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어디에 있나"…고민하는 제약CEO 71인
"우린 어디에 있나"…고민하는 제약CEO 71인
  • 김경애
  • 승인 2019.10.30 0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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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CEO 워크숍서 제약바이오 위기 진단
CEO "혁신에 대한 보상이 주어지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연세의대 송시영 교수·김우연 카이스트 교수 발표
'제약바이오 CEO 워크숍'이 29일 오전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CEO 71인이 참석한 가운데 '우린 어디에 있나'를 주제로 열렸다.
'제약바이오 CEO 워크숍'이 29일 오전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CEO 71인이 참석한 가운데 '우린 어디에 있나'를 주제로 열렸다.

유한양행·녹십자·한미약품 등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제약바이오기업의 CEO 71인이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의 부름에 화답했습니다. 지난 9월 말 원 회장은 회원사 대표들에게 서신을 보내 "우리나라 제약산업이 위기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호소하며 29일 오전 8시 임피리얼팰리스호텔에서 개최되는 '제약바이오 CEO 워크숍'의 참석을 당부했습니다.

이 워크숍은 화합을 다지는 자리는 아닙니다. 원 회장에 따르면, 제약바이오산업은 3대 주력산업으로 선정될 정도로 그 어느 때보다 커다란 관심과 지지를 받고 있지만 또 다른 현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당장 내년부터 만성질환 등 약제군별 약가 수준을 해외 약가와 비교해 인하하는 정책과 발사르탄 사태가 야기한 위탁(공동)생동 제한이 순차적으로 진행되는데요.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CSO(영업대행) 불법 리베이트와 관련해, 제약사 처벌을 강화하는 약사법 개정도 이뤄집니다.

혁신신약 개발을 위한 생태계 조성, 글로벌 시장 진출 등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합니다. 원 회장은 지금 이 시점을 위기라 명명하면서 비장한 마음으로 이번 CEO 워크숍을 기획했습니다. 협회에 따르면, 이날 비공개 기조발표에서 원 회장은 개방형 혁신, 글로벌 진출 가속화, 유통 투명화를 통한 제네릭 시장 활성화, 약가 통제 등 4가지 화두를 던지며 '물 들어올 때 노를 힘껏 저어 글로벌 성공사례를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자유토론은 이정희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사장(유한양행 대표이사 사장)을 좌장으로 80분간 진행됐습니다. CEO들은 '혁신에 대한 보상이 주어지는 환경이 좀 더 조성되면 좋겠다', '혁신 생태계가 조성되는 방향으로 정부가 지원해달라', '산학연병정이 연구개발(R&D) 성공 방향을 공동으로 논의할 수 있도록 협회·정부에서 노력해달라', '산업계 입장을 충분히 수렴한 정부 정책이 이어지면 좋겠다' 등의 의견을 개진했습니다.

이 외 주제별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정부·국회에 정책을 적극 건의하는 별도 TF(태스크 포스) 신설, 유통 투명화·약가 통제 등과 관련한 다양한 연구용역 실시, 산학연병정의 실질적인 오픈 이노베이션 장 마련 등을 논의했는데요. 특히, 제약사 규모와 관계 없이 선택과 집중을 통해 각 기업 사이즈에 맞는 성공 사례가 나올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자는 얘기에 큰 공감대가 형성됐습니다.

사실 이날 모임은 과거 통상적인 CEO 워크숍과는 다른, 결론을 정해놓거나 도출하는 자리는 아니었습니다. 자성이나 개탄하는 자리도 아니었죠. 이재국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상무이사는 "어떤 행동이나 특정 현안을 해소하기 위한 게 아닌, 산업 내부를 스스로 열어놓고 오픈이노베이션의 첫 파트너가 동료 기업이라는 인식을 공유하는 자리"라며 "어떤 위기 요인이 있으면 성공을 위해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데, 지금이 바로 그 타이밍"이라고 했습니다. 정례적인 행사로 끝낼 게 아닌, 1년에 2회 이상 1박2일로 열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합니다.

송시영 연세의대 교수(왼쪽), 김우연 카이스트 교수
송시영 연세의대 교수(왼쪽), 김우연 카이스트 교수

한편, 이날 워크숍에는 송시영 연세의대 교수(現 바이오헬스산업혁신전략추진위원회 추진위원장)와 김우연 카이스트 교수의 공개 발표도 진행됐습니다. 양 교수가 제시한 제약바이오 위기대응 전략의 골자는 오픈 이노베이션과 인공지능(AI)입니다.

송시영 교수는 "사실 산업은 제가 여기 계신 모든 분들에게 배워야할 부분이지만, 감히 말씀드린다"면서,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이 작은 내수시장에서 제로섬 게임을 반복해 쇠락의 길로 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글로벌 트렌드는 목적 중심의 기술 융합, 산학연병 융합·중개연구 활성화, 글로벌 파트너링, 바이오클러스터·메디클러스터 등 연구 기능의 고도화·집중화, 스타트업 기업 활성화 등으로 요약됩니다. 실제 주요 선진국은 R&D 지원을 위해 부처 거버넌스를 통합하고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건강복지·경제성장을 강조하며 융합형 창의 인재 육성에도 공을 들이는데요. 

송 교수는 파이를 좀 더 키우고 시장 수요·성공 가능성을 고려한 전략을 세워 융합 생태계를 형성해야만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연구개발의 성공은 기술 혁신을 통한 수익 창출이 아닌 환자를 위한 혜택밖에 없다.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습니다.

김우연 카이스트 교수는 기초연구에서 개발로 가는 중간 단계인 '죽음의 계곡'으로 인해 제약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파이프라인의 공급이 부재하는 현상을 지적했습니다. 김 교수는 "그러다보니 각자도생하게 된다. 내가 가진 기술로 스스로 하려 한다. 결국 역할 분담이 부재하고 전문성이 결여돼, '모 아니면 도' 식의 투기성 사업 구조가 생겨난다"고 했습니다.

김 교수는 "인공지능은 죽음의 계곡을 극복할 다리가 될 수 있다. 현 기초연구는 5~10년가량 걸리는데, 개발단계까지 이어지는 기간을 단축할 경우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상생의 생태계 구축을 위해 원 팀 원 플랫폼 전략을 제안했는데요. 이 플랫폼은 기업간 데이터 공유를 통해 기술을 고도화하며 기업 내재화 한계를 극복합니다. 여러 회사나 협회를 통해 지분을 공유하면서 인재 결집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죽느냐, 사느냐'를 외쳤던 햄릿보다는 불가능에 '도전'하는 콜롬버스가 되자는 김 교수의 말로 마무리하겠습니다. 김 교수 말에 따르면, 위기는 곧 기회입니다. 김 교수는 "전통적인 기술 분야는 선진국이 이미 앞서 있지만, 인공지능 기반 신약 개발은 모두가 출발선상에 선 상태"라며 "이제 남아있는 건 개척해야 하는 미지의 황무지다. 주인 없는 미래의 땅은 개척자의 몫이다. 황무지 개척은 누가 얼마나 빨리 가느냐의 대결"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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