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제의 결정 및 조정기준에 따라 경평면제 의약품 RSA 가능해져

국내 비급여 출시된 항생제 저박사(세프톨로잔/타조박탐)가 완화된 위험분담제(RSA)를 통해 급여등재를 노린다. 

경제성평가 수행이 어려워 약제급여평가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저박사가 비급여 출시 2년만에 급여권에 진입할지 주목된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RSA를 적용가능한 의약품 기준 완화를 추진 중이다. 

행정예고된 '약제의 결정 및 조정기준'에 따르면 이미 RSA가 적용 중인 선발약제에 이은 후발의약품은 물론, 경제성평가 면제 약, 3상 조건부 허가약도 RSA가 가능하다. 

경제성평가 수행이 곤란하면서 보험급여의 필요성이 있는 약제에 대한 대상 확대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됨에 따라, 결핵치료제,  항생제, 응급치료제가 경제성 평가 자료제출 생략 가능 약제로 평가 가능하도록 일부 요건에 대한 세부 기준 신설 및 관련 기준 재정비된 것이다. 

저박사의 경우 지난 2017년 4월 국내 시판허가를 획득했지만, 급여등재가 어려워 결국 2018년 5월 비급여 출시된 상태다. 심평원 약평위에서 '비용효과성 불분명'으로 비급여가 결정된 탓이다.  

최근 심각하게 문제되는 다제내성 그람음성균은 CRE(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속균종), MRPA(다제내성 녹농균), MRA(다제내성 아시네토박터균) 등이 있다. 이 중 CRE는 최후의 항생제로 간주되는 카바페넴 계열을 포함해 거의 모든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다. 

하지만 이들에 사용할 수 있는 항생제가 제한돼 있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국가별 주요 항생제 내성률을 보면, 우리나라는 평균 2~3위에 '랭크'돼 있다. 영국 국가 항생제 내성 보고서를 보면, 항생제 내성은 매년 전세계 70만 인구의 사망 원인이며 적절한 조치가 없을 경우 오는 2050년까지 1000만명이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암보다도 사망률이 높아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국내에서도 중환자가 많은 종합병원·요양병원에서 최근 카바페넴 내성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항생제인 카바페넴이 듣지 않는 종합병원·요양병원 환자는 2015년 기준 각 83.4%·82.4%로 나타났다. 녹농균 카바페넴 내성률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병원·요양병원 모두 두 배 가량 늘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사용가능한 약이 저박사다. 한국MSD는 저박사의 급여등재를 몇차례 시도했지만, 현 경제성평가 체계 내에서는 항생제 특수성 및 내성관리 측면에서 신규 항생제가 갖는 보건적 가치가 반영되지 못했다.  

즉, 신규 항생제의 가치는 약제의 선택 폭을 넓혀 기존의 항생제 내성을 관리하는 것에 있으며 항생제는 치료가 시급한 중증 환자에게 필요하기 때문에 기존 약제 대비 비열등성을 입증하는 임상시험을 설계한다. 또한 항생제는 다른 치료약제와 달리 미생물학적 완치율과 적응증에 대한 임상적 완치율의 두 가지 측면에서 그 효능이 평가된다.

하지만 현행 경제성 평가는 기존 약제 대비 임상적인 우월성과 비용효과성을 평가하기 때문에 항생제의 내성 관리에 대한 추가적인 유익이 충분히 고려되기 어렵다.

신규 항생제가 다제내성균을 관리하는 역할을 해 일부 내성균 감염 환자를 제외한 나머지 환자에서 뛰어난 효과나 비용 감소로 이어지는 보건적 가치를 경제성평가에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이번 약가제도 개편에 따라 저박사는 비급여 출시 2년만에 급여등재 가능성을 보게 됐다. 

경제성평가자료 제출 생략약제로 급여결정 신청 시, RSA(총액제한형 및 환급형)를 이행할 조건으로 신청해야 한다. 다만 비용효과적인 가격으로 신청할 경우 총액제한형만 적용 가능하다. 

한국MSD 측은 "해결이 가장 시급한 보건문제로 떠오른 항생제 내성에 대응하고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감염치료제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저박사의 급여등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개편안은 오는 6월 11일까지 의견조회를 거쳐 하반기에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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