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약한 특허로 촘촘한 방어막 중요...유럽에선 손실

2020년의 첫 해가 힘차게 떠오른지 어느덧 열흘 넘게 지났다. 국내의 여러 제약바이오 업체들은 매년 1월에 개최되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이하 ‘JPM’)를 통하여 자신들의 우수한 플랫폼 기술 또는 매력적인 파이프라인을 알리기 위하여 동분서주하고 있다. 최근 JPM을 통하여 기술이전이 촉발되었던 여러 사례를 고려할 때, 올해도 낭보가 이어질지 두근거리게 되는 요즘이다.

JPM에 참가하는 많은 업체들이 노리는 기술이전이 이루어려면 당연히 기술 자체가 훌륭하고 기존 기술과 차별화 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기술이 아무리 훌륭하다 하더라도 이를 온전히 특허로서 보호하지 못한다면 수요처의 관심은 급속히 식을 수 있다. 반면, 특허 보호막이 막강하다면 기술의 가치는 생각보다 크게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특허가 기술 가치를 이렇게 좌지우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술도입(licensing-in)하는 업체는 인큐베이팅하여 빅파마에 되팔 가능성도 있지만, 여기에선 해당 기술의 ”사업화“를 목적으로 기술도입하는 경우를 가정해 보자. 해당 업체는 매력적인 파이프라인을 확보함으로써 임상 허가를 받은 후, 매출을 성장시켜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키울 단꿈을 꿀 것이다. 그런데, 블록버스터가 되면 제네릭사 또는 바이오시밀러사(이하 ‘제네릭사’)는 그 시장에 군침을 흘리게 될 것이다.

즉, 블록버스터 의약품에 대한 특허 분쟁은 필연이라 하겠다. 그러나 잘 대비한다면 분쟁을 예방하거나 최소한 일정 기간 동안 제네릭 진입을 억제할 수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오리지날사의 입장에서 특허 분쟁을 어떻게 최소화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살피고자 한다.

주요 시장에서 촘촘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한다

(2019. 12. 05. 제약특허연구회 발표 자료)
(2019. 12. 05. 제약특허연구회 발표 자료)

제네릭사가 특정 의약품 시장 진입을 노릴 경우, 가장 먼저 하는 작업은 관련 특허의 존재 및 청구범위를 살피는 것이다.

관련 특허가 모두 만료되었다면 위 도표에 표시된 것처럼 자유롭게 곧바로 시장 진입이 가능할 텐데, 실제 상황이라면 이미 너도 나도 진입하여 시장이 포화되어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경우는 제외하고 특허가 존재하는 경우로 제한하여 살피기로 한다.

제네릭사는 오리지날 의약품 특허의 청구범위를 살펴보고 본인의 개발예정 제품이 회피라는 결론이 나온다면 무효사유 유무를 불문하고 회피 전략을 구사할 것이다. 특허 빗장을 친절하게 열어줘서 제3자가 무임승차할 기회를 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피가 불가능하지만 무효사유가 있다는 판단이 선다면 과감하게 해당 특허의 무효화를 시도할 것이다. 만약 무효도 어렵다면 어쩔 수 없이 제네릭 제품의 조기 출시를 포기하고 관련 특허가 모두 만료될 때까지 대기해야 할 것이다.

이런 통상적인 제네릭사의 진입 전략을 참고할 때, 오리지날사가 염두에 둘 것은 무엇일까? 답은 어렵지 않다. 회피가 어려우면서 무효도 어려운 범위로 ”권리화“, 즉 강한 특허를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말은 쉽지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심사관의 저항, 추가 실험, 높은 대응 비용 등이 예상되는데, 이러한 번거로움을 귀찮아하는 순간 강한 특허 확보는 소원해질 것이다. 따라서 향후의 분쟁을 떠올리면서 끈질기게 강한 특허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한편, 회피 또는 무효화가 어려워 특허 만료를 기다리던 제네릭사는 해당 의약품의 특허 독점권을 잃는 순간(LOE; Loss of Exclusivity)을 기다렸다는 듯이 시장에 진입하게 될 것이다. 그 결과 아래 표에 정리된 것처럼 일부 오리지날 의약품의 매출이 급감하는 특허 절벽(Patent Cliff) 현상을 겪게 된다.

