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로페넴과 비교하면 어떤 항생제도 통과 못해"
임상전문가들 "경제성평가 문제있다" 비판 쏟아내

[종합] 항생제 다제내성균 감염 정책토론회

"저박사주의 경제성평가는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 항생제 경평은 단순 적응증 비교가 아닌, 내성과 관련한 요소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지금처럼 하면 어떤 항생제도 통과하지 못한다. 이건 환자에게 죽으라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5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열린 '급증하는 항생제 다제내성균 감염,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정책토론회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이 교수는 "지금의 경평이 문제가 없다는건 굉장히 무책임한 발언이다. 저박사주는 메로페넴에 듣지 않는 균에 잘 듣는 약제다. 항생제는 다르게 평가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은 반영하지 않고, 단순히 저박사주 약값이 메로페넴의 10배라고 말해버리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최경호 보건복지부 사무관은 "나는 경평이 완벽하다거나 적응증으로 비교하는 게 옳다고 말한 적 없다"면서, "경평 제도가 잘 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저박사가 경평이라는 허들을 넘지 못한 걸 상당히 아쉽게 생각하고 있다. 현재 쓸 수 있는 항생제가 충분치 않은만큼 복지부도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6월21일 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비용효과성 불분명'으로 비급여 결정된 한국MSD 항생제 '저박사주'(세프톨로잔·타조박탐)의 경제성평가에 대한 논쟁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저박사주 비급여 이슈와 관련, 경평을 두고 의학계의 날 선 비판이 쏟아졌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와 고대의대 감염내과 최원석 교수는 이날 '항생제 내성균 현황 및 감염의 위험성', '국내 다제내성균 치료 항생제 현황 및 한계'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이어진 지정토론에는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감염내과 최정현 교수를 좌장으로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한양대병원 감염내과 배현주 교수·연합뉴스 김잔디 기자가 참여했다. 최경호 사무관은 불참한 곽명섭 과장을 대신해 참석했다. 

5일 오전10시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급증하는 항생제 다제내성균 감염,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정책토론회가 개최됐다
5일 오전10시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급증하는 항생제 다제내성균 감염,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정책토론회가 개최됐다

"환자는 사용 가능한 항생제가 없어 사망한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

'다제내성균'은 다양한 항생제에 대해 내성을 가진 병균으로 일명 '슈퍼박테리아'로 불리는 CRE(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속균종) 등이 속한다. 이들은 유전자 변이를 거듭해 내성균으로 발전한다. 

의료기관 내에서는 환자가 환자에게 전파해 감염이 발생한다. 보균자가 확인되는 장소는 주로 중환자실이다. 대학병원·종합병원·요양병원 간 전원되는 환자로부터 확산되기도 하고, 다제내성균 환자가 사용했던 물품도 감염의 원인이 된다.

이재갑 교수는 "다제내성균이 내성을 가지게 되면 분자체계가 약해져 독성은 오히려 약해진다. 그런데 환자는 왜 죽을까? 쓸 수 있는 항생제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내성이 생긴 균에 대해 적절한 항생제를 투여해야 하지만, 쓸만한 항생제가 없다"고 했다. 

알렉산더 플레밍은 1928년 9월 페니실린이라는 항생제를 처음으로 발견했다. 페니실린은 1943년 임상현장에 본격 도입됐는데, 1965년 첫 내성이 보고되기 전까지 전세계는 세균 감염에서 해방된 듯 보였다. 이후 항생제 개발과 새로운 균의 출몰은 반복적으로 이뤄졌다. 신종 균들은 현재 상당히 빠른 속도로 내성을 획득하고 있다. 

최근 심각한 문제가 되는 다제내성 그람음성균(Gram-Negative Bacteria)은 CRE(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속균종), MRPA(다제내성 녹농균), MRA(다제내성 아시네토박터균) 등이 있다. 이 중 CRE는 최후의 항생제로 간주되는 카바페넴 계열을 포함해 거의 모든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다. 

이재갑 교수는 "국가별 주요 항생제 내성률을 보면, 우리나라는 평균 2~3위에 '랭크'돼 있다. 영국 국가 항생제 내성 보고서를 보면, 항생제 내성은 매년 전세계 70만 인구의 사망 원인이며 적절한 조치가 없을 경우 오는 2050년까지 1000만명이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암보다도 사망률이 높아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국내에서도 중환자가 많은 종합병원·요양병원에서 최근 카바페넴 내성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항생제인 카바페넴이 듣지 않는 종합병원·요양병원 환자는 2015년 기준 각 83.4%·82.4%로 나타났다. 녹농균 카바페넴 내성률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병원·요양병원 모두 두 배 가량 늘었다.

