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플랜도 하루이틀이지..." 약 밀려날까 재택공포
"교육, 플랜도 하루이틀이지..." 약 밀려날까 재택공포
  • 홍숙 기자
  • 승인 2020.03.26 0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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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 영업사원이 툭 터놓고 말하는 코로나19 재택근무의 모든 것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제약회사의 재택근무도 길어지고 있다. 특히 수금, 의약품 디테일 활동 등 대면으로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영업(MR) 직군은 재택 근무 상황이 마냥 편치만은 않다. 히트뉴스는 국내 제약사와 다국적 제약사에서 영업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들과 나눈 이야기를 [블라인드 대담] 형식으로 각색해 코로나19 재택 상황을 담아 봤다.

#1. 재택감옥에 갇힌 다국적사와 재택만 할 수 없는 국내사

사회자=코로나19로 다국적사는 선제적으로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국내사는 상황이 달랐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영업 직군 상황도 비슷한가요?

중소 제약사 영업 관리직 A씨

국내 대형제약사 출신 중소 제약사 영업 관리직 A씨=우리 회사는 종합병원(종병) 영업직은 재택을 시행한지 한 달 정도 지났어요. 하지만 클리닉과 약국을 맡고 있는 영업직의 경우 재택에 대한 회사 차원의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아요. 수금 등을 사유로 적어도 한 달에 1~2번 정도는 병·의원에 직접 방문하고 있어요.

다국적 제약사 신입 영업 사원 B씨=저희는 본사의 승인을 거치지 않고는 임상의를 절대 만날 수 없어요. 정말 중요한 사안에 한해서 본사 승인을 받아야지만 대면 접촉을 할 수 있어요. 만에 하나 본사 승인 없이, 코로나19에 감염돼 동선이 밝혀지면, 중징계로 이어질 수 있거든요. 이젠 원장님이 그리워질 정도로 재택이 끝났으면 하는 마음도 있어요.  재택감옥에 갇힌 느낌이 들기도 해요. 

사회자=영업 직군 재택은 어떤 형태로 이뤄지나요?

A씨=저희 같은 중소 제약사는 온라인 교육 등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체계적이지 못 한 편이에요. 국내사는 규모에 따라 자체 시스템을 갖춘 곳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 외주에 맡긴다고 들었어요. 중소 제약사는 아예 시스템 자체가 없는 곳도 많고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으니, 특히 국내사 영업 직군은 재택근무로 마땅히 할 것이 없어요. 기본적인 약물 레퍼런스, 사내 게시판에 업로드 된 온라인 교육을 받는 게 전부죠. 혹은 지점장이나 관리자가 사원들에게 다양한 활동을 지시하기도 하고요. 온라인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은 회사의 경우 효율적으로 재택근무를 활용하기 어려운 형편입니다.

B씨=저희는 각 영업 팀장 주도로 매주 어젠다가 내려와요. 재택 1주차에는 웹심포지엄, 심포지엄을 들으며 제품 교육을 주로 받았어요. 2주차는 팀별 영업부 세션을 가져서 자신이 맡지 않은 품목에 대한 디테일을 듣는 시간을 가졌어요.

3주차에는 3일 정도 회사에 나갔다가 31번 확진자가 나오면서 재택에 다시 들어갔는데요, 주로 경쟁사 제품을 공부하는 시간을 가지고, 상반기 플랜을 다시 보완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또 담당 교수님에게 메일을 보내기도 했고요.

4주차는 재택이 길어지니 아젠다가 떨어지기 시작했는데요, 저희가 맡은 제품의 질환 군을 심도 깊게 공부했어요. 보통 교수님들이 무의식적으로 쓰시는 의학적 용어들이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번 교육을 통해 교수님과 보다 원활한 소통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됐던 것 같아요.

사회자=국내사의 경우 재택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고, 다국적사는 재택을 해야만 하는 구조 잖아요. 각자의 상황에서 불안감이 있을 것 같아요.

다국적사 B씨

A씨=저희와 비슷한 규모의 회사를 전반적으로 보면, 재택근무 지시가 내려와도 일주일에 한번 출근을 해야 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회사가 재택을 ‘권고’하고 있지만, 마감이나 수금 문제로 현장에 나가야 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아직도 온라인 결제나 카드 결제를 하지 않은 경우 거래처 방문을 할 수 밖에 없어요. 거래처에 따라 현장 방문을 선호하는 경우도 있어요. 반면 어떤 거래처는 저희를 마치 ‘슈퍼전파자’ 취급을 하면서 저희가 가장 위험하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시죠.

B씨=재택 근무를 하면서 마음이 편치만은 않아요. 심지어 오리지널 제품을 장기간 맡아온 선배님도 교수님을 뵌 지 한달이 넘어가니 불안해 하시더라고요. 사실 교수님 입장에서 그래도 국내사 영업직은 얼굴을 비쳤는데, 다국적사 영업직은 오지 않았다고 괘씸(?)하게 보실까 걱정되기도 해요.

또 저희는 자체 규정이 강해서 볼펜, 기프티콘 하나 제대로 드릴 수 없는 실정이잖아요. 국내사는 이 시기에 맞춰 마스크, 손소독제 등 줬을 텐데요... 다국적사는 단일품목을 맡는 경우가 대다수라서, 이 품목의 매출이 하락하면 정말 타격이 커요. 반면 국내사는 다양한 품목을 맡기 때문에 대체 품목을 영업 매출을 대신할 수 있잖아요.

#2. 정확한 매출 하락 예측해야 하는 다국적사와 ‘회전’ 압박 다가오는 국내사

사회자=병원을 방문하는 환자 수가 줄어, 매출 하락은 불가피 할 것 같은데요. 회사에서 매출 하락에 따른 압박은 없나요?

