들어있지 않은 효능 효과는 인정해 주지 않을 방침이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A라는 제약사가 효능 1에 대해서만 임상시험 계획서를 제출했다고 가정했을 경우 식약처는 효능 2와 3의 효능 효과는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치매라는 질환의 특성상 임상을 통해 유효성 자료 확보가 어렵다는 점에서 식약처의 임상 재평가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 시장 퇴출을 위한 정책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제약업계가 식약처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이다.

브리핑하고 있는 김영옥 의약품안전국장

 

제네릭 경쟁력 강화 방안…중소제약 죽이기 정책에 불과

'콜린알포세레이트 임상재평가에 이어 식약처가 최근 내놓은 '제네릭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 제약업계는 중소제약 죽이기라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 4월부터 6월말까지 제네릭 의약품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제약업계·학계·의료전문가·환자·소비자단체 등 약 50명으로 구성된 '제네릭의약품 국제경쟁력 강화 민·관협의체'를 운영했다.

'민관협의체'는 산하에 ▲제네릭 표시분과 ▲안심사용 분과 ▲품질강화 분과 ▲국제경쟁력 강화 분과 등 4개 분과위원회를 구성해 매주 회의를 진행하며, 제네릭 의약품 난립 근절방안, 허가제도 개선방안, 품질향상 방안 등을 강구해 왔다.

민간협의체가 구성된 배경은 식약처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공동생동 제한 및 철폐안이 규제개혁위원회에 의해 제동이 걸리면서, 다른 방향으로의 제네릭 의약품을 규제하기 위한 필요성에 의한 것이었다.

식약처는 민관협의체 운영을 통해 마련한 '제네릭 경쟁력 강화방안'을 통해 국내 허가·유통 중인 제네릭 품질을 확보하고 해외에서도 그 품질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제네릭 품질신뢰성 제고 ▲정보제공 확대 ▲제품개발촉진 ▲K-제네릭 해외진출 지원 등 4개 분야 21개 세부과제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중 대표적인 것은 위탁제조 GMP 자료 제출 의무화, 우선판매품목허가 대상에서 위탁허가 제품 제외 등으로 위탁제조 의약품에 대해 사실상의 규제 강화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의약품 품목 허가시 3개 제조번호 생산 의무는 지난 2008년 사전 GMP시행에 따른 밸리데이션 의무화에 의해 시작됐지만 2014년 GMP 적합판정서 도입으로 사라진 바 있다. 

판매하지도 못하는 제품을 3개 제조번호로 생산하라는 것은 제약업계에 부담을 지우는 비효율적인 정책이라는 지적에 따라 개선된 조치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은 실제 제조하는 수탁자 품목만 GMP 자료를 제출하고, 위탁제조품목은 GMP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위탁자 품목도 품목 허가 시 3개 제조번호를 실제 생산하고, GMP 평가자료를 제출하도록 했다. 다만, 수탁사 품목과 제조단위 규모, 설비 등이 동일하면 1개 제조번호만 생산하면 된다.

생동허여 자료를 이용해 동일한 공정으로 생산했기 때문에 GMP 평가자료 제출이 무의미한 상황인데도, 굳이 GMP 평가자료를 제출하도록 한 것은 위탁 제품을 규제하기 위한 정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우선판매품목허가 대상에서 위탁허가 제품을 제외하기로 한 정책도 빈축을 사고 있다.

한미 FTA협상에 따라 도입된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제도는 신약의 특허존속기간 중 신약의 허가자료를 기초로 후발업체가 제네릭 의약품 허가를 신청하는 경우, 특허권자의 특허를 침해했을 경우에는 '판매금지', 특허도전에 성공한 제네릭 제약사에는 9개월간의 독점 판매권인 '우선판매품목허가'가 부여된다.

우선판매품목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최초 특허심판 청구 ▲최초 허가신청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특허심판의 경우 최초 심판으로부터 14일 이내에 청구하는 제네릭은 모두 가장 먼저 청구한 것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우선판매품목허가 제도는 청구 요건의 맹점과 제약사들의 특허소송 따라하기 등으로 인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식약처는 우선판매품목허가가 유명무실하게 원인중의 하나가 생동허여를 통한 위탁제품의 난립으로 보고 이를 규제하기로 한 것이다.