요양병원과 종합병원의 내성률은 거의 일치한다. 종합병원·대학병원 치료가 장기화되면 대부분 요양병원으로 전원되는데, 이 때 본인이 균을 가지고 간다. 요양병원에는 항생제 사용이 더 제한돼 있고, 감염관리 지원이 거의 없다 보니 확산이 빠르다. 환자들이 다제내성균을 '주거니 받거니'하는 것이다. 결국 병원간 확산돼 내성률에서 큰 차이가 없어진다.

이재갑 교수는 "보균자가 주로 발생하는 곳은 중환자실이다. 또 대학병원·종합병원·요양병원 간 환자 전원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균 숫자가 양적으로 늘어나서 실제 감염 환자도 늘어나고 있다"면서, "그러나 다제내성균 감염 환자는 사용 가능한 항생제가 없어 사망 위험성이 매우 높다. 균이 위험해서 환자가 죽는게 아니라 쓸 항생제가 없어서 죽는다. 정부의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했다.

"항생제는 필요 아닌 필수…비급여 적절치 않아"

고대의대 감염내과 최원석 교수
고대의대 감염내과 최원석 교수

심사평가원 청구자료(2011~2015년)를 보면, 국내에 등록된 항생제는 100여개인 반면 사용 가능한 항생제는 광범위 항생제 44종과 내성균 유효 항생제 12종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대다수는 아주 오래전에 개발된 약제다. 

새로운 항생제 등장과 내성균의 등장은 발을 맞춰 왔다. 새로운 약물이 나타나면 새로운 내성을 가진 균이 등장한다. 반면, 새로 개발되는 항생제 수는 줄어들고 있다. WHO는 항생제 신약 개발을 포함한 범세계·국가별 대응 방안 마련을 촉구하면서, 2017년 2월 긴급히 개발돼야 할 새로운 항생제 목록을 발표했다. 

최원석 교수는 "내성을 고려해 항생제를 적게 사용해야 하는 건 맞다. 그래야만 내성균 발생률도 낮출 수 있다. 그러나 어떤 방법을 사용해도 내성을 100% 없애지는 못한다. 적절한 사용을 원해도 치료적 한계는 명확하다. 현재는 56종의 항생제(96개 성분)만 사용 가능해 CRE·VRE 등 다제내성균 감염의 경우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처럼 항생제 내성균은 급증하고 있는 데 반해 항생제 개발은 느리다. 통계적으로 신약 후보물질 발견부터 시판승인받기까지 약 1조원 이상의 비용과 15년 이상의 긴 시간이 소요되는데, 1만여개 신약후보물질 중 단 1개만이 개발 과정에서 살아 남는다. 

최원석 교수는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거쳐 개발돼도 국내에서 쓸 수 없다. 최근 5년간 식약처 승인을 받은 항생제 신약 13개 중 미국·유럽에서 승인받은 9개가 국내에서 임상3상을 진행했는데, 국내에는 단 2개만이 허가됐다. 동아에스티의 '시벡스트로'와 한국MSD의 '저박사주'다. 시벡스트로는 낮은 약가로 출시를 포기했고, 저박사는 '진료상 필수'에 해당되지 않아 비급여로 결정돼 치료가 제한된 상태"라고 했다. 

이어 "신약개발에는 굉장한 시간·비용이 들기 때문에 지금부터 개발을 지원해도 당장 쓰지 못한다. 그렇다면 안전성·효과성이 증명된 약물의 경우 쓸 수 있는 옵션으로 가져야 한다. 도입되지 않으면 결국 모든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간다"고 했다.

그는 특히 "비급여 영역에 있는 약제의 사용 기준은 가격이다. 해당 비용을 낼 수 있는 사람만 약물을 선택할 수 있다. 전문가 판단이 아닌 비용이 중심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제내성균 감영증 대응 강화를 위해 의료기관 내 항생제 스튜어드십 지원, 항생제 도입·급여결정 과정 개선, 다제내성균 감염 치료제 확보, 건강보험 적용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항생제 스튜어드십은 항생제 사용 시 효과를 유지하면서 원하지 않는 내성의 유도를 줄이는 전략이다. 의학학술지 란셋에 발표된 논문들을 보면, 항생제 스튜어드십을 시행해 특정 항생제만 사용하지 않고 여러 항생제를 균형있게 사용했더니 내성이 실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원석 교수는 "환자 안전과 의료 질을 높이는 차원에서 스튜어드십에 대한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보험인정 기준에 항생제 관리체계인 스튜어드십이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항생제 급여결정 과정에 대해서는 "항생제는 타 약물과 다르다. 내가 몸이 안 좋아서 보약으로 쓰는 게 아닌, 어떤 감염에서는 반드시 써야 할 약물이다. 항생제는 경제성 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미용시술과 다르다. 어떤 상황이 되면 반드시 선택해야 한다. 따라서 비급여는 적절치 않다. 이렇게 되면 치료방침·근거와 전문지식, 환자 상황이 아닌 가격에 의해 치료가 결정돼 돈을 내지 못하면 못 쓰는 상황이 된다"고 했다.

