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청 팀장이 풀어낸 국내 의약특허 히스토리 'A to Z'
특허청 팀장이 풀어낸 국내 의약특허 히스토리 'A to Z'
  • 김경애
  • 승인 2019.12.03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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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미 약품화학심사과 팀장 발표

의약분야 발명에서 선택발명은 중요하다. 만일 필기구의 하위개념 중 일부라 할 수 있는 볼펜을 발명했다고 가정하면, 필기구와 볼펜이 중복된 발명이 아니냐는 지적이 뒤따른다. 대표 사례는 라세미체(Racemate)에서 분리된 광학이성질체다. 라세미체는 +이성질체와 -이성질체의 혼합물인데, 이 중 +이성질체 또는 -이성질체를 선택해 발명한 경우 신규성에 대한 법리적 문제가 발생한다. 

김경미 특허청 약품화학심사과 특허팀장

김경미 특허청 약품화학심사과 특허팀장은 2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대강당에서 열린 의약품 허가특허연계제도 교육에서 "선택발명은 법원에서도 재밌는 법리로 의약품 분야를 비롯해 많은 이들의 관심사"라며 "라세미체의 경우 우리나라만 선택발명이라고 하고, 다른 나라에서는 단순히 이성질체 발명이라 부른다. 우리나라는 처음 선택발명 법리를 라세미체로 만들었는데, 지금와서 보니 10년전에 만든 법리로 커버되지 않는 느낌이 있다"고 했다. 

2003년 대법원(2002후1935)은 라세미체에 대해 "광학이성질체에 그 용도와 관련된 여러 효과가 있는 경우 효과의 현저함이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광학이성질체의 효과 모두를 이에 대응하는 공지의 라세미체 효과에 대비해 모든 종류의 효과 면에서 현저한 차이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 광학이성질체 효과 중 일부라도 이에 대응하는 라세미체 효과에 비해 현저하다고 인정되면 충분하다"며 "그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자가 단순한 반복 실험으로 광학이성질체의 현저한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효과의 현저함을 부인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선택발명 사례는 이 외에도 플라빅스(2008후736, 743)·리피토(2008후3469, 3476)·산화질소 신타아제 억제제(2007허2285, 상고취하), 리바스티그민 등 신규성 부정사례, 아픽사반 등 진보성 부정사례, 올라자핀(2010후3424)·리바스티그민(2014후2696) 등 진보성 인정사례 등이 있다. 

항응고제(NOAC) '다비가트란 에텍실레이트'(2016허5538, 2017후653 기각)는 질적 차이를 확인할 구체적·정량적 내용이 기재돼있지 않아 무효로 처리된 사례다. 특허법원은 "선행발명에서 다비가트란 에텍실레이트 염이 상위개념으로 기재돼 선택발명에 해당한다. 명세서에는 다비가트린 에텍실레이트 메탄설토네이트 효과가 기재돼 있지 않아 효과의 현저성이 부정된다"며 이 사건을 기각했다. 

치매 치료제 '리바스티그민'은 앞선 라세미체와 동일한 염 선택발명 사례(2014후2696)다. 경피흡수용도(2014후2702), 패치 용량·용법(2016후4368, 상고취하) 등 다양한 사건이 존재한다. 김 팀장은 "특허법원은 진보성이 없다고 판단했고, 대법원은 진보성은 있지만 신규성은 부정될 수 있지 않겠냐며 내려보냈다. 다시 특허법원은 신규성이 없다며 무효로 판단했고, 결국 대법원은 진보성은 있지만 신규성은 없다는 재밌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리바스티그민의 경우 물질은 죽었는데 용도발명은 신규성·진보성을 모두 인정받아 살아남았다. 김 팀장은 "경피용 효과가 좋아 다른 기업에서 패치로 발명했는데, 이 발명은 특허법원에서 진보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고 대법원 상고 취하로 거절이 확정됐다"고 했다. 

다음은 이날 김 팀장이 설명한 의약분야 주요 특허사례.

결정형발명=결정형발명은 선택발명 법리와 거의 동일하지만, 선택발명으로 보진 않는다. 자니딥(2010후2865, 2872)과 이반드로네이트(2010후3554) 사례가 대표적이다. 자니딥은 '용해도가 5배 더 우수하다', 이반드로네이트는 '더 안전하다'고 주장했는데, 대법원은 무엇이 어떻게 좋고 5배의 약제학적 의미가 무엇인지 등을 고려해 무효로 처리했다. 

김 팀장은 "결정형발명은 심사가 힘들다. '우리 제품 효과가 기존 제품 중 가장 좋으니 특허를 내주세요'라고 요청하면 고민된다. 용해도가 좋아졌다며 효과가 현저하니 특허를 달라고 의견서를 낸 것 중 내가 거절한 건 1건이 있다. 원래 제품들도 용해도가 좋았는데 거기서 더 좋아진 사례다. 2배 더 좋아져도 의미가 있어야 한다. 흡수가 잘 안 되는 문제도 발생한다. 대법원에서도 무조건 5배 좋아지는 건 의미가 없다며 대부분 무효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의약용도발명=김 팀장은 "의약용도발명은 문제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특이한 형태의 용도발명이 나타나면서 에버그리닝 전략으로 특허를 가져가는 일이 많다"고 했다. 에버그리닝 특허 전략은 오리지널 제약사가 합법적으로 제네릭의약품의 시장진출을 지연시키기 위해 미시적 개량에 대한 특허를 취득한 후 그 특허권을 이용하는 전략이다. 

