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 베이스'로 가면 개원가 등 삭감 속출 우려

당뇨병치료 임상의사들 간 이견으로 급제동이 걸린 SGLT-2 병용요법 급여 확대안을 폐기하고 일각에서 주장하는 이른바 '허가 베이스'로 접근하면 퍼즐 맞추기 식으로 약제를 선택해야 하는 진료현장의 대혼란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당뇨병치료제 성분별로 조합 가능한 병용요법을 조견표로 만들면 경우의 수가 무려 283개나 되기 때문이다. 히트뉴스는 18일 논란이 되고 있는 당뇨병치료제 병용요법 각각의 선택지에 따른 조합을 정리해 봤다.

우선 현 일반원칙이다. 급여 인정 조합은 총 30개. 그러나 일반원칙에 포함돼 있지 않은 SGLT-2 계열 약제 등의 허가사항 범위 내 전액본인부담 요법이 있기 때문에 경우의 수는 이 보다 15개가 더 많다. 급여 확대없이 현 기준을 그대로 뒀을 때 얘기다.

앞서 정부와 학회 간 합의가 이뤄졌었던 '계열 베이스' 급여확대로 접근하면 조합은 42개가 된다. 이 조합은 일반원칙이 적용되는 성분 뿐 아니라 SGLT-2+DPP-4, SGLT-2와 TZD도 '계열 대 계열'로 병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그만큼 단순한 조합이다.

현 국내 허가사항을 벗어난 허가초과 급여 확대에 해당하지만 국내외 가이드라인에 부합하고, 의사들의 처방 재량권을 강화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급여기준 조견표가 단순해진다는 건 그만큼 착오 등에 의한 급여삭감 우려가 줄어든다는 의미다. 의사들에게 좋은 일이다. 또 다국적사 성분약제 뿐 아니라 국산신약인 제미글로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열린 당뇨병학회 토론회에서 허가초가에 따른 근거부재를 이유로 급여 확대를 논의하더라도 계열이 아닌 '허가 베이스'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갑자기 커지면서 사실상 합의된 급여확대안 고시개정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의사들의 이런 내홍 또는 분란에 복지부와 심사평가원, 제약사들까지 난감해하고 있다. 

그렇다면 '허가 베이스' 급여 확대로 가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까. 당뇨병치료제 전 성분을 다 꺼내놓고 허가사항에 기반해 급여인정 병용요법 조합을 조견표로 만들었더니 경우의 수가 무려 283개로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급여 삭감을 피하려면 책상에 조견표를 붙여놓고 병용 처방 때마다 건건히 들여다봐야 할 만큼 많은 조합이다. 이게 아니면 처방의사가 외우고 있는 요법만 제한적으로 쓸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의사 입장에서는 처방 재량권을 제한받을 수 밖에 없다. 또  선별약제들과 병용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후발 당뇨약제 개발의욕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더구나 계열별 병용요법으로 당뇨병 진료지침을 제시하고 있는 당뇨병학회 내부에서 급여기준에 대해서는 허가에 기반해 성분별로 설정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건 모순이자, 일관성이 결여된 태도다.

일단 최초 합의안은 반대여론이 거세 사실상 폐기됐다고 봐야 하는데, 그렇다고 이렇게 복잡한 '허가 베이스'로 가는 건 혼란만 낳을 뿐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논란만 커질 뿐이니 2개년 간의 노력을 없던 일로 해야 할까.

반대파의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터져나왔던 토론회에서 절충안을 꺼낸 박성오 보험법제위원회 이사의 제안은 주목할만하다.  SGLT-2 억제제 중 다른 계열의 특정성분 1개 이상과 병용요법이 허가돼 있다면 해당 계열의 다른 성분과도 병용할 수 있도록 급여를 인정해 주자는 내용이 골자였다. 내용상 '허가 베이스'와 '계열 베이스'를 혼합한 형태다.

박 이사 제안대로라면 SGLT-2+DPP-4는 '계열 대 계열' 병용요법이 전면 급여화된다. 그러나 SGLT-2+TZD병용요법은 다르다. SGLT-2 계열 약물 중 포시가(다파글리플로진) 허가사항에는 TZD 성분과 병용요법이  없다. 따라서 자디앙(엠파글리플로진)과 슈글렛(이프라글리플로진)은 TZD 약물 전체와 병용해 급여를 인정받을 수 있지만, 포시가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내용을 조견표로 옮기면 경우의 수는 40개가 된다.

의사들의 처방 재량권, 급여삭감 이슈, 국내외 가이드라인과 일관성, 국산 당뇨신약 혜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번 급여확대 논의를 없던 일로 만들거나 '재앙적 수준'으로 경우의 수가 늘어나는 '허가 베이스로' 가기보다는 절충안 수준에서 의견 접근이 이뤄지는 것도 합리적인 대안으로 보인다. 결국 선택은 '허가 베이스' 급여 확대를 주장하는 일부 반대파 의사들을 설득하거나 해당 의사들의 양보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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