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판 돈으로 신약개발 하면 폼나고 좋겠지만...
신약 판 돈으로 신약개발 하면 폼나고 좋겠지만...
  • 박찬하
  • 승인 2018.12.14 0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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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제네릭 잘 파는 회사가 R&D에도 열심...쪽박 깨는 제네릭 정책 경계
유한양행 연구소 R&D 현장.
유한양행 연구소 R&D 현장.

잠시 잊혀진 듯 하지만 제약바이오업계는 제네릭의약품 허가 및 약가제도 개선이라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다. 제네릭 숫자와 약가를 연동하는 정책방향은 제네릭 사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능이익 수준을 최대한 낮춰서 문제를 풀겠다는 발상이다. “제네릭 팔아서 R&D 했느냐”는 냉소적 시각이 그 바탕에 깔린 것 같다.

이런 생각이 꼭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냉정히 되돌아보고 개선해야할 과오를 우린 분명 떠 안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제네릭 잘 파는 회사 중엔 R&D까지 열심인 업체들이 꽤 있다는 사실이다. 관점을 조금만 틀어서 찬찬히 들여다보면 제약바이오산업이 구조적 과도기에 있다는 점을 눈치챌 수 있다.

신약 팔아 얻은 이익으로 신약 만든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우리 업계의 체력은 아직 그 수준에 미치진 못한다. 제네릭 팔아 캐쉬카우 만들고 이렇게 만들어진 자금을 R&D로 선순환시키는 것이 현 단계의 해법일 수 밖에 없다.

히트뉴스는 이런 관점에서 2018년 상반기 보험청구 상위 1000품목을 찬찬히 뜯어 봤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상위-대형 제약회사들이 제네릭도 잘 팔고 R&D도 열심히 했다는 점이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데, 입증까지 해 보려는데는 이유가 있다. 상위 1000품목 안에서의 분석이라는 점은 감안하고 살펴보자.

올 상반기까지 제네릭 매출이 가장 컸던 회사는 795억을 기록한 종근당이었고 대웅제약(643억), 삼진제약(588억), 동아에스티(354억), 유한양행(307억), 한미약품(283억) 순이었다. 삼진의 경우 항혈전제 플라빅스 제네릭인 플래리스가 최고 청구액인 301억을 기록했지만 실질적인 R&D 성과 측면에선 물음표가 있으므로 논의에서 제외한다. 다만, 삼진 역시 상반기까지 매출의 9.2%를 R&D에 썼다고 공시는 하고 있다.

제네릭 팔아 돈만 챙긴다는 일반의 비판은 이 대목에서 깨어진다. 제네릭 잘 판 이 업체들은 R&D 투자에도 인색하지 않았다. 한미약품은 상반기 매출의 19.6%인 953억을, 동아에스티는 13.2%인 380억을, 대웅제약은 13.1%인 590억을, 종근당은 11.0%인 500억을, 유한양행은 6.8%인 492억을 미래동력에 각각 투자했다.

이 회사들이 올해 내놓은 R&D 실적도 확인해 보자. 유한양행은 ▲EGFR(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 표적항암치료제와 ▲퇴행성디스크질환치료제 YH14618 등 2건의 기술수출 성과를 냈는데 이중 얀센 바이오테크와 파트너가 된 표적항암제의 경우 총 계약규모가 12억5500만달러에 달한다.

동아에스티는 당뇨병성신경병증치료제 DA-9801을 기술수출했고 빈혈치료제 네스프의 바이오시밀러 DA-3880의 일본 시판허가를 신청했다. 이미 발매한 당뇨병신약 슈가논(DPP-4억제제)의 에버그린 임상결과도 국제회의를 통해 알려나가고 있다. 종근당은 빈혈치료제인 네스프의 바이오시밀러 네스벨을 세계 최초로 허가 받았고, 자가면역질환 신약 CKD-506의 전임상 및 1상 결과를 미국 류마티스 학회(ACR)에서 공개했다.

대웅제약은 내년 초를 목표로 준비중인 보톨리눔톡신 제제 나보타의 미국 판매승인에 상당한 진척을 이뤘고 특발성폐섬유증치료제(PRS저해제) DWN12088과 이중표적 자가면역치료제 DWP213388의 전임상 결과를 ACR에서 발표했다.

굵직한 R&D 성과를 여러 차례 발표한 바 있는 한미약품은 미국 스펙트럼에 기술수출했던 지속형 호중구감소증치료제 롤론티스와 표적항암제 포지오티닙이 각각 FDA 허가와 혁신치료제 신청을 앞두고 있다. 또 사노피에 기술수출한 당뇨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는 경쟁약물인 트룰리시티와 직접 비교하는 임상 3상에 돌입하면서 상용화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

이쯤되면 과도기이긴 하지만 우리 제약바이오업계가 캐시카우를 R&D에 투자하는 선순환의 고리 쯤은 엮어놓은 단계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물론 제네릭만 하는, 그것도 음성적인 방법을 쓰는 업체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의 제도개선 방향이 이들 업체들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안다.

문제는 정부의 정책변화가 정밀타격 효과를 낼 수 있어야 하는건데, 이 대목에서 업계의 걱정이 있다. 흘러 나오는 얘기처럼 제네릭 약가수준을 일괄 낮춘다면, 당장 타격을 보는 곳은 음지의 업체들이 아니라 R&D를 이곳 저곳에 벌여놓은 건강한 기업들이라는 점이다. 빈대를 잡겠다고 딱 초가삼간을 태우는 꼴이다.

정부의 정책발표는 예상과 달리 늦어지고 있다.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해를 넘기는 것은 무방하지만 이번 만큼은 대증요법의 유혹을 떨쳐야 한다. 정밀타격이 될 수 있도록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줄 것을 당부한다. 과도기의 기틀은 살짝만 건드려도 되돌아오기 힘든 과거로 회귀할 만큼 연약하다. 희망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는 2019년이 되기를 성급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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