(2019. 11. 28. 혁신신약살롱 오송 발표 자료)
(2019. 11. 28. 혁신신약살롱 오송 발표 자료)

2017년까지 10대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이자 TNF-α 억제제인 휴미라, 엔브렐, 레미케이드를 비교해 보자. 미국에서 아직 특허가 살아있는 휴미라의 경우 여전히 승승장구하면서 글로벌 1위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특허가 만료된 엔브렐과 레미케이드는 매출이 급감하여 순위가 추락하고 있으며 레미케이드는 2018년에 이미 10위권에서 밀려났다.

여기서 오리지날사가 배울 점은 또 무엇일까? Life cycle management(LCM)을 통하여 특허의 실질적 존속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후속 특허들을 계속 만들어내는 것이다(제네릭사 입장에서는 에버그리닝으로 볼 수 있겠다). 예를 들어, ▲ 적응증 확장 또는 약물 재창출(drug repositioning)에 따른 의약용도발명, ▲ 새로운 환자군에 대한 의약용도발명(예를 들어, TNBC), ▲ 투여용법 용량으로 한정된 의약용도발명, ▲ 염 발명, ▲ 결정형/용매화물/공결정 발명, ▲ 제제 발명, ▲ 제조방법 발명 등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심지어 선택발명에 의한 후속 물질발명도 LCM의 일환으로 고려할 수 있다.

오리지날사는 개발 초기부터 제네릭사가 침투할 수 있는 다양한 경로를 예상해 보고 위에서 예시된 특허들을 통하여 특허 방어막을 촘촘하게 짜는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일단 전략이 세워지면 타임라인에 맞게 해당 발명들을 출원하고 그 이후에도 후속 특허를 출원하는 작업을 멈추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비록 권리범위가 좁거나 무효가 우려되는 특허라 하더라도 일단 등록시키면 1차 저지막 또는 총알받이로서 제네릭사의 진입을 조금이라도 늦출 수 있으니 스스로 폄하하지 말고 권리화를 시도해 보는 것이 좋겠다.

김경교 대표변리사.
김경교 대표변리사.

이번엔 휴미라 케이스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휴미라의 미국 특허는 2023년까지 살아 있으며, 미국 시장이 글로벌 50%에 육박하기 때문에 아직은 글로벌 1위를 수성하고 있다. 그런데, 유럽에서는 특허 보호가 끝나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되었으며 Abbvie는 유럽 시장을 지키기 위하여 휴미라를 80% 할인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에서는 상대적으로 특허 포트폴리오가 촘촘하게 잘 짜여 있어서 2023년까지 바이오시밀러 진입을 억제하고 있지만, 유럽에서는 특허가 상대적으로 미약하여 매출의 큰 손실을 보고 있는 것이다.

휴미라 케이스에서 무슨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시장에 걸맞는 특허 포트폴리오 보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물론 Abbvie도 이를 시도하였을 것이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은 미국/캐나다의 북미 시장이 가장 크고, 그 다음이 유럽 시장이며, 그 외에 오세아니아 시장, 아시아 시장, 중동 시장, 중남미 시장, 아프리카 시장이 있겠다. 모든 시장에 대하여 수많은 특허들을 출원하여 유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테지만, 개발 과정에서 블록버스터의 냄새가 풍긴다면 북미, 유럽 등 큰 시장과 전략적으로 중요한 시장에서 특허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리하면, 물질특허 등 강한 특허로 뼈대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고, 그 이후에는 중간 강도의 특허, 약한 강도의 특허를 가리지 않고 촘촘한 방어막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불어, 시장성이 큰 지역 또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에서 위 특허들을 모두 권리화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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