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석 고대의대 감염내과 교수 발제
항생제 스튜어드십 지원·급여 과정 개선·치료제 확보 중요

최원석 고대의대 감염내과 교수
최원석 고대의대 감염내과 교수

"항생제는 위급한 상황이 닥치면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약물이므로, 비급여 영역에 있는 건 적절치 않다. 항생제는 돈을 내지 못하면 약을 못 쓰는 상황에 놓여서는 안 된다."

최원석 고대의대 감염내과 교수(대한항균요법학회 교육이사)는 5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열린 '급증하는 항생제 다제내성균 감염,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정책토론회 발제에서 이 같이 강조했다. 

최 교수는 "내성균은 늘어나는데 항생제 개발은 줄어들고 있다. 또한, 현재 사용 가능한 국내 항생제는 광범위 항생제 44종·내성균 유효 항생제 12종뿐이어서 의사들은 아주 제한된 범위 내에서 내성균을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카바페넴내성장내세균속균종(CRE)·반코마이신 내성 장내세균(VRE)·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알균 감염균(MRSA) 등 다제내성균에 감염될 경우 치료 접근성에서 제한이 발생해 '항생제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최 교수는 "신약 개발은 1조원 이상의 비용과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개발되는 1만여개 신약후보물질 중 단 1개만이 살아남는 게 현실"이라면서, "국민 대상으로 안전성·효과성이 증명된 약물이라면, 쓸 수 있는 옵션으로 가져야 한다. 약이 도입되지 않으면, 결국 피해는 환자가 입는다."라고 했다. 

2014년 이후 국내 임상을 승인받은 항생제 신약 13개 중 9개는 3상을 진행했다. 이 중 일부 약물은 성공적인 과정을 밟아 미국·유럽에서 승인됐지만, 국내 허가를 받은 약물은 최근 5년간 '시벡스트로'(테디졸리드)와 '저박사'(세프톨로잔·타조박탐)뿐이다.  

최 교수는 "항생제 신약 도입이 어려운 이유는 약가가 낮아서 개발비용 회수가 어렵고, 국내 도입은 됐으나 진료 필수에 해당되지 않아 비급여 영역에 들어와 있기 때문"이라면서, "항생제가 비급여 영역에 들어있는 건 문제가 있다. 비급여 영역에 있는 약물을 사용하는 기준은 전문가의 판단이 아닌 가격이 된다. 그 비용을 낼 수 있는 사람만 사용을 선택할 수 있다."고 했다.

최 교수는 다제내성균 감영증 대응 강화를 위한 정책 제안으로 △의료기관 내 항생제 스튜어드십 지원 △항생제 도입·급여결정 과정 개선 △다제내성균 감염 치료제 확보 △건강보험 적용 확대 등을 언급했다. 

항생제 스튜어드십은 항생제 사용 시 효과를 유지하면서 원하지 않는 내성의 유도를 줄이는 전략이다. 의학학술지 란셋에 발표된 논문들을 보면, 항생제 스튜어드십을 시행해 특정 항생제만 사용하지 않고 여러 항생제를 균형있게 사용했더니 내성이 실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 교수는 "환자 안전과 의료 질을 높이는 차원에서 스튜어드십에 대한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보험인정 기준에 항생제 관리체계인 스튜어드십이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항생제 급여결정 과정도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항생제는 타 약물과 다르다. 내가 몸이 안 좋아서 보약으로 쓰는 게 아닌, 어떤 감염에서는 반드시 써야 할 약물이다. 항생제는 경제성 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면서, "항생제는 미용·시술과 다르다. 어떤 상황이 되면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약물이다. 그렇기에 비급여는 적절치 않다. 이렇게 되면 치료방침·근거와 전문지식, 환자 상황이 아닌 가격에 의해 치료가 결정되로 돈을 내지 못하면 못 쓰는 상황이 된다."라고 했다.

아울러 치료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공급 라인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제내성균 감염증 치료제를 국가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하거나 희귀의약품센터를 통한 공급, 특별 기금 마련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건강보험 재정 확대가 최근 계속 이뤄지는데, 나는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가 무척 자랑스럽고 잘 유지됐으면 한다. 다만, 그 방향이 단순히 '의료 접근성을 쉽게 만들어주자'가 아닌, 더 중요한 것에 우선순위를 뒀으면 한다. 그런 점에서 다제내성균 관리·항생제 치료에서 보장성 강화가 이뤄지는 것이 건강보험 재정 확대 방향으로 제시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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