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성장 전략회의-기자간담회-신약조합 신년교례회
원희목 회장 "나라는 주어를 우리로 바꿔 함께 가자"

"미생물부터 코끼리까지 전부 어우러지고 살아 숨쉬며 돌아가는 게 생태계다. 공룡이나 코끼리가 생태계를 끌고 갈 수는 없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15일 오전 협회 대강당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강조하며 "정부가 주도적으로 조성한 생태계는 성공 사례가 거의 없다.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형태의 제약바이오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 왼쪽은 신년 기자간담회, 오른쪽은 KDRA 신년교례회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 왼쪽은 신년 기자간담회, 오른쪽은 KDRA 신년교례회

이날 원희목 회장은 누구보다도 바쁜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오전 8시 서울 종로구 소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혁신성장 전략회의,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협회 대강당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 오후 3시30분 서울 강남구 삼정호텔에서 열린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KDRA) 신년교례회 등 연이은 일정에 모두 참석했죠.

원 회장의 키 메시지는 공격적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제약바이오 생태계 구축입니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어떤 한 분야에서 주도하는 게 아닌 모든 게 어우러져야 한다. 말은 쉽지만 실질적으로 하기는 힘든 과제"라며 "올해 제약바이오 산업을 바로 이 오픈 이노베이션에 걸겠다"고 했습니다.

오전 8시 제1차 혁신성장전략회의에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 이경국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장, 송시영 연세의대 소화기내과 교수 등 민간 보건의약 전문가가 참석했습니다.

이날 회의는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바이오헬스 핵심규제 개선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는데요, 의료데이터 활용 확대 등 신산업 연구환경 조성, 의료기기 이중규제 철폐·혁신의료기기 육성, 소비자 직접의뢰 유전자검사 서비스(DTC) 허용항목 확대 등 15건의 규제 개선방안을 의결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원 회장은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형태의 제약바이오 오픈 이노베이션을 강조했다고 합니다. 실제 그는 "미국 보스턴의 경우 허허벌판에 바이오 클러스터가 자연스럽게 구축됐는데, 여기에 정부가 지원한 돈은 10여년동안 고작 1조원뿐이다. 우리는 몇십조원을 쏟아 부었는데도 안 되고 있고, 심지어 정부에서 판을 주도적으로 짜려고 한다"며 "잘 맞는 사람들이 모여서 생태계를 구축하고, 정부는 그 흐름을 잡아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오전 11시 신년 기자간담회와 오후 KDRA 신년교례회에서도 동일한 발언을 했습니다. 특히, '나'라는 주어를 우리라는 주어로 바꿔 모두가 함께 호흡해야만 제약바이오 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원 회장은 "지난해 미국·영국·독일 등을 다녀오며 느낀 건 성공한 클러스터·바이오 허브 대부분은 자연스럽고 편안하다는 것이다. 어떤 사안이 있을 때 산학관연병이 등 모든 유관기관이 바로 연계해 순발력 있게 일을 진행한다. 우리는 이상할 정도로 연계가 안 되고 있다. 혼자 비밀스럽게 연구하는 시대는 이제 지났다. 정보가 모이면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원 회장의 말대로라면, 위기를 맞이한 산업계에는 더욱 강력하고 적극적인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이 필요합니다. 앞서 여러 전문가들이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이 작은 내수시장에서 제로섬 게임을 반복해 쇠락의 길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지난해 10월 말 협회 주관으로 열린 '제약바이오 CEO 워크숍'에서는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응 방안으로 실질적인 오픈 이노베이션 장을 마련하자는 얘기에 큰 공감대가 형성됐습니다. 

이를 위해 산업계는 올해 30개사 이상의 국내 제약기업 중심으로 글로벌 혁신 생태계에 직접 뛰어들어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GOI, Global Open Innovation)을 통해 혁신 신약개발에 도전할 계획입니다. 미국 바이오 생태계에 GOI 거점을 확보하고,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밀너 컨소시엄에 가입해 혁신신약 공동연구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계획입니다.

원 회장은 "보스턴 CIC에는 4000여개 제약바이오 기업이 있는데, 국내는 유한양행·GC녹십자·LG화학·삼양바이오팜 등 4개사만 진출한 상태다. 올해 CIC 진출 기업 수를 늘려 세계 시장에 적극 뛰어들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산학연 공동연구 시설이 있는 영국 밀너 컨소시엄의 경우 국내는 JW중외제약만이 진출한 상태다. 여기에도 많은 기업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협회·정부가 함께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산업계는 신약개발·후보물질 개발을 공동 목표로 삼고, 국내외 제약사·바이오벤처, 학계·산업계, 투자자 등이 보유한 전문성과 최신 기술 정보를 교류하며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KPBMA 오픈 이노베이션 클럽'(KPBMA OIC)도 신설할 계획입니다. 정보 습득에 어려움이 있는 바이오벤처 등에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제약바이오산업·의약품 정보 허브 역할을 위한 'KPBMA O-K 센터' 온라인 서비스도 준비 중입니다.

원 회장은 "변하지 않으면 우리 업계는 살아남을 수 없다. 그간 국내 제약바이오 시장이 건강보험과 내수시장에 머무르며 정해진 시간에 서로의 역할을 분담했다면, 이제는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 본격적인 확산성·팽창성을 추구해야 할 때"라며 "올해는 총체적인 혁신의 실천으로 구체적 성과를 도출하는 해로 삼겠다. 협회는 오픈 이노베이션 판을 깔아 회원사들이 주체가 돼 뛸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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