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승인된 11개 항생제 중 국내 출시된 것 1개 불과

“이미 우리나라도 다제내성균 감염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이미 병원 내 감염문제는 심각한 상황이고, 감염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선 적절한 항생제 처방이 이뤄져야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처방할 수 있는 약물 선택지가 별로 없다”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내과 이재갑 교수는 7일 한국화이자제약 주최로 열린 프레스유니버시티 행사에서 ‘항생제 내성: 현황과 해결 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내과 이재갑 교수가 7일 한국화이자제약 주최로 열린 프레스유니버시티 행사에서 '항생제 내성:현황과 해결방안'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집계한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RE) 감염 신고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해 9월 한달 간 CRE에 감염된 환자는 13857명이다. 이 교수는 “이미 CRE 뿐만 아니라, 반코마이신 내성 장내세균(VRE),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알균 감염균(MRSA)이 이미 병원에 토착화 됐다”며 “다제내성균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를 치료할 수 있는 약물도 더 다양해 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쓸 수 있는 항생제 선택지는 많지 않다. 이미 FDA로부터 허가를 받은 항생제 11개 중 국내에서 허가를 받은 약물은 2개에 불과하다. 심지어 판매로 이어진 약물은 한 가지 밖에 없다. 국내에서 허가를 받은 약물로는 동아에스티의 시벡스트로(테디졸리드)와 한국MSD의 저박사(세프톨로잔-타조박탐)로, 출시까지 이어진 것은 저박사 밖에 없다.

국내에서 허가를 받은 동아에스티의 시벡스트로는 결국 약가 문제로 출시가 지연된 상태다. 시벡스트로는 지난 2015년 12월 주사제, 2016년 1월 정제의 보험약가를 받았지만, 동아에스티는 출시를 연기했다.

출시가 연기된 배경으로 당시 인정받았던 국내 약가가 지나치게 낮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시벡스트로의 국내 약가는 정제 10만 7000원, 주사제 12만 8230원으로, 미국에서 책정된 약가의 3분의 1도 안됐다. 현재 미국에서 정제는 약 40만 8700원~43만 6500원, 주사제는 32만 7700원~35만 1400원으로 판매되고 있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히트뉴스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시벡스트로의 폐렴 글로벌 임상 3상을 토대로 적응증 추가 후 국내에서 발매할 계획”이라며 “약가 취득 및 급여가 등재됐으나 국내 판매실적이 없어 현재는 급여가 삭제된 상태”라고 전했다. 이어 해외시장 판매와 관련해 “시벡스트로는 지난 2007년 미국 MSD에 라이선스 아웃됐으며, 현재 미국 MSD가 유럽, 미국, 일본 등에서 판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벡스트로는 자이복스(리네졸리드)의 내성에도 효과를 보이는 항생제로, 지난 2015년 국내 및 FDA에서 MRSA를 포함한 그람 양성균에 의한 급성 세균성 피부 및 연조직 감염 치료 적응증을 획득했다. 올해 폐렴 적응증을 획득하기 위한 글로벌 임상 3상을 완료했다

지난 5월 비급여로 출시된 저박사 역시 약가 때문에 실제 의료현장에서 처방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 교수는 “저박사를 처방하면 하루 약값만 30만원”이라며 “약 2주 정도 처방하면 환자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MSD 관계자는 히트뉴스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현재 심평원에 급여를 위한 자료를 제출했고, 심평원에서 리뷰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전했다.

저박사는 항녹농균 효과를 보이는 세팔로스포린계 항생제로 세프톨로잔과 베타락탐 분해효소 저해제 타조박탐의 복합 항생제다. 복잡성 복강내 감염과 복잡성 요료감염으로 적응증을 획득했다.

한편, 이 교수는 “항생제 개발은 비단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며 “제약사가 항생제 개발을 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미국 감염질환학회 자료를 살펴보면, 1980년대 초중반 FDA승인을 받은 항생제 신약은 16건이었으나, 최근 1건 정도가 줄어들었다. 우리나라에 있는 항생제 파이프라인은 레고켐바이오(2건, 식약처 임상 2상과 전임상), 크리스탈지노믹스(1건, FDA임상 2상), 인트론바이오(2건, 식약처 임상2상과 전임상) 등이다.

제약사의 항생제 개발을 위한 지원책으로는 ▲민관상화 협력 협의체 구성 ▲항생제 신약에 대한 예외적 약가부가 정책이 지난 5월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주최로 열린 항생제 내성 문제 해결을 위한 글로벌 협력 현황 세미나’에서 제기됐다.

이날 행사에서 허경화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내성극복 항생제를 공공재로 인식한다면 바이러스 백신처럼 내성극복 항생제를 지자체, 보건소 등이 항생제를 비축하지 못할 이유도 없을 것”이라며 “외국산 신약이든, 국내산 신약이든 등가 처리해야 한다. 약이없는 감염질환에 쓰이는 약이라면 재고 비축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

또 그는 “내성극복 항생제 같은 신약 공공재에 대해서는 예외적인 약가를 부여해야 한다”며 “내성을 극복한 항생제 신약이 내성에 발목잡힌 무력한 항생제를 기준으로 낮은 약가를 받게된다면, 항생제 연구개발에 나설 기업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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