김 팀장은 약리기전을 기재한 용도발명이 난해한 부분이라고 했다. 대법원은 "약리기전은 특정 물질에 불가분적으로 내재된 속성에 불과하므로 의약용도발명의 특허청구범위에 기재되는 약리기전은 특정 물질이 가진 의약용도를 특정하는 한도 내에서만 발명 구성요소 의미를 가진다"며 "약리기전 그 자체가 특허청구범위를 한정하는 구성요소라고 볼 수 없다"고 정리했다. 결론적으로 약리기전만으로 판단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투여용법·용량에 대한 사례는 엔테카비르(2014후768)가 있다. 엔테카비르 제제는 1일1회 투여 가능한 B형 간염 바이러스 치료용 정제로, 대법원은 기재된 내용들을 종합적·전체적으로 판단해 판시했다. 대법원은 "용법용량은 의료행위 그 자체가 아닌, 의약이라는 물건이 효능을 온전하게 발휘하게 하는 속성을 표현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구성요소가 될 수 있다"며 "용법용량이라는 새로운 의약용도 부가로 신규성·진보성 등 특허요건을 갖춘 의약으로 판단돼 새 특허권이 부여될 수 있다"고 했다. 김 팀장은 "용량용법은 판단이 어렵다. 최근 쓰는 범위가 자유로워지는 추세고, 써 있는 건 다 판단하라는 트랜드가 있다"고 했다. 

제2의 의약용도 진보성을 부정한 사례는 만성골수병백혈병 치료제 글리백 사례(2016후502)가 있다. 노바티스는 양성 위장관기질종양(GIST)에 대한 새로운 의약용도발명 출원 전에 "임상이 막 시작됐는데, 초기 결과가 흥미로워 보인다"라는 내용을 포함한 리뷰 논문을 발표하고 진보성을 주장했다. 특허법원은 글리백의 진보성을 인정했으나 대법원은 "GIST 치료용도에 대한 효과는 선행발명들로부터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며 부정했다. 

프레가발린(2013후2873, 2880)과 지방유래 줄기세포(2013후747)는 반대로 진보성이 인정된 사례다. 김 팀장은 "진보성을 대법원이 인정한 사례는 많지 않다. 프레가발린은 선행 기술은 많고 기존 개발약물은 적어 전반적으로 진보성이 있다고 봤다. 전체적으로 고려되면서 진보성이 인정된 흔치 않은 사례"라며 "지방유래 줄기세포의 경우 대법원은 '지방에 줄기세포가 존재한다는 건 생각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진보성을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존속기간연장제도=특허권이 출원한 날부터 20년까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인데, 의약품의 경우 허가받는 기간을 고려해 기간을 더 연장해주는 제도가 존속기간연장제도다. 연장 대상 범위와 기간, 연장된 특허권의 효력 범위 등이 쟁점이다. 

김 팀장은 "자누비아가 특이 사례다. 자누비아는 연장 기간이 1년 1개월 27일인데, 안유·기시 때문에 3차 보완자료 요청이 나갔다. 3차 보완이 나가는 경우는 사실 거의 없다. 식약처에서 허가권자가 제출한 '제조·판매 증명서' 자료를 못 보고 또 내라고 한 것"이라며 "보완기간은 2007년 9월 6일부터 17일까지로, 이 기간은 연장하는 게 맞다. 특허권자 귀책 사유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특허법원에 계류 중인 가브스정 사건(2017당2256)의 경우 심결에서 기간에 대해 무효를 인용한 첫 사례다. 특허심판원은 임상시험 종료일부터 허가관련 서류 접수일 사이 기간과 DMF 신고필증교부일부터 수입품목허가·안유심 심사의뢰서 제출일이 특허권자의 책임있는 사유에 해당한다고 봤다. 특허심판원은 "2000-7 고시 적용대상이지만, 보완기간은 특허권자 귀책 기간이므로, 그 특허발명을 실시할 수 없었던 기간을 초과하는 187 연장 등록을 무효로 한다"고 판단했다. 

권리범위확인심판=이 심판의 쟁점은 다툼이 없는 경우 확인의 이익, 문언침해의 경우 자유실시기술법리 적용 여부 등이 있다. 다툼이 없는 경우(2014후2849) 법리를 보면, 대법원은 "심판청구인이 장래 실시할 예정이라고 주장하면서 심판대상으로 특정한 확인대상발명이 특허권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는 점에 관해 아무런 다툼이 없는 경우라면, 그러한 확인대상발명을 심판대상으로 하는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은 심판청구 이익이 없어 허용되지 않는다"고 정리했다. 

자유실시기술의 법리(2016후366)에 대해서는 "자유실시기술 법리의 본질·기능·대비하는 대상 등에 비춰볼 때 자유실시기술 법리는 특허권 침해 여부를 판단할 때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라며 "확인대상 발명이 결과적으로 특허발명 청구범위에 나타난 모든 구성요소과 그 유기적 결합관계를 그대로 가진 이른바 문언 침해에 해당하는 경우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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