제네릭 의약품 경쟁력 강화 방안이 아니라 위탁 제품을 퇴출대상을 규정하고 '마녀사냥' 식의 정책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식약처가 내놓은 제네릭 경쟁력 강화방안이 대형 제약사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중소제약 죽이기 정책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식약처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다 수포로 돌아간 ‘공동생동 규제 폐지’와 이번에 발표된 ‘위탁 제네릭’ 규제는 상위권 제약사들의 지속적인 요구안이었다.

대형제약사들은 시장에서 중소제약사들의 제네릭 의약품과 치열한 경쟁을 피하고 자사 제품과 도입한 오리지널 제품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중소제약사들의 위수탁 규제를 요구해 왔으며, 이번에 식약처 정책으로 반영됐기 때문이다.

 

제네릭 의약품 규제대신 사용장려 운동 등 지원방안 통해 경쟁력 키워야

제약업계에서는 정부가 위수탁 제품에 대해 규제를 멈추고, 국내 업체들이 생산한 제네릭 의약품의 신뢰 강화 및 사용 장려운동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약품 위수탁 생산은 제네릭 의약품 활성화 정책에서 시작됐다. 대체조제 활성화를 위해 생물학적동등성을 입증받은 의약품을 다수 배출시키고, 제약업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생동자료를 공유하는 생동허여 정책으로 인해 의약품 위수탁 생산이 도입되고 활성화 됐다.

수탁사업을 하는 업체는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거쳐 제네릭 허가를 받으면 위탁사를 모집하고, 위탁사들은 수탁사의 생동성시험 자료(생동허여)를 통해 제네릭 의약품을 허가받는다.

수탁사는 위탁사들의 제네릭을 생산 공급하면서 수익을 거두고 있으며, 위탁사들은 적은 비용으로 생동성을 인정받은 제네릭 의약품을 시장에 출시하고 있다.

지난 2018년 발생한 고혈압치료제 '발사르탄' 성분 의약품에서 발암유발 추정물질이 검출된 이후 제네릭 의약품 난립의 문제점이 사회 문제화됐고, 위탁 제품이 그 원흉으로 지적되면서 식약처의 위탁제품에 대한 규제 정책이 나오고 있다.

제약업계에서는 위탁 제품이 난립으로 인한 문제점보다는 순기능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A제약사의 한 관계자는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직접 수행해 제네릭 의약품을 허가받으려면 1억원이상의 비용이 투입되지만, 위탁을 통해 생산하면 그 비용을 최다 1/10 이상까지 줄이고 있다"며 "위탁 제약사로는 제네릭 의약품 개발을 위해 투입되는 비용을 절감하고, 그 절감된 신약 등의 연구개발에 투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B제약사의 한 관계자는 "위탁제품을 규제하면 제약사들이 수많은 품목의 제네릭 의약품을 생산하기 위해 생산 시설을 갖추어야 하는 등 만만치 많은 비용이 투입되고, 이는 곧 국내 제약산업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따라 제약업계에서는 제네릭 의약품을 활성화시키고, 이를 통해 제약업체들이 연구개발을 강화하는 정책을 정부가 수립해 집행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6월말 현재 대체조제가 가능한 생물학적동등성을 인정받은 의약품은 1만 5569품목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국산 제네릭 의약품의 시장 점유율은 25%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다.

오리지널 의약품과 효능효과가 동일한 제네릭 의약품이 출시돼 있어도 진료현장에서는 오리지널 의약품 처방을 선호하기 때문에 국내 제네릭 의약품의 시장점유율이 낮은 것이다.

제네릭 의약품 처방이 적다는 것은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식약처가 생물학적동등성 시험을 통해 제네릭 의약품의 품질을 인정했다 하더라도 약을 처방하는 의료계는 제네릭 의약품 처방을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제네릭 의약품의 난립이 심각하다고 해서 품목수를 규제하는 '근시안적' 정책을 펴지 말고, 국산 제네릭 의약품에 대해 의료계가 신뢰할 수 있는 정책을 내 놓아야 한다.

또 이를 바탕으로 국산 제네릭 의약품 사용 활성화 정책을 진행하고, 제약사들은 제네릭 활성화 정책으로 받은 혜택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선순환'으로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고, 세계시장에 진출하도록 하는 정책과 지원이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약품의 안전관리'는 미션도 중요하지만, 국내 제약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규제보다는 지원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제약업계는 요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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