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심장학회, 지침 발표...한국 병용요법 급여지연 처방 어려워

미국심장학회(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ACC)가 제2형당뇨와 죽상경화성 심혈관 질환자에게는 당뇨병 치료제 SGLT-2 억제제와 GLP-1을 처방할 것을 권고하는 전문가 합의 의사결정 지침(Expert Consensus Decision Pathway)을 발표했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달 26일 미국심장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JACC) 온라인 판 ‘제2형 당뇨와 죽상경화성 심혈관 질환에서 새로운 치료법에 관한 2018 미국심장학회 전문가 합의 의사결정 지침(2018 ACC Expert Consensus Decision Pathway on Novel Therapies for Cardiovascular Risk Reduction in Patients With Type 2 Diabetes and Atherosclerotic Cardiovascular Disease)’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됐다.

◆심혈관 혜택 입증 자디앙과 인보카나 뿐

임상 데이터를 통해 주요 심혈관 사건(MACE) 감소를 입증한 당뇨병 치료제는 베링거인겔하임의 자디앙(엠파글리플로진)과 얀셴의 인보카나(카나글리플로진) 두 약제 밖에 없다.

EMPA-REG OUTCOME 임상연구를 살펴보면, 자디앙을 심혈관계 질환 발생 위험이 높은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표준 치료제와 병용 사용한 결과, 심혈관계 관련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 비치명적 뇌졸중(3-point MACE)의 전체 발생 위험이 14% 유의하게 감소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심혈관계 사망(CV death)은 38%,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은 32%, 심부전(HF)에 따른 입원 위험은 3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우리나라에 들어오지 않은 얀센의 인보카나 역시 심혈관 사건 감소를 입증한 SGLT-2 억제제다. CANVAS/CANVAS-R 임상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인보카나 역시 자디앙과 비슷하게 주요 심혈관 사건을 약 1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심혈관계 사망(CV death)은 13%,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은 14%, 심부전에 다른 입원 위험은 33% 줄었다.

자딩앙과 인보카나의 심혈관 관련 주요 임상 데이터 

논문에는 “현재까지 엠파글리플로진이 제 2형 당뇨와 심혈관 질환을 앓고 있는 성인에게서 심혈관 사망 위험을 줄이는 데 있어 FDA로부터 유일하게 승인 받은 SGLT-2 억제제”라고 명확히 언급하고 있다.

◆심혈관 혜택, SGLT-2 계열 효과인지 확인하는 임상 활발

이번에 발표된 논문 내용은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SGLT-2 억제제가 심혈관 혜택이 있는지 살펴보는 임상 내용도 종합적으로 다뤄졌다.

SGLT-2 억제제를 이용한 대규모 임상으로는 CVD-REAL, Patorno et al, EASEL, CVD-REAL 2 임상이 있다. 이 임상결과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심혈관계 사망은 입증되지 못 했고,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률만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다.

SGLT-2 억제제의 심혈관 혜택을 입증한 리얼월드 임상 데이터 

특히, CVD-REAL 임상은 미국, 영국, 노르웨이, 독일, 덴마크 6개국에서 30만 9천 56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 대규모 임상에서는 SGLT-2 억제제의 주요 심혈관 사건 지표 중 하나인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위험은 3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 참여한 환자의 87%는 심혈관 질환이 없는 환자로, 일반적 당뇨병 환자에게서의 심혈관 영향을 확인한 첫 번째 처방 데이터 분석 연구다. 이 연구에서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은 전체 SGLT-2 억제제 중 카나글리플로진(인보카나) 52.7%, 다파글리프로진(포시가) 41.8%, 엠파글리플로진(자디앙) 5.5% 순으로 처방됐다.

우리가 주목할 만한 임상은 CVD-REAL 2 데이터다. CVD-REAL2 임상은 한국, 일본, 싱가포르, 이스라엘 호주, 캐나다 6개국에서 약 47만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규모 리얼 월드 연구다.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SGLT-2 억제제는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위험을 36%, 심근경색(MI) 위험을 19%, 뇌졸증 위험을 32% 낮췄다. 이 연구에서 SGLT-2 억제제 복용 환자군을 살펴보면, 다파글리프롤진은 74.4%, 엠파글리플로진 9%, 카나글리플로진 4.4%, 나머지 SGLT 억제제 11.9%였다.

