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약리학회 연구..."상호작용 가능성 낮고 공복혈당 감소"

"이상반응 프로파일, 단독투여와 유사"
복지부 관련 고시안 7개월째 속수무책
당뇨학회, 11일 학술대회서 찬반토론

국내 시판 중인 DPP-4 inhibitor 계열과 SGLT-2 inhibitor 계열 당뇨병치료제를 병용해도 대사과정에서 상호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또 안전성 측면에서 단독투여와 유사한 이상반응 프로파일이 관찰될 가능성이 높고, 효능에 있어서는 단독투여 대비 'HbA1c and/or' 공복 혈당의 유의한 감소를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약동학적 상호작용 측면이나 안전성·유효성 측면에서 두 계열 약제 간 전체에 대한 병용처방을 고려할 수 있다는 의미여서 지난해 제동이 걸린 병용요법 급여 타당성에 중요한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결과는 대한임상약리학회(책임연구자 장인진 학회 이사장·서울의대 교수)가 수행한 'SGLT-2 inhibitor 와 DPP-4 inhibitor 계열 약물에 대한 병용처방 허용의 적절성 평가 연구'를 통해 분석됐다. 책임연구자인 장 이사장은 국내 최고 임상약리학자 중 한 사람으로 손꼽힌다.

당뇨병을 진료하는 현장에서는 새로운 경구 혈당강하제인 SGLT-2 inhibitor가 개발되고 단독 처방뿐만 아니라 다른 경구 혈당강하제와 병용처방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SGLT-2inhibitor와 DPP-4 inhibitor 간 병용처방 수요가 늘고 있지만 급여가 허용되지 않아 실제 임상에서 처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연구는 약리학적 관점에서 SGLT-2 inhibitor와 DPP-4 inhibitor 간 병용처방의 약동학적 상호작용과 안전성·유효성을 검토하고, 계열 병용처방 허용의 적절성을 평가하기 위해 수행됐다. 이를 통해 허가사항을 초과해 두 계열간 병용처방 급여 타당성을 들여다보기 위한 것이다.

연구진은 먼저 국내에 허가된 SGLT-2 inhibitor와 DPP-4 inhibitor의 흡수·분포·대사·배설 경로 관련 자료들과 앞서 수행된 약물상호작용 시험 결과들을 통해 두 계열 간 병용 투여 시 약물상호작용 가능성을 검토했다. 또 단독 투여와 병용투여 때의 안전성과 유효성 정보도 비교했다.

국내 시판 중인 DPP-4 inhibitor는 대사·제거 기전에 따라서 소변을 통해 주로 제거되는 약물(alogliptin, anagliptin, sitagliptin), 대변을 통해 주로 제거되는 약물(linagliptin), 그 외 주로 대사를 통해 대사되는 약물(evogliptin, gemigliptin, saxagliptin, teneligliptin)로 분류할 수 있다.

또 Evogliptin, gemigliptin, saxagliptin, teneligliptin의 경우 주로 CYP3A4 또는 CYP3A5를 통해, anagliptin과 vildagliptin의 경우 CYP 효소와 관계없이 hydrolysis(가수분해)를 통해 대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SGLT-2 inhibitor 또한 소변을 통해 주로 제거되는 약물(empagliflozin)과 주로 대사를 통해 대사되는 약물 (dapagliflozin, ipragliflozin, ertugliflozin)로 분류 가능하다. 또 Dapagliflozin, ipragliflozin, ertugliflozin은 phase 2 효소인 UGT 또는 sulfation 효소 매개로 주로 대사된다.

9일 연구결과를 보면, 기존에 보고된 DPP-4 inhibitor와 SGLT-2 inhibitor의 약동학적 상호작용 연구 결과는 제한적이다. 이들 연구 중 linagliptin과 empagliflozin 상호작용 연구에서 empagliflozin의 Cmax(혈중최고농도)가 12% 감소(geometric mean ratio 0.88 [90% CI, 0.79-0.99])한 것이 관찰됐지만, 이는 임상적으로 큰 의미는 없는 것으로 보고됐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또 이를 제외하고는 모든 연구에서 DPP-4 inhibitor와 SGLT-2 inhibitor의 Cmax와 AUC(혈중곡선상 분포면적)에 유의한 변화가 없었다고 했다.

