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가위' 전쟁 치고들어간 툴젠
글로벌 '가위' 전쟁 치고들어간 툴젠
  • 김경교 대표 (교연특허법률사무소)
  • 승인 2019.10.25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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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진핵세포에 적용하는 기술 한 발 빠르게 특허등록

유전공학 기술은 인간이 생물 개체, 세포의 유전자 서열 또는 발현 등을 인위적으로 조작하고, 이에 따라 원하는 형질을 유도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일각에서는 유전공학 기술을 신의 영역에 대한 도전으로 바라보기도 하지만, 종교적 혹은 윤리적 문제들을 논외로 한다면 그 활용 범위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과거 작물이나 가축의 형질을 개량하기 위해서는 직접 교배 과정을 거쳐야 했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였으며 그 효과도 미미하였다. 그러나, 유전공학 기술의 혁신적인 발전에 따라 현재는 유전자 조작으로 생명체에 원하는 유전형질을 인공적으로 도입할 수 있게 되었다. 유전자 변형 작물로서 '무르지 않는 토마토 (Flavr Savr)', '제초제 저항성 콩 (Round-up Ready Soybean)', '병충해 내성 옥수수 (Bt maize)' 등이 상품화되었고, 암 유전자를 갖는 마우스 (하버드 마우스)와 같은 다양한 종류의 질환-모델 동물들이 개발되어 질환 연구에 사용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유전적 질환이나 에이즈, 암과 같이 극복이 어려운 난치성 질환들에 대해서도 유전공학 기술을 이용한 다양한 치료 방법들이 제시되고 있다. 즉, 유전공학 기술의 발달로 식량 문제, 인류 보건 문제와 같이 인간의 삶의 질을 넘어 인류 생존에 직결되는 문제들이 이미 해결되었거나 또는 해결될 실마리를 갖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최근 유전공학 분야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기술 중 하나인 CRISPR/Cas9의 특허분쟁 이슈를 살펴보고, 특허 실무자 입장에서 이와 같은 혁신기술에 대한 특허 업무를 담당할 경우 유의해야 할 점들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CRISPR/Cas9은?

제한 효소(Restriction enzyme)를 이용한 유전자 조작은 이미 1970년대부터 수행되어왔으나, 짧은 단위 서열을 인식하는 제한효소의 특성상 세포 내 존재하는 유전자를 직접 교정하는 것과 같이 정밀한 유전자 조작은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직접적으로 표적 유전자 부위를 인식하여 DNA를 절단하는 유전자 가위 기술은 가히 혁신적인 것이었다. 1세대 유전자 가위인 '징크 핑거 뉴클레이즈 (Zinc Finger nuclease)', 2세대 유전자 가위인 '탈렌 (TALLEN)'을 거쳐 3세대 유전자 가위인 '크리스퍼 (CRISPR)'가 개발되었으며, 현재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가 유전체 교정도구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다.

출처=툴젠 홈페이지.
출처=툴젠 홈페이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표적 대상이 되는 유전자에 결합되는 가이드 RNA와 DNA를 절단하는 Cas9 단백질로 구성된다. Cas9 단백질에 의해 DNA가 절단(Double strand break, DSB)되면 절단된 DNA가 수선되는 과정(non-homologous end joining, NHEJ)에서 수식에러에 의해 표적 DNA의 염기배열에 일부 삽입/결손(Insertion/deletion, INDEL)이 일어나게 되며, 결과적으로 표적 유전자의 기능을 제거할 수 있다 (knock-out). 또한, donor DNA를 같이 도입하여 상동재조합 (homologous recombination)에 의해 원하는 유전자 서열을 유전체에 삽입할 수도 있다 (knock-in).

1, 2세대 유전자 가위인 ZFN과 TALLEN은 모두 표적 DNA를 인식하는 역할을 '단백질'이 수행하므로, 표적 유전자에 따라 매번 대응되는 단백질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단백질의 설계는 기술적으로 쉽지 않고 설계 및 제조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며, 그 밖에도 효율이 떨어진다던지 단백질 크기가 커서 세포 내 도입이 어렵다는 등의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경우 '가이드 RNA'에 의해 표적 DNA를 인식하므로, 별도의 단백질 설계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다. 또한, RNA 설계는 상대적으로 간편하기 때문에 유전자 가위 중 비용, 편의성, 효율성 측면에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가 가장 유용하다고 평가 받는다.

이와 같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은 2015년 Science지 올해의 혁신기술, 2016년 MIT 테크놀로지 리뷰의 10대 기술에 선정되는 등 그 기술적 가치를 인정 받았으며, 2019년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시장은 2019년 41.4억 달러에서 2023년 71.2억 달러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리서치 툴 (research tools)로서는 물론이고, 작물이나 가축의 개량, 더 나아가 유전자 교정을 이용한 난치성 질환의 치료에 이르기까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해 보인다.

◆ CRISPR/Cas9 특허 분쟁 현황

CRISPR 기술은 미국 UC 버클리대학교 제니퍼 다우드나 (Jennifer Doudna) 교수와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엠마뉴엘 샤르팡티에 (Emmanuelle Charpentier) 교수의 공동연구팀 (이하, UC버클리 그룹)에 의해서 최초로 출원되었다. UC버클리 그룹은 미국에서 최초의 가출원 (2012. 5. 25.)을 시작으로 총 4건의 가출원을 신청한 뒤 이들 모두를 묶어 미국 정규출원과 PCT 출원 (2013. 3. 15.)을 하였다.

