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레고켐바이오 인수… "1조원 자금 활용해 ADC 임상 개발 수행"
동아에스티, 앱티스 인수… 삼성바이오에피스, 인투셀과 공동 연구 계약
업계 "바이오텍 M&A, 신약 개발 생태계에 긍정 영향… 새 엑시트 모델"

 기획  핫한 ADC 신약 개발 열풍… 기업들은 왜 ADC에 꽂혔나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지난 몇 년간 항체약물접합체(ADC) 분야 신약 개발 및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왔다. 지난달 오리온그룹이 국내 ADC 신약 개발 바이오텍인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를 인수한다고 밝힌 가운데, 동아에스티 및 셀트리온 등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ADC를 활용한 비즈니스를 모색하고 있다. <히트뉴스>는 ADC 신약 개발 열풍에 대한 원인과 성공적인 ADC 신약 개발을 하기 위한 조건 등을 살펴봤다.

① 너도나도 뛰어드는 ADC 신약 개발… "신성장동력 확보"
② ADC 신약 개발 성공하려면? "바이오텍, 대기업·제약사와 손잡아야"

레고켐바이오를 품은 오리온그룹 / 그래픽=이우진 기자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이하 레고켐바이오), 앱티스, 인투셀 등 ADC 신약 개발 바이오텍들이 대기업, 제약사와 손잡고 ADC 임상 개발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바이오텍이 독자적으로 ADC 임상 개발을 진행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텍들이 성공적인 ADC 신약 개발에 나서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전문가들은 우선 대규모의 임상 개발 비용이 투입되는 허들을 극복하기 위해 펀딩(자금 조달)이 여러 차례 진행돼야 하고, ADC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는 바이오 대기업 및 제약사와의 협업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오리온그룹과 동아에스티는 각각 레고켐바이오, 앱티스를 인수한다고 밝힌 가운데, ADC 신약 개발 분야에서의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인수합병(M&A) 시대를 열었다. 오리온은 지난달 15일 5500억원을 투자해 레고켐바이오의 지분 25%를 확보하는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3월말에 레고켐바이오 최대주주 자리에 오를 전망이다.

박세진 레고켐바이오 사장은 지난달 19일 기업설명회(IR)에서 "(오리온그룹과의 딜 체결로) 1조원 규모의 자금을 활용해 차질 없이 ADC 임상 개발을 수행해 향후 4~5년 내 시가총액 10조~20조원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동아에스티는 지난해 12월 ADC 전문 기업 앱티스를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동아에스티는 앱티스의 경영권과 신규 모달리티(Modalityㆍ치료 접근법)인 3세대 ADC 링커 플랫폼 기술 및 파이프라인을 인수해 연구개발(R&D) 부문에서 신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3세대 ADC 링커 기술인 '앱클릭(AbClick)'을 개발한 앱티스는 현재 앱클릭 기반의 위암ㆍ췌장암 타깃인 클라우딘18.2(Claudin 18.2) ADC 후보물질 'AT-211(개발코드명)'을 개발하고 있다. AT-211은 빠른 시일 내 전임상이 완료될 예정으로, 동아에스티는 올해 1상 임상시험계획(IND)도 신청할 예정이다.

M&A 외에도 대기업과 벤처의 공동 연구 계약 사례도 눈에 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12월 인투셀과 ADC 분야의 개발 후보물질 검증을 위한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동물실험을 포함한 인투셀의 ADC 기술 경쟁력을 검증하고, 그 결과에 따라 개발 옵션 행사 여부 및 세부 사항을 논의하기로 했다는 게 삼성바이오에피스 측 설명이다. 연구 계약 기간 및 총 계약 규모는 비공개 사항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바이오 투자심사역은 "오리온-레고켐바이오, 동아에스티-앱티스 등 M&A 사례가 좋은 결실을 맺는다면 국내 다수의 제약사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바이오 벤처들의 밸류가 낮게 책정되고 있는 만큼, 국내 대기업 또는 제약사들이 ADC 바이오텍을 인수하는 데 있어 좋은 시기를 맞이한 것 같다"고 말했다.

 

"ADC 임상, 다른 모달리티 대비 비용 소요 커"

"경영 간섭 없는 단순 투자 성격 M&A가 임상에 더 도움될 수도" 

업계 관계자들은 ADC 신약 개발에 나서는 바이오텍들이 대기업, 대형 제약사와 협업해 성공적인 임상 개발로 나아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ADC 바이오텍 관계자는 "ADC 임상의 경우 다른 모달리티 대비 많은 비용이 투입된다. 원숭이실험을 포함한 전임상시험을 진행하는데 있어 최대 200억원대 후반에서 300억원 정도의 금액이 투입된다"며 "그만큼 ADC 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 벤처들이 독자적으로 임상을 진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국내 벤처 중에서 자체적으로 ADC 임상 개발을 진행할 수 있는 여력이 되는 곳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임상 개발 단계서 많은 비용이 투입되는 ADC 임상 특성상 대기업 및 제약사의 바이오텍 M&A는 신약 개발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 바이오 벤처 대표는 "동아에스티-앱티스 같은 사례들이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낸다면 향후 바이오텍의 또 다른 엑시트(Exit) 모델로 자리잡을 것"이라며 "이는 향후 투자 활성화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M&A가)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대기업 및 대형 제약사가 ADC 바이오텍에 자금을 지원할 경우 임상 개발 및 경영 활동에 간섭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대기업 및 제약사가 바이오텍의 임상 개발 및 경영에 간섭할 가능성이 낮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바이오텍과 협업을 진행하는 건 회사의 파이프라인보다 장기적인 사업 전략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며 "단순 투자 성격의 자금 지원이라고 보는 게 무방하다. 바이오텍이 직접 임상 개발을 주도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리온의 경우 아직 레고켐바이오의 파이프라인 임상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다. 다만 앱티스를 인수한 동아에스티의 경우 사업 전략 및 경영에 영향을 미칠 것 같다"며 "(M&A의 경우) 대기업 및 제약사가 어느 정도 지분율을 확보했느냐에 따라 경영 간섭에 부분적으로 영향력을 미칠 수도 있지만, 일반적인 협업의 경우 임상 및 경영에 간섭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