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분-유효성분설 탄력적용, 공개되지 않은 국내사 돌파전략 관심

솔리페나신 판결의 직접적 영향권에 있는 챔픽스 특허소송은 5월 24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솔리페나신 판결의 직접적 영향권에 있는 챔픽스 특허소송은 5월 24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솔리페나신 판결로 불리우는 대법원 2017다245798 판결(2019.1.17.)이 선고된지 어느덧 3개월이 되었다. 위 판결에서 여지를 남겨주었지만, 필자는 “염변경에 의한 연장된 특허권의 회피 전략”(이하 “염변경 전략”)의 종말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생각과 달리 일부 제약사들은 염변경 전략을 내려놓지 않고 끈질기게 돌파구를 찾고 있었다.

염변경 전략 관련 사건과 이해관계가 전혀 없는 필자는 순수한 호기심만으로 한국특허법학회 세미나(2019.2.23.), 국회 간담회(2019.3.12.), 챔픽스 사건 특허법원 변론(2019.3.27.), 제약특허연구회 세미나(2019.4.11.)를 빠짐없이 참석하였다. 그간에 솔리페나신 판결과 그 후속 사건을 지켜본 내용을 혼자만 간직하기 아쉬워 제3자의 시각으로 주제 넘게 참견해 본다.

◆대법원의 묘수? 또는 꼼수?

솔리페나신 판결 이전에 특허법 제95조의 “허가 등의 대상물건에 관한 그 특허발명의 실시”의 해석과 관련하여, 제네릭사는 주성분설, 오리지널사는 유효성분설을 취하면서 서로 다투었는데, 이번 대법원 판결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하지 않고 “유효성분, 치료효과 및 용도가 동일한지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라고 하면서 그 판단방법으로 “염 변경의 용이성” 및 “치료효과나 용도의 실질적 동일성”이라는 신축적인 기준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판결을 Case-by-Case로 판단하라는 합리적인 판결 또는 대법원의 묘수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그러나, 대법원에서 승패에 대한 명확한 결론이 나길 바랬던 오리지널사와 제네릭사 어느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하였다. 필자에게는 대법원의 묘수가 아니라 대법원의 꼼수로 받아들여진다.

대법원이 제시한 신축적인 기준으로 말미암아 오리지널사와 제네릭사는 새로운 전쟁터로 옮겨 “염 변경의 용이성”이나 “치료효과나 용도의 실질적 동일성”에 대하여 다시 치열하게 다투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는 심판소송 경제상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솔리페나신 판결이 당사들에게 과연 긍정적인 판결일까?

◆특허법 제95조를 명확히 해석했나

존속기간 연장제도는 의약품의 특수성에 기인하여 예외적으로 존속기간을 일정 기간 연장해 주는 제도이며, 특허법 제95조는 위와 같이 예외적으로 연장된 특허권의 효력범위를 제한하는 규정이다. 오리지널사에게 존속기간 연장이란 엄청난 혜택을 부여한 이상 특허법 제95조는 법조문을 매우 엄격하게 그리고 명확하게 해석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믿는다.

그러나 대법원은 염변경의 경우에 이러한 신축적 기준에 따라 Case-by-Case로 판단하라는 지침만을 내렸을 뿐, “허가 등의 대상물건에 관한 그 특허발명의 실시”란 무엇인지에 대하여 아무런 해석도 하지 않았다. 그 의미가 무엇인지는 대법원만 알고 있을 뿐, 그 의중은 추측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법원은 법률심이다. 그렇다면 법조항의 의미를 더욱 적극적으로 했어야 한다고 본다. 솔리페나신 판결에서 대법원이 제시한 신축적인 기준에는 왜(why)가 빠져 있다. 특허법 제95조에서 효력범위를 청구범위를 기준으로 하지 않고 허가 대상물건에 관한 특허발명의 실시로 규정하고 있는 점, 허가 등의 대상 품목의 실시로 제한하지는 않은 점이 신축적 판단기준에 대한 왜(why)가 된다고 보지 않는다. 품목의 실시로 제한하지 않았다는 점이 제품설을 취할 수 없다는 이유는 될지언정 주성분설을 취할 수 없는 이유는 아니지 않는가?

◆입법적 해결을 왜 선택하지 않았나

일본은 판례에 의하여 연장된 특허권의 효력범위를 제품설로 보고 있는 반면, 미국, 유럽은 법조문으로 유효성분설을 취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은 이의 절충설이라 할 수 있는 주성분설을 기초로 비침해를 주장해왔다.

이미 주장한 바와 같이 예외적 규정인 특허법 제95조는 법적 안정성을 위하여 법문에 기초하여 엄격하게 해석함이 타당하다. 대법원이 제시한 근거 그대로 특허법 제95조에는 (염이 다르더라도) 유효성분이 동일하면 연장된 특허권의 효력이 미친다는 명시적인 표현이 없으므로 유효성분설을 배척함이 오히려 합리적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대법원이 미국 유럽 수준의 특허권 강화를 위하여 유효성분설의 결론에 맞추어 놓고 다른 국가 어디에서도 제시된 적 없는 새로운 기준으로 제네릭사에게 희망고문만 안겨준 것은 아닐까?

대법원은 구체적 타당성을 고려하여 유효성분설이 맞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더라도 일단 제정된 법조문 하에서 법리를 해석함이 타당하며, 현 법조항으로 해결되지 않는 구체적 타당성은 입법기관에 공을 돌려야 했다.

◆국내제약의 대응전략은 통할까

어찌됐든 대법원은 이미 3개월 전에 오리지널사에 유리한 판결을 내렸다. 이제 와서 이를 더 다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에 국내 제약사들은 솔리페나신 판결에서 제시한 신축적 기준에 매달려 염변경 전략을 이어나가야 하는 처지이다.

솔리페나신 판결 이후 국내 제약사들은 염의 클래스가 다른 점 등으로 염 변경이 용이하지 않고, 염 변경으로 인하여 제제학적 효과가 다르다는 점을 근거로 치료학적 효과가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약학적으로 사용된 예를 살펴볼 수 없을 정도로 희귀한 염이 아닌 이상 염 변경이 용이하지 않다는 점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한, 회피 대상인 물질발명의 본질을 고려할 때 제제학적 효과를 과연 치료효과로 인정해 줄지도 역시 의문이다.

염 변경이 아닌 프로드럭에 대한 경우이지만, 비리어드(테노포비르 디소프록실 푸마레이트)의 투여용량을 1/10으로 줄인 베믈리디(테노포비르 알라페나미드 푸마레이트) 정도는 되어야 비로소 치료효과가 다르다고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에서 제약특허연구회 세미나 좌장이 국내 제약사들의 주장이 공허하게 들린다고 지적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많은 주장이 있었지만 전세를 단숨에 역전시킬만한 킬링 포인트는 발견하지 못하였다.

◆전세역전, 히든카드를 기대하며

솔리페나신 판결은 여러 가지 이유로 아쉽지만, 국내 제약사들은 일단 그 판결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불리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의 대응전략이 과연 재판부를 설득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공개적인 자리에서 밝힐 수 없는 여러 카드들이 남아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된다. 어떤 히튼카드가 전세를 역전시킬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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