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고시개정안 행정예고 미뤄...속 터지는 제약계

당뇨치료 임상의사들 찬반 갈린 탓
해외 허가·가이드라인에선 인정

당뇨신약들은 병용요법 사용허가가 계열이 아닌 성분별로 열거돼 있는 특이한 양상을 띠고 있다. 가령 SGLT-2 억제제 계열의 당뇨병치료제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포시가(다파글리플로진프로판디올수화물)는 DPP-4 저해제인 시타글립틴과만 병용해서 쓸 수 있다. 급여기준도 이런 허가사항에 맞게 써야 100/100(전액본인부담)으로나마 투약 가능하다. 허가사항 이외 다른 조합으로 쓰면 삭감된다.

이런 용법은 미국당뇨학회 등의 가이드라인과 배치된다. 이들 가이드라인은 성분이 아닌 계열 대 계열 용법으로 접근하고 있고, 이런 양상은 해외에서는 일반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당뇨병을 주로 진료하는 국내 의사들이나 해당 품목을 보유한 제약사들은 해외 가이드라인 등에 맞춰 계열 대 계열 병용사용 급여화(SGLT-2와 DPP-4, GLT-2+TZD 요법 전면 급여화)에 공을 들여왔고, 지난해부터 2개년에 걸쳐 심사평가원과 논의해 마침내 결실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실제 심사평가원은 관련 학회 의견수렴까지 마치고 지난 7월 복지부에 최종 검토결과를 보고했다. 당뇨병용제 급여기준 고시를 8월 중 개정해 9월부터 시행하는 수순만 남았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돌연 복지부가 예정일에 고시 개정안 행정예고를 잠정 중단했다. 심사평가원과 사전교감도 없었던 일이었다.

이 때는 임상적 유용성 확인을 위한 임상 조건부 전면 급여화를 제안한 관련 학회의 의견이 발목을 잡았다. 임상 프로토콜을 어떻게 구성할 지조차 만만한 일이 아니지만 SGLT-2를 보유한 업체 중에서 명확히 임상실행 의사를 밝히지 않은 업체가 있었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이 부분을 정리하기 위해 심사평가원에 검토안을 돌려보냈다. 이후 추가 논의와 의견수렴 등을 거쳐 임상관련 부분도 정리됐고, 계획대로라면 복지부는 이번 주 중 고시개정안을 행정예고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지난 주 열린 당뇨병학회 토론회에 덜미가 잡혔다.

당뇨치료 임상의사들이 찬반을 놓고 이견이 갈린 것이다. 토론과정에서는 격한 발언이 이어지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임상적 근거’ 문제가 부상했다.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다.

의사들은 병용요법이 복잡한데다가 배타적인 성분별 결합이 처방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그동안 계열 대 계열 전면 사용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해외 허가사항이나 가이드라인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그런데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반대파가 강하게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대체할 수 있는 경쟁제품이 있는 상황에서 허가사항 범위를 초과하는데다가 임상적 근거도 확보되지 않은 병용요법을 쓸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었다. 임상전문가들의 입장이 이처럼 갈리면서 정책당국도 고민에 빠졌다. 양측의 의견을 만족할 수 있는 절충안을 찾는 게 최선이지만 녹록치 않다. 지난 2개년 동안 지난한 과정을 거쳐 검토안을 마련한 게 사실상 그런 의미였기 때문이다.

해당품목을 보유한 업체들은 속만 태우고 있다. 시쳇말로 ‘다 된 밥에 코’ 빠진 꼴이 됐다. 제약사들은 복지부가 개정안을 '철회할까' 우려를 표하고 있지만, 임상의사들의 찬반양상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상황을 전환시키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소식은 특히 DPP-4 계열 국산 당뇨신약인 제미글로에 더 뼈 아프다. SGLT-2 억제제 성분약제의 병용요법 대상 약제는 자누비아나 트라젠타, 두 개 뿐이어서 현 기준대로라면 같이 쓸 수 있는 길이 없기 때문이다.

같은 만성질환인 고혈압치료제에는 없는, 더구나 해외에서는 일반적이지 않은 특이한 허가사항이 임상적 근거 논란까지 야기하며 자유로운 당뇨치료 약물사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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