A씨=이런 상황에서 매출 하락으로 직원들에게 뭐라고 할 순 없겠죠. 다만, 회사에서 회전(수금 기한)을 좀 유예해 주면 좋겠죠. 회전이 유예되면, 영업 사원들도 감염 위험을 감수하면서 현장 수금을 돌 필요는 없을 테니깐요.

보통 회사 규정 상 3개월 내에 수금을 해야 하는데요, 코로나19로 현장 방문이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한달 정도만 회전을 유예해 줘도 영업 사원들이 수금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에요. 하지만 매출 1000억원 미만 회사는 회전을 유예하긴 쉽지 않을 거에요. 그 달의 매출로 운영되는 중소제약사도 많거든요. 

B씨=회사 차원에서 코로나19를 감안해 자연 증감률을 반영해 줍니다. 대신 매출이 얼마나 떨어질지 정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예측’해서 제시해야 합니다. 매출 하락폭을 ‘정확’하게 제시하는지를 회사가 핵심성과지표(KPI)로 삼아요.

하락폭을 정확하게 제시할 수 있다는 건 곧 거래처의 상황과 자신의 품목 시장 상황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거잖아요. 명확한 근거를 대면서 관리자에게 매출 하락폭을 제시하는 게 스트레스로 작용하기도 해요.

사회자=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오히려 영업직 개인 역량이 더 드러날 것 같기도 한데요. 어떻게 영업 활동을 펼치나요?

A씨=중소제약사의 경우 영업 사원 개개인의 역량이 이런 상황을 통해 온전히 드러나죠. 영업직은 창의적인 직군이에요. 중소제약사의 제한적인 시스템으로만 한다면 한계가 있죠. 원장님에게 편지를 쓰고, 브로슈어에 공부한 흔적을 보여드리고, 약물의 특장점을 설명하고, 다른 병원의 상황을 설명하는 등 다양한 영업 활동을 펼칠 수 있어요. 신입사원의 경우 회사의 가이드라인 없이 오롯이 이런 활동을 펼치기 쉽지는 않죠.

B씨=저희 역시 신입이면 더 막막하기도 해요. 국내 제약사가 대면 디테일을 하면서, 우리 약이 밀려 날까봐 두렵기도 하고요. 그렇다고 대면 디테일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잖아요. 저희끼리 우스개소리로 회사 규율 어기고, 대면 디테일 하자는 농담까지 할 정도에요. 만약 코로나19에 걸리면 자가격리에 들어가 자체 치유를 하자는 웃픈 농담을 나눌 정도죠.

나름대로 교수님께 약물 관련 메일을 보내드기도 하고, 웹심포지엄 등을 제공해 드리고 있어요. 카톡이나 전화로 안부를 전하기도 하고요.

#3.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영업 활동의 한계

사회자=코로나19로 비대면 영업 활동을 위해 디지털 도구(tool)를 활용한 영업·마케팅 활동이 활발해 지고 있잖아요. 실제로 영업 현장에서 디지털 도구가 얼마나 효용성이 있나요?

B씨=최근 멀티 디테일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회사에서도 자체 툴 개발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어요. 다만 현장에서 직접 교수님이나 원장님께 e브로셔 등 디지털 툴을 활용해 영업 활동을 펼쳤을 때, 그리 효과가 높다는 생각이 들진 않아요. 약간 흥미롭게 보시는 정도가 전부죠.

저희는 멀티 디테일링(메일, e브로셔 실행 수) 등을 KPI 지표로 삼아요. 정작 저희 고객들은 디지털 마케팅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보지만은 않는 상황에서 KPI를 위해 디지털 마케팅을 펼쳐야만 합니다. 

결국 디지털 마케팅의 최종 목표는 영업 사원 인건비를 줄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영업은 단순히 디지털 툴로 제품 소개만 하는 건 아니에요. 

A씨=동감합니다. 결국 똑같은 디지털 툴을 활용해도 영업 사원마다 실행하는 방식은 다를 거에요. 또 외주 형태로 디지털 시스템을 구축하면, 각 회사만의 차별화된 전략을 갖추기도 쉽지 않고요. 선제적으로 디지털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은 채, 천편일률적으로 디지털 마케팅을 펼친다면, 그 효용성이 있을지 의문입니다.

사회자=끝으로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회사에 고맙거나 향후 개선됐으면 하는 사항은요?

B씨=재택근무 결정을 선제적으로 내렸을 당시 회사가 우리를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느낄 수 있었어요. 또 저희 회사는 매주 마스크를 보내줬기 때문에, 저는 한번도 약국에서 마스크를 사려고 줄을 선 적이 없어요.

다만 저희도 재택이 처음이다 보니, 재택근무 아젠다 자체가 기존 영업 일보다 더 많은 업무량을 필요로 했어요. 아젠다를 짜야 하니, 불필요한 워크숍이나 발표 등도 많았던 것 같고요. 사실 워크숍이나 발표는 비대면 상태에서 화상 채널만으론 한계가 있는데, 억지로 채워 놓은 느낌이에요.

A씨=회사가 마스크 재고를 가지고 있는데도, 단순히 판매만 했어요. 회사가 저희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느껴져 좀 씁쓸했죠. 복지 차원에서 직원들에게 마스크를 제공했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사실 이런 위기 상황일수록 오히려 기회로 삼을 수도 있어요. 차리리 회사 차원에서 명확하게 재택 시행령을 내려, 이번 사태가 어느 정도 해결되면 직원들이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줬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이번 일을 계기로 비대면 영업 활동 방법론에 대해서 회사가 주도적으로 논의를 이어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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