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그룹, 지난달 5500억 투자해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인수
대상홀딩스, 지난해 12월 신약 개발 기업 앰틱스바이오에 75억 투자
CJ제일제당, 2021년 10월 마이크로바이옴 기업 천랩 980억에 인수

지난달 오리온그룹이 신약 개발 바이오텍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이하 레고켐바이오)를 인수한 가운데, 국내 식품 대기업들이 레드바이오(제약ㆍ헬스케어) 사업 투자를 통해 미래 신성장동력 발굴에 나서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그룹, 대상홀딩스, CJ제일제당 등 국내 식품 대기업들이 신약 개발 사업에 나서고 있다. 오리온그룹은 지난달 5500억원을 투자해 차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항체약물접합체(ADC)로 글로벌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레고켐바이오의 지분 25%를 확보해 최대주주가 된다고 밝혔다.

오리온에 따르면 이번 지분 인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및 구주 매입을 통해 이뤄지며, 인수 주체는 홍콩 소재 오리온 계열사인 '팬오리온코퍼레이션(중국 지역 7개 법인의 지주사)'이다. 앞서 오리온은 지난 2020년 바이오 사업에 뛰어들어 초기 바이오 사업 영역으로 진단 및 백신 분야를 선정한 바 있다.

오리온은 2021년 중국 내 합자법인 '산둥루캉하오리요우'를 통해 국내 암 체외진단 전문기업 '지노믹트리'와 대장암 체외진단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2022년 2월에는 백신 전문기업 '큐라티스'와 결핵백신 공동 개발을 위한 계약을 맺었으며, '하이센스바이오'와 협력해 난치성 치과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대상그룹의 지주사 대상홀딩스는 지난해 12월 항진균제 신약 개발 기업 '앰틱스바이오'와 총 75억원 규모의 투자 계약을 체결, 레드바이오 사업에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대상그룹은 바이오 분야를 일찌감치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으며, 레드바이오 사업의 경우 '항노화' 시장을 집중 공략할 방침이다.

앰틱스바이오는 신규 타깃 발굴부터 신물질 합성, 약물 전달까지 포괄하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 국가신약개발사업단, 보건산업진흥원 등 주요 국가기관의 정부사업을 수주하며, 사업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특히, 항진균제 주요 파이프라인인 손발톱진균증 치료제(ATB1651)는 임상 1상에 성공했으며, 올해 2분기 임상 2상 진입을 앞두고 있다.

한편 대상그룹은 지난 2021년 25억원을 들여 '대상셀진(대상홀딩스가 지분 100% 보유)'을 설립했다. 대상셀진은 그동안 클로렐라 형질 변경을 통한 신소재 개발에 집중해 왔으며, 생명공학기술을 활용해 의약품ㆍ화장품과 바이오시밀러 등 연구 및 제조에 주력해 왔다.

CJ제일제당은 2021년 10월 마이크로바이옴 기업 '천랩'을 약 980억원에 인수했다. CJ제일제당의 레드바이오 독립법인인 'CJ바이오사이언스(옛 천랩)'의 주력 파이프라인은 경구 투여 항암제로 개발 중인 'CJRB-101(개발코드명)'이다. CJRB-101은 비소세포폐암, 두경부편평세포암종 등 고형암을 적응증으로 한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7월 마이크로바이옴 파이프라인을 총 15개로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회사가 보유한 파이프라인은 자체 개발 4건과 '4D파마'에서 인수한 11건으로 총 15개다. 자체 개발 파이프라인은 △고형암 △염증성 장질환(IBD) △천식 등을, 4D파마 인수로 확보한 적응증은 △고형암 △염증성 장질환 △과민성 대장증후군(IBS) △천식 △파킨슨병 등이다.

바이오 업계는 탄탄한 자본력을 갖춘 식품 대기업들의 바이오 사업 진출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식품 대기업들이 식품 산업의 저성장 및 미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다른 분야보다 이해도가 높은 보건 산업 내 제약바이오 분야로 진출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이어 "이들 기업의 자본력을 기반으로 한 연구개발(R&D) 투자 여력 측면에서는 (식품 대기업들의 바이오 사업 진출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다만, 바이오 산업은 막대한 R&D 비용, 장기 투자, 높은 실패율 등 고위험 요소가 있기 때문에 식품 대기업들이 인식의 전환을 통해 바이오 분야에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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