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여다보기=보험청구 200억 이상 품목 뜯어보다

어제 “길리어드, 7품목 갖고 약값 청구랭킹 올킬”이라는 기사를 보도해 드렸습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의 약값 청구데이터를 분석하면서 “참 대단하고 한편으론 부럽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신약의 산업적, 경제적 효과를 여러 차례 듣고 말하기도 했지만, 길리어드라는 걸출한 스타가 보여준 퍼포먼스를 보니 실감이 절로 납니다. 이런 국내 상황을 글로벌로 확대하면 그 규모는 천문학적일 것입니다.

패밀리 또는 시리즈 제품까지 하나의 단위로 묶어 200억원 이상의 연간 청구금액을 갖고 있는 품목과 회사 등을 별도로 분류해 봤습니다. 그 동안의 흔한 프레임으로는 국내사와 외자사를 분리하고 국내사 중에서도 도입품목은 외자로 분류한 후 “이것 봐라!!”며 업계를 혼내는 것이었습니다.

팩트를 우선 전달하면, 2017년 연간 청구금액 14조958억원의 약 32%인 4조6087억원을 200억 이상 청구한 112품목이 차지했는데, 이중 2조8487억원인 약 62%가 이른바 외자사 몫이었습니다. 속칭 토종회사들은 1조7600억원으로 40%를 넘기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무늬만 국내사 제품인 약 3600억원 정도를 제외하면 점유율은 30% 초반으로 떨어집니다.

기억을 더듬으면 이 수치는 10년을 전후로 크게 변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100대 청구품목 보도가 유행하던 시절, 사실상 외자 vs 국내의 비율이 7대3, 8대2에 가깝다는 불호령이 있었습니다. 신약개발은 안하고 제네릭만 한다거나, 남의 상품 갖다 파는 도매상이라는 비아냥은 지금까지도 꾸준히 이어지는 단골 소재입니다.

매년 동일한 잣대로 데이터가 축적되지 않았으니 정확하진 않지만, 무늬만 국내사 제품을 제외하더라도 30% 초중반의 점유율을 보였다면 수치적으로 진일보한 것 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사실상” ○○은 도매상이고, △△은 외자사고, 또다른 △▽은 ◇장사라는 지적들이 여전히 유효한 상황이니 200억원 반열에 오른 “우리” 품목들을 하나씩 뜯어보고 싶어집니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똘똘한 대형 제네릭들입니다. 아토르바(유한·335억)와 리피로우(종근당·427억), 프리그렐(종근당·223억)과 플래리스(삼진제약·574억) 등이 이른바 “돈 되는” 제네릭 비즈니스로 성장하며 국내사들의 점유율 방어에 한 축이 되었습니다.

한서제약을 인수한 셀트리온의 제약 비즈니스는 고덱스(416억)로 급성장 중이고 제미글로(LG화학·706억), 아모잘탄(한미약품·837억), 로수젯(한미·360억), 에소메졸(한미·263억) 등 기술 난이도가 올라간 제품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일양약품의 놀텍(220억)과 보령제약의 카나브(396억)와 같이 성장하는 국산신약을 보는 것은 예전과 분명 달라진 풍경입니다.

이렇게 뜯어 보니 속도는 못마땅해도 진일보한 것은 분명합니다. 청구순위 상위권을 단 몇 품목으로 올킬하는 길리어드의 위용을 따라가는 중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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