연구진은 "이런 대사 기전과 약동학적 상호작용 연구 결과를 종합할 때, 국내 판매 중인 DPP-4 inhibitor와 SGLT-2 inhibitor를 병용할 때 대사과정에서 상호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다만 "현재까지 보고된 약동학적 상호작용 임상연구 결과가 주로 sitagliptin과 상호작용 연구로 제한적이고, 일부 약물의 경우 임상적 유의성과 별개로 이론적으로는 P-gp 또는 BCRP수송체를 통한 상호작용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현재까지 알려진 정보를 보면, 당뇨 환자에게 DPP-4 inhibitor와 SGLT-2 inhibitor 병용은 이상반응 발생 빈도 증감 여부는 연구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단독투여에서 보고된 이상반응 프로파일과 유사했다.

연구진은 "특히 저혈당 등의 발생 빈도는 단독투여 대비 병용투여에서 유의하게 증가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효능의 경우에는 대부분의 연구에서 단독투여 대비 병용투여 시 일관되게 약력학 지표(HbA1c and/or 공복혈당)의 유의한 감소를 보였다.

연구진은 "이런 임상 연구 결과를 종합할 때, DPP-4 inhibitor와 SGLT-2 inhibitor 간 병용투여는 안전성 측면에서 단독투여와 유사한 이상반응 프로파일이 관찰될 가능성이 높고, 이상반응 발생 빈도에서는 개인차가 있을 수 있지만 효능에 있어서는 단독투여 대비 병용투여 시 HbA1c and/or 공복 혈당의 유의한 감소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약리학적 관점에서는 DPP-4 inhibitor와 SGLT-2 inhibitor의 수송체에 대한 추가 정보와 병용 시 약동학적 상호작용 임상연구가 필요할 수 있지만, 임상적으로 유의한 상호작용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연구진은 따라서 "약동학적 상호작용 측면이나 안전성과 유효성 측면에서 SGLT-2 inhibitor와 DPP-4 inhibitor의 계열 전체에 대한 병용 처방 허용을 고려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한편 대한당뇨학회는 최근 거론되는 당뇨병약제의 허가 기준과 보험급여 적용에 따른 논쟁에 대해 임상약리학 전문가의 해석과 관점을 듣고 증거에 바탕한 찬반토론을 통해 이견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매인 심포지엄'을 춘계학술대회 마지막 날인 11일 오전 9시부터 10시40분까지 경주에서 진행한다.

좌장은 정춘희 원주세브란스병원 교수와 박석오 보험법제이사가 맡고, 이형기 서울의대 임상약리학과 교수, 김성래 가톨릭대의대 내과교수, 김재현 성균관의대 내과교수 등이 발제자로 참여한다. 먼저 이형기 교수가 '건강보험을 위한 약물동력학과 약리역학의 임상적 적용'을 주제로 발표하고, 김성래 교수와 김재현 교수가 '당뇨병 치료제 급여와 승인 규정'이 너무 엄격한 지를 놓고 찬/반 발제에 나선다.

이어 오승준 경희의대 내과교수, 원종철 인제의대 내과교수, 윤석기 천안앤도 내과의원 원장, 이은정 성균관의대 내과교수, 송선옥 건보공단 일산병원 내과교수 등이 지정토론한다.

앞서 보건복지부와 심사평가원은 임상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해 지난해 DPP-4 inhibitor와 SGLT-2 inhibitor 병용요법에 급여를 적용하는 당뇨병용약제 일반원칙 고시 개정을 추진했었다. 그러나 같은 해 당뇨병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김재현 교수 등이 안전성을 이유로 반대입장을 피력한 뒤, 학회가 고시개정안에 대한 신중입장으로 선회해 급제동이 걸렸고, 지금까지 7개월째 먼지만 쌓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최고 임상약리학자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장인진 임상약리학회장의 연구결과가 심포지엄을 앞두고 나와 학회가 심포지엄을 통해 어떤 해결방안을 찾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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