◆SGLT-2 억제제 흔한 부작용 ‘생식기 감염’ … 하지절단 위험성도

심혈관 질환에서 여러 혜택을 입증하고 있지만 SGLT-2 저해제 역시 다양한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다.

특히, 미국당뇨병학회는 카나글리플로진에 대한 하지절단 위험과 골절 위험을 명시했고, SGLT-2 억제제 모든 약제에서 흔하지는 않지만 당뇨병케토산증 위험이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또한 생식기 감염과 체액량 감소, 저혈압 위험성, LDL-C 상승 등을 언급하고 있다.

카나글리플로진은 하지절단 안전성 서한이 내려진 후 미국 내 매출이 급감했으며, 국내에서는 출시 되지 않았다. 

지난 8월 FDA는 SGLT-2 억제제제 또다른 안전성 서한을 발표했다. SGLT-2 억제제의 이상반응 사례로 회음부 괴사성 근막염이라는 중증의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는 것이다. FDA는 2013년 3월부터 2018년 5월 사이 SGLT2 억제제 복용 환자 중 드물고 치명적인 박테리아 감염인 회음부 괴저가 12명(남성 7명, 여성 5명)에서 보고됐다고 발표했다.

발생 환자 12명 모두 입원과 수술 조치를 받아야 했으며, 일부 환자들은 여러 번의 수술을 받았고 합병증이 발생했다. 환자 한명은 사망했다.

FDA는 "다른 계열의 당뇨 약물치료법을 검토한 결과, 지난 30년간 회음부 괴저가 발생한 건수는 6건이었으며, 모두 남성이었다"며 “모든 SGLT-2 저해제 계열 약물들의 처방 정보에 대해 이같은 경고를 추가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SGLT-2 억제제의 혈당강하 기전이 소변을 통해 혈당을 배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생식기 감염은 SGLT-2 저해제의 가장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의료진들은 약물의 기전상 생식기 감염 위험은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하면서도, 청결을 유지한다면 별다른 문제없이 안전하게 약물을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발표된 논문에서도 “생식기 감염은 중대한(serious) 이유는 아니며”라며 “이러한 문제는 항진균제 처방으로 간단히 해결될 수 있다”고 언급돼 있다.

◆SGLT-2+DDP-4 병용 급여 이슈 발목 잡힌 한국.

그렇다면 SGLT-2 억제제의 심혈관 혜택이 국내 당뇨병 환자에게 어떤 이득을 가져다 줄 수 있을까?

실제로 국내 제2형 당뇨병 환자 33만 6644명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건강보험 청구 데이터를 활용해 CVD-REAL 2 연구결과를 대입해 보면, SGLT-2 억제제가 다른 계열의 약물과 비교해 제2형 당뇨병 환자의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을 28%,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위험을 13%,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또는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위험을 19%, 심근경색 위험을 19%, 뇌졸증 위험을 18% 낮춘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심혈관 질환에 있어 환자에게 명백한 이점이 있지만 현행 급여 체계에서 임상의들이 SGLT-2를 처방하는긴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10월 당뇨병학회 토론회에서 허가초가에 따른 근거부재를 이유로 급여 확대를 논의하더라도 계열이 아닌 '허가 베이스'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갑자기 커지면서, 사실상 2년간 합의된 급여확대안 고시개정이 무산 위기에 처해 있다.

현행 허가사항대로라면 아스트라제네카의 SGLT-2억제제 포시가는 DPP-4 저해제인 시타글립틴(시타글립틴 단독 혹은 메트포르민 병용)과 병용할 수 있지만 급여는 인정받지 못한다.

베링거인겔하임의 자디앙(엠파글리플로진) 역시 리나글립틴과 병용할 수 있고, 아스텔라스제약의 슈글렛(이프라글리플로진L-프롤린)도 시타글립틴과 함께 쓸 수 있도록 허가돼 있다. 그러나 이들 병용요법에도 급여는 적용되지 않는다. 최근 등재된 엠에스디의 스테글라트로도 시타글립틴과 병용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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