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동안 정부와 학계가 논의한 제2형 당뇨병치료제 SGLT-2 억제제 급여확대 기준 고시를 목전에 앞두고 유예된 가운데, 다음달 1일 급여 등재가 결정된 한국MSD의 스테글라트로정(에르투글리프롤진)이 결론적으로 큰 수혜자가 되는 모양새다.

보건복지부, 심사평가원, 관련 제약사, 학계는 지난해부터 SGLT-2 억제제와 DPP-4 억제제, SGLT-2 억제제와 TZD 계열 간 병용투여가 가능하도록 하는 급여기준을 마련하자는 방안을 논의해 왔다. 그동안 SGLT-2 억제제 계열 당뇨치료제는 다른 약물과 달리, 허가사항에 특정 성분만 병용투여가 가능하도록 돼 있다. 때문에 급여기준 역시 계열 간 병용투여가 아닌, 성분 별로 명시돼 있어 의료현장에 불편함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이를 개선하고자 SGLT-2 억제제 급여를 계열 별로 적용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약제개정 고시안이 행정예고 될 예정이었나, 고시가 유예됐다.

이러한 상황이 국내 SGLT-2 시장에 후발주자로 들어오는 한국MSD 스테글라트로에는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발표된 원외처방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SGLT-2 억제제 시장은 약 230억원 이상을 차지하며, 전년동기 대비 약 22.5% 성장했다.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SGLT-2 억제제 시장에 계열 간 급여 확대가 이뤄졌다면, SGLT-2 시장의 확대는 더 가속화 됐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번 급여고시 유예로 본격적인 SGLT-2 확대에 제동이 걸리면서, 결과적으로 포시가, 자디앙, 슈글렛의 시장 확대 기회가 유예됐다. 스테글라트로는 이에 대한 반사이익을 얻게 됐다.

더 구체적인 상황도 있다. 이번 계열 간 급여 확대 논의는 2년 넘게 진행돼 왔다. DPP-4 억제제 계열 등 계열 전체로 병용투여가 가능하도록 한 급여 확대 개정안 대상 SGLT-2 계열 약물은 아스트라제네카의 포시가(다파글리프롤진), 베링거인겔하임의 자디앙(엠파글리폴로진), 아스텔라자스제약의 슈글렛(이플라글리플로진)이다. 올해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시판 승인을 받은 스테글라트로는 급여확대 개정안에 포함되지 못 했다.

실제로 대한당뇨병학회 측은 급여확대 개정과 관련해, 계열별 급여기준을 적용하되, 일정 기간동안 임상연구를 봐야 한다고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즉, 계열별 병용 급여기준은 임상현장에서 충분히 써본 뒤 판단하자는 것. 문제는 스테글라트로는 포시가, 자디앙, 슈글렛처럼 임상현장에서 적용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급여확대에 포함시키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만약 계열 간 급여확대로 포시가, 자디앙, 슈글렛이 DPP-4 억제제, TZD 계열 약제와 병용해 급여가 인정됐다면, 후발주자인 스테글라트로의 시장 경쟁은 더욱 힘들었을 것이다. 즉, 이번 급여확대로 포시가, 슈글렛, 자디앙이 모든 DPP-4 억제제 계열 약물과 병용 투여가 가능해 졌다면, 자누비아(시타글립틴)와만 병용할 수 있는 스테글라트로의 경쟁력은 더 떨어졌을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최근 발표된 원외처방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SGLT-2 억제제 시장은 아스트라제네카의 포시가가 1위를 차지했다. 포시가는 3분기 69억 77000만원을 기록하며, 2분기 67억 100만원보다 3.7% 성장했다. 이어 자디앙은 3분기 53억 2600만원을 기록해, 2분기 49억 9800만원보다 6.6%의 성장률을 보였다. 슈글렛은 3분기 5억 3700만원을 기록하면 2분기에 비해 유일하게 2.3% 처방액이 감소했다.

이미 SGLT-2 시장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국내 시장 점유를 위해선 코프로모션 파트너의 영업, 마케팅 역량도 중요한 변수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MSD의 스테글라트로는 종근당이 코프로모션 파트너로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스트라제네카의 포시가는 대웅제약, 베링거인겔하임의 자디앙은 유한양행, 아스텔라스제약의 슈글렛은 한독이 국내 유통, 영업,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SGLT-2 계열 간 급여확대가 유예되면서, 국내 제약사의 코프로모션 전략과 11월 발표 예정인 아스트라제네카의 심혈관 안전성과 관련된 DECLARE 연구결과 발표, 스테글라트로의 새로운 등장이 SGLT-2 시장 판도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