치료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공급 라인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도 내놨다. 다제내성균 감염증 치료제를 국가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하거나 희귀의약품센터를 통한 공급, 특별 기금 마련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최원석 교수는 "건강보험 재정 확대가 최근 계속 이뤄지는데, 나는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가 무척 자랑스럽고 잘 유지됐으면 한다. 다만, 그 방향이 단순히 '의료 접근성을 쉽게 만들어주자'가 아닌, 더 중요한 것에 우선순위를 뒀으면 한다. 그런 점에서 다제내성균 관리·항생제 치료에서 보장성 강화가 이뤄지는 게 건강보험 재정 확대 방향으로 제시돼야 한다"고 했다. 

"경제성평가 허들 못넘은 저박사, 복지부도 아쉬워"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

엄중식 교수는 패널토론에서 항생제를 양적으로 확보하고 질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다제내성균 감염은 건강한 사람에게 발생하지 않는다. 중증 질환이나 병원을 오래 다닌 환자들에게 주로 발생하는데, 면역이 약한 상태에서 감염이 일어나면 사망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제 아들에게 간 이식을 받은 아버지가 CRE에 감염돼 사망하기도 했다.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어려운 치료과정을 이겨내는 환자가 어처구니없이 사망하는데도 현재는 치료제가 없다. 우리나라가 항생제를 못 사오는 가난한 나라인가? 그렇지 않다. 그런데 약이 없다. 들여온 약도 팔지 않는다. 현장에서는 어떻게 하라는건지 도통 모르겠다"고 했다.

항생제는 확보도 중요하지만, 남용 방지를 위한 관리체계도 필요하다. 병원 내 항생제 스튜어드십을 도입할 경우 감염내과 전문의·약사·보조인력 등의 인건비가 부담이 될 수 있다. 

엄중식 교수는 "정부는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 2016-2020'을 수립하고, 그 내용을 UN에 발표했다. 당시 항생제 관리료를 2017년에 만들겠다고 했다. 근데 여태 안 만들어졌다. 하기로 한 건 좀 하자"면서, "항생제는 사실 많이 써야할 약이 아니다. 적절하게 사용 가능한 보험기준을 만들고, 항생제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스튜어드십 관리료 비용을 지원했으면 한다"고 했다. 

한양대병원 감염내과 배현주 교수
한양대병원 감염내과 배현주 교수

배현주 교수는 꼭 필요한 약은 고가여도 국내에 들여와야 하며, 그 필요성은 전문가 판단 하에 결정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1990대부터 2000년 초반만 해도 외국에서 약이 출시됐을 때 그 약이 국내에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약가가 비싸도 바로 들여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들여오지 못하는 약제가 너무 많다. 아주 저가인 약은 제약사가 만들지 않고, 아주 고가인 약은 국가가 허용하지 않는다. 약은 값으로 정해지는 게 아닌, 필요성으로 결정돼야 한다. 이 필요성은 전문가들이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의료접근성은 너무나도 높다. 의료접근성이 높다 보니 항생제도 많이 쓰는데, 식약처 관리 하에 사용량이 일정 부분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실제로는 더 증가했다. 의사들이 질병코드를 변형시켜서 사용했기 때문"이라면서, "의사·국민 대상으로 항생제 오남용에 대해 교육시키고, 그 교육 프로그램에 국가가 전적으로 지원했으면 한다"고 했다.

최경호 사무관은 항생제 필요성에 굉장히 공감하지만, 건강보험 재정도 함께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고지혈증약이나 혈압약은 평생 꾸준히 먹으므로 시장성이 높다. 그런데 항생제 사용은 많아봐야 1~2주 단기간에 그친다. 또 내성을 걱정하는 보호자들이 벌벌 떨면서 '이렇게 길게 먹어도 되냐'며 빼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아울러 제약사는 돈이 안 되면 개발에 손을 안 대는게 기본 입장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가가 어떤 식으로든 나서서 신경써야 한다는 지적에 크게 공감한다"고 했다.

이어 "예전에는 외국 약제가 국내에 다소 쉽게 들어왔었다. 그런데 돈이 무한정 나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닌 탓에 포지티브 방식으로 바뀌면서 경제성평가 제도가 도입됐고, 비용효과성 등 척도를 적용하게 됐다. 보험이 적용되지 않은 약제는 비용부담이 많을 수밖에 없고, 의사는 자신의 치료지침과 다른 방향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 부분에도 많이 공감하며, 그런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 경평 등의 제도가 잘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저박사의 경우 상당히 아쉽다. 현재 쓸 수 있는 항생제가 많지도 않아서 복지부도 필요성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다만, 제도상 기존 약보다 우월해야만 약값을 줄 수 있는데, 항생제는 그 특수성 때문에 경평에서 우월한 결과가 나오기가 어렵다. 내가 보기에도 일정 부분 허들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경평은 국내에만 있는 제도가 아니다. 복지부는 영국, 호주 등 외국의 약가 평가제도 등을 찾아서 분석해 현 제도를 어떻게 합리적으로 손볼지 고민해보려고 한다. 복지부 차원에서도 많은 고민이 있어야 하고, 기존에 항생제 관리료를 마련하겠다고 한 부분도 해야할 것 같다. 그 쪽 방향으로 가는게 옳다."고 했다.

