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협회는 왜 '한미맨 이관순'을 호출했나
제약바이오협회는 왜 '한미맨 이관순'을 호출했나
  • 김경애 기자
  • 승인 2020.02.13 0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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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순 한미약품 부회장, 제약바이오협 이사장 선임
"신약 연구개발 진두지휘, 오픈 이노베이션 선구자"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사장이 마침내 정해졌습니다. 국내 신약 연구개발(R&D)을 선도해온 한미약품의 이관순 부회장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협회는 12일 오전 이사장단 회의를 열어 '대한민국 연구개발과 기술수출의 아이콘'인 이 부회장을 14대 이사장으로 내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의사결정 절차가 남았지만, 관례를 보면 최종 결정으로 보아도 무방합니다.

이관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신임 이사장(왼쪽)과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
이관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신임 이사장(왼쪽)과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

이관순 신임 이사장은 서울대 화학교육과를 졸업한 뒤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화학과 석사 과정을 밟던 중 1984년 덩치가 작았던 한미약품 석사 1호 연구원으로 입사했습니다. 37세의 젊은 나이에 최연소 연구소장이라는 직함을 달았고, 연구개발센터장·연구개발본부장 등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습니다.

그는 대한민국 기술수출 1호와 연관된 인물입니다. 제3세대 세프트리악손을 개발하는데 주도적 연구원이었으니까 말입니다. 1989년 이 기술이 자신들에게 걸림돌이 될 것을 우려한 스위스 로슈는 먼저 손을 내밀어 6년간에 걸쳐 미화 600만 달러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이 기술을 사갔습니다. 다국적사 뒷덜미를 잡은 이 제네릭이 한미약품 R&D의 본격적인 출발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죠.

그는 당뇨 신약기술인 퀀텀 프로젝트와 독자적 비만 치료제 개발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연구소장 시절 징검다리식 R&D 시스템(제네릭→개량신약→First In Class)을 성공적으로 구축하며 국내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연구원 출신의 그가 대표이사 사장이 된 2010년은 한미약품은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한 위기의 해였습니다. 이관순 부회장은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집중하자는 불굴의 의지로 글로벌 신약에 몰두했고, 5년 뒤 신약 기술수출 8조원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게 됩니다. 1조3175억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연매출도 기록했습니다.

이번 인선은 혁신신약과 오픈 이노베이션이라는 키워드에 가장 맞닿아 있습니다. 오픈 이노베이션에 사활을 건 원희목 회장의 어깨도 다소 가벼워질듯 보입니다. 지난 달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원 회장은 올해 제약바이오 산업을 오픈 이노베이션에 걸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밝힌 바 있습니다. 당시 원 회장은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우리 업계는 살아남을 수 없다"며 글로벌 혁신 생태계에 적극 뛰어들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실제 원 회장은 지난해 말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유럽시장 진출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대표단을 꾸리고, 미국 보스턴을 시작으로 영국·아일랜드·독일 등지를 순차적으로 방문했습니다. 선진 오픈 이노베이션 생태계를 목도한 그는 우리나라의 현실적인 한계·가능성도 동시 확인했습니다.

이후 원 회장은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개방형 혁신을 바탕으로 글로벌 생태계에 직접 뛰어들고 부딪쳐야만 한다"며, 미국 보스턴에 있는 케임브리지 이노베이션 센터(CIC) 공용 사무실 입주 기업과 메사추세츠공대 산학 협력 프로그램(MIT ILP)에 참여할 기업들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밀너 컨소시엄에도 가입해 혁신신약 공동연구에 참여할 계획입니다.

원 회장은 지난해 10월 전 회원사 대표들에게 서신을 보내 우리나라 제약산업이 위기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여러 전문가들도 국내 제약산업이 작은 내수시장에서 제로섬 게임을 반복해 쇠락의 길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지난해 10월 말 협회 주관으로 열린 제약바이오 CEO 워크숍에서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응 방안으로 실질적인 오픈 이노베이션 장을 마련하자는 얘기에 큰 공감대가 형성됐습니다.

업계가 우려한 위기의 2020년은 이미 도래했습니다. 변하지 않으면 위기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원희목 회장과 위기를 극복하고 신약 강국으로 나아가자는 이관순 이사장은 전문경영인과 대주주의 관계로도 표현할 수 있는데, 이관순 이사장은 앞으로 이정희 현 이사장이 했던 것처럼 방향성을 잡아 원 회장의 정책을 흔들림없이 믿고 지지해 주는 앵커 역할을 하게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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