비슷한 시기에, MIT 펭장 (Feng Zhang) 교수의 브로드연구소 (MIT와 하버드의 공동연구소; 이하,브로드연구소 그룹)는 CRISPR 기술을 5개의 미국 가출원 (최초 2012. 12. 12.)을 기초로 미국 정규출원 (2013. 10. 15.)을 하였다. UC버클리 그룹에 비해 출원일이 늦었음에도 브로드연구소 그룹은 우선심사 신청 (Track one request)을 통해 CRISPR 기술 최초로 미국에서 특허등록 (2014. 4. 15.)을 받게 되었다.

UC버클리 그룹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미국 특허심판원 (이하, PTAB)에 저촉절차 (interference proceeding)를 신청함으로써 CRISPR 기술 관련 특허 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저촉절차는 개정 전 미국 특허법 하에서 선발명자를 결정하는 절차로서, 두 당사자의 청구항이 특허적으로 구별할 수 없다면 먼저 발명한 자에게 특허권을 부여하는 절차이다. 여기서, 특허적으로 구별할 수 있는지 여부는 하나의 발명을 선행기술로 가정하고 신규성, 진보성이 인정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미국에서 양 그룹의 가출원과 이들을 기초로 한 정규출원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미국에서 양 그룹의 가출원과 이들을 기초로 한 정규출원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본 사건에서 PTAB는 브로드연구소 그룹의 특허가 <진핵세포에서의 CRISPR 기술>에 관한 것이고, UC버클리 그룹의 특허는 <원핵세포에서의 CRISPR 기술>에 관한 것으로 두 기술이 서로 저촉되지 않는다고 결정하였다. UC버클리 그룹은 PTAB의 결정에 대하여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 (이하, CAFC)에 항소하였으나, CAFC는 PTAB의 결정을 지지하면서 사건은 브로드연구소 그룹의 승리로 일단락되는 듯 하였다.

그러나, 최근 UC버클리 그룹은 별도로 진핵세포에 CRISPR를 적용한 발명에 대해 계속출원 (continuation application)을 하고 브로드연구소 그룹의 등록 특허에 대해 새로운 저촉절차를 신청함으로써 분쟁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UC버클리 그룹이 분쟁에서 승리하고 진핵세포 적용 기술까지 권리화할 수 있을지, 아니면 브로드연구소 그룹이 방어에 성공하여 등록특허를 유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우리나라 기업인 툴젠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진핵세포에 적용하는 기술을 브로드연구소 그룹보다 빠른 시기에 미국에 가출원 (2012. 10. 23.)하였고, 이를 기초로 한국, 유럽, 일본에서 특허를 등록받았다. 미국에서는 아직까지 심사 중인데, 저촉절차에서 UC버클리 그룹의 <원핵세포에서의 CRISPR 기술>과 브로드연구소 그룹의 <진핵세포에서의 CRISPR 기술>이 저촉되지 않는다고 판단된 점을 고려하면, 더 빠른 우선일을 확보하고 있는 툴젠이 브로드연구소 그룹에 비해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세계적으로 분쟁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고, 특히 UC버클리 그룹이 진핵세포에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적용하는 기술까지 권리화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므로, 최후의 승자가 누가 될지는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허 실무자가 주의해야 할 점

김경교 대표.
김경교 대표.

기술발전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다수의 연구자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기술분야에서는 출원일을 선점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극단적으로는 불과 하루 차이로 원천기술에 대한 특허권을 확보할 수도, 반대로 등록에 이르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과 같은 혁신기술을 담당하는 실무자는 빠른 출원일 확보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미국의 가출원 제도나 우리나라의 외국어 출원 제도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다만, 출원일 선점만을 고려하여 무리하게 출원을 진행할 경우, 부실한 선출원 명세서에 의해 정규출원 내지는 우선권주장 출원시 출원인이 원하는 청구범위까지 우선일이 인정되지 않는 불상사가 발생할 위험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특허 실무자는 담당하는 특허 발명이 출원일 선점이 가장 중요한 사안인지, 아니면 출원일 선점보다 충실하게 작성된 선출원 명세서가 필요한 사안인지 판단하고 이에 맞추어 업무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

또한, 위에서 다루지 않았으나 브로드연구소 그룹의 유럽 출원의 경우 우선권 주장된 일부 미국 가출원과 '동일 출원인' 요건을 만족시키지 못해 우선권을 인정받지 못하였고, 그 결과 유럽특허청 이의신청부에서는 우선권이 인정된 세번째 가출원의 출원일 하루 전 발표된 논문들을 선행문헌으로 하여 유럽 출원의 신규성을 부정하였다 (현재 항고 진행 중). 자칫 사소한 사항으로 취급될 수도 있는 서지사항에 의해 특허 자체가 날아갈 위험에 처한 것이다. 위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특허 실무자들은 출원 명세서 작성뿐만 아니라 출원인, 발명자 등 서지사항을 작성함에 있어서도 상당한 주의를 기울이고, 국가별 특허제도의 차이점을 명확히 인지하여 위와 같은 불상사가 초래되지 않도록 항상 조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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