"메로페넴과 비교하면 어떤 항생제도 경평 통과 못해"

항생제 경평 논란은 질의응답에서도 이어졌다. 배현주 교수는 "미국·유럽 등에서 허가받은 9개 신약 중 2개만 국내에 들어왔는데 그마저도 1개는 약값이 낮아서 생산을 포기했고, 또 하나는 '진료상 필수'에 해당되지 않아 비급여로 결정났다. 경평이 문제가 있는게 아니냐"고 물었다. 

최경호 사무관은 "경평이 항생제의 특수성을 잘 감안하지 못하는 부분은 있는 것 같다. 이 부분은 좀 고민을 해보고, 방법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 경제성만으로 모든걸 평가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수긍했다. 아울러 국가필수의약품 지정·희귀의약품센터를 통한 공급·특별 기금 마련 등이 건강보험 재정 측면에서 더 비용효과적일 것이라면서, 이 부분도 충분히 건설적으로 생각해보겠다고 헀다.

또 미국 약값의 3분의1을 받아 생산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진 동아에스티의 '시벡스트로'는 경평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영국·스코틀랜드를 보면, 미국 약값의 2분의1·3분의1이다. 즉, 미국에서는 1을 받는데 우리나라는 0.3을 받아서 협상까지 한 약제를 생산하지 않겠다는 건, 해당 회사가 최소 신의·도덕을 지키지는 않은 것"이라고 했다.

이재갑 교수는 다소 격양된 어조로 저박사주 경평이 가지는 한계를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저박사주는 메로페넴에 듣지 않는 균에 잘 듣는 약이다. 저박사 경평 대조약이 메로페넴이었다. 병원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항생제가 메로페넴이므로 메로페넴과 비교할 수밖에 없는데, 메로페넴과 비교하면 모든 약제는 경평을 통과할 수 없다"면서, "항생제는 단순한 적응증만으로 비교할 게 아닌, 내성 문제를 고려해서 경평을 해야 한다. 지금 경평 전제 자체는 잘못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좌장을 맡은 최정현 교수는 "이재갑 교수를 안지 거의 15년이 됐는데 이런 모습은 처음 본다"고 했고, 최원석 교수도 "이 교수를 오랜 기간 알고 지냈는데 이런 모습을 처음 봤다. 사실 임상에서 환자 치료를 못하면 화가 많이 난다. 그만큼 답답한 마음이라는걸 이해해 달라"고 했다. 

최경호 사무관은 "이재갑 교수가 말한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했다. 경평에 대해서는 현실에 맞게 바꿔나갈 부분이 있다. 교수님이 환자들을 위해 공부해서 해준 말이기 때문에 이 부분은 깊이 이해하고 한 번 더 들여다보면서 신경쓰겠다"고 했다.

최원석 교수는 "나는 기존 급여결정 과정이 100%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백신이나 다른 약제의 경평을 해본 사람으로써 경평은 가치가 있다. 다만, 경평으로 모든 병을 재단하기는 어렵다는 전제를 우리는 항상 가져야 한다"면서, "어떤 약은 쓰지 않으면 환자가 죽는다. 죽음과 삶, 경평은 해당 환자가 생산해낼 수 있는 가치를 돈으로 환산해 평가한다. 예를 들어 GDP를 기준으로 한명을 환산하면 약 3천만원 정도가 나온다. 그 수준에서 1년을 생존시키는 데 더 들면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명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는 건 굉장히 부담스럽다. 적어도 죽고 사는 문제가 걸린 병에서 경평이 가지는 한계는 명확하다. 특히 고령자는 생산 가치를 굉장히 낮게 보기 때문에 돈으로 환산할 때 아주 많은 손해를 입는다. 그런 제한점이 있다는 걸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항생제 대부분은 연구디자인의 우월성을 가져가기가 굉장히 어렵다고도 했다. 최원석 교수는 "특히 내성에 대한 균을 가진 사람만을 모아서 우월성을 입증하는 연구를 하는 건 누가 해도 어렵다. 그건 아주 큰 메이저 제약회사에서도 못할 것"이라면서, "경평은 항생제 특성이 완전히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다. 그건 결국 환자 피해로 돌아간다. 특수성을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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