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서 자금 지원 받는 레고켐바이오… "후기 단계 L/O 가능성↑"
레고켐바이오, 오리온서 '독립 경영' 보장… "ADC 임상 개발 나서"

 '글로벌 빅파마' 꿈꾸는 레고켐바이오, 왜 오리온과 손잡았나 

오리온그룹이 15일 5500억원을 투자해 차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항체약물접합체(ADC)로 글로벌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이하 레고켐바이오)의 지분 25%를 확보하기로 하면서 최대주주에 등극할 전망이다. 국내 바이오 벤처의 신약 연구개발(R&D) 역사를 써내려 온 레고켐바이오가 오리온그룹에 매각되는 셈이다. <히트뉴스>는 레고켐바이오 공동창업자 인터뷰 및 업계 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통해 오리온그룹과 레고켐바이오의 '빅딜(Big deal)'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① 오리온과 빅딜에 관한 박세진 사장 브리핑
② 오리온과 빅딜에 관한 김용주 대표의 속내
③ 오리온·레고켐 빅딜 체결에 대한 업계 반응

레고켐바이오를 품은 오리온그룹 / 그래픽=이우진 기자
레고켐바이오를 품은 오리온그룹 / 그래픽=이우진 기자

제과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오리온그룹이 전도 유망한 국내 신약 개발 바이오텍인 레고켐바이오 인수에 나선다고 밝힌 가운데, 업계는 양사 간 빅딜의 시너지 창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오리온은 지난 15일 5500억원을 투자해 레고켐바이오의 지분 25%를 확보함으로써 최대주주 자리에 오를 전망이다. 이번 지분 인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및 구주(김용주 대표 및 박세진 사장 보유분) 매입을 통해 이뤄지며, 인수 주체는 홍콩 소재 오리온 계열사인 팬오리온(중국 지역 7개 법인의 지주사)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허인철 오리온그룹 부회장과 김용주 레고켐바이오 대표는 15일 지분 양수도 계약을 체결하고, 상호 협력 아래 레고켐바이오가 글로벌 신약 개발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합의했다. 허인철 오리온그룹 부회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세계적인 바이오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레고켐바이오와 함께 글로벌 신약 개발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며 "최대주주로서 사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오리온은 이번 딜 체결 전부터 바이오 사업에 진출한 바 있다. 중국에서 산동루캉하오리요우가 대장암 체외진단 임상을 진행 중이며, 900억원 규모의 결핵백신 공장 준공을 앞두고 있다. 또한 국내에서는 하이센스바이오와 협력해 난치성 치과 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 2상에 진입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히트뉴스와 통화에서 "예전부터 식품뿐만 아니라 바이오 분야에서 좋은 인수합병(M&A) 기회가 있으면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며 "바이오 산업에 대한 확장 의지가 강했다. (이번 딜 체결로) 향후 신약 개발 관련 바이오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사는 중국에서 제과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중국 지역 법인의 지주사인 팬오리온의 재무구조가 탄탄하다. 그룹 차원에서 바이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바이오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이 필요했고, 레고켐바이오는 안정적인 자금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러한 양사 간 니즈가 일치해 이번 딜이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업계 "오리온에 편입되는 레고켐바이오, 흔들림 없이 신약 개발"

레고켐바이오 본사 전경 / 사진=레고켐바이오
레고켐바이오 본사 전경 / 사진=레고켐바이오

바이오 업계는 오리온의 탄탄한 자금을 등에 업은 레고켐바이오가 향후 신약 연구개발(R&D)에 있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승호 데일리파트너스 대표는 "레고켐바이오가 오리온그룹에 편입돼 (오리온의) 대규모 R&D 투자가 병행될 경우 초기 단계의 라이선스 아웃(L/O)보다 후기 단계의 L/O 계약을 맺을 수 있다"며 "자체 글로벌 신약 개발 성공으로 빅파마 도약의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위해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레고켐바이오 입장에서는 시가총액의 3분의 1 수준의 자금을 확보함으로써 희망했던 적극적인 임상 개발에 나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미국 임상은 환자 1명당 임상 비용이 약 3억원 소요되는 만큼, 안정적인 자금 없이는 (임상을) 시작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진행 중인 'LCB84(TROP2-ADC)' 임상 1/2상은 레고켐바이오가 단독 소유권을 갖고 있다"며 "9건의 비임상 및 초기 개발 단계의 항체약물접합체(ADC) 파이프라인들을 개발하는데 필요한 인재 영입 및 임상 개발 비용으로 재원 투자가 이뤄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문경미 더컴퍼니즈 대표는 "양사 간 딜은 기존의 개념적인 M&A와 다르다"면서 "경영권과 관련해 오리온그룹이 최대주주로 등극하기 때문에 기업 인수라고 볼 수 있지만, 경영권이 보장된다는 측면에서 일반적인 M&A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고 진단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레고켐바이오가 오리온의 대규모 자금을 활용해 신약 개발이 강화될 것으로 내다보지만, 일각에서는 이종산업 간 딜의 시너지 창출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오리온의 이번 행보는 과거 진단 및 헬스케어 중심의 바이오 사업에서 ADC 항암제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힌다는 측면에서 고무적인 일"이라면서도 "다만 오리온이 자본력을 제외한 다른 측면에서 레고켐바이오와 어떤 신약 개발 역량을 보여줄 지 미지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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