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W중외 · 비브라운/영진 "원활한 공급 위해 약가보전 절실" 협의
시장규모 커지지만 식품회사 공격에 진퇴양난… 환자는 '발 동동'

지난해 공급 지연, 중단 등으로 수급이 불안정했던 '경장영양제' 품목들이 견디다 못해 퇴장방지의약품 지정을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퇴장방지의약품이 될 경우 업체는 원가를 보전받게 돼 늘어나는 환자들의 수요만큼 안정적 공급도 가능해져 불확실성이 큰 수급난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업체는 물론 환자단체와 관련 학계도 퇴장방지의약품 지정을 바라지만 보험당국이 어떤 결정을 내릴 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런데 경장영양제는 왜 퇴장방지의약품을 신청했을까?

(왼쪽부터) 보험급여가 적용되는 경장영양제(전문의약품) JW중외제약의 '엔커버'와 비브라운/영진약품의 '하모닐란'
(왼쪽부터) 보험급여가 적용되는 경장영양제(전문의약품) JW중외제약의 '엔커버'와 비브라운/영진약품의 '하모닐란'

히트뉴스 취재 결과 경장영양 시장 상황과 현 약가제도, 수입품으로서 특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팔면 팔 수록 손해"라는 게 업체들의 주장. 공급 재개를 기약할 수 없고 불안하니 학계와 환자들은 끊임없이 "업체가 공급을 전면 중단하는 것 아니냐"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들 의견을 듣고 고민한 업체들은 각각 보건복지부/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생산원가 보전(퇴장방지의약품) 지정을 신청했다. 마진도 안 남는데 적정양 공급을 위해선 "제도의 틀 안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보험급여 적용 중인 경장영양제 시장에서는 JW중외제약이 EN오츠카로부터 완제·수입, 판매하고 있는 '엔커버'와 비브라운이 완제·수급해 영진약품이 국내 판매 중인 '하모닐란' 등 두 품목이 있다.

보험급여가 적용되는 경장영양제 시장의 현황. (엔커버와 하모닐란)
보험급여가 적용되는 경장영양제 시장의 현황. (엔커버와 하모닐란)

IMS 데이터에 따르면 급여 경장영양제 시장은 2011년 85억원 규모에서 2015년 237억원, 2018년 358억원으로 7년 새 4배나 성장했다. 매년 10%씩 오른 셈. 2018년 기준, 엔커버는 203억1800만원으로 시장의 57%, 하모닐란은 155억4800만원으로 시장에서 43%를 차지했다.

그런데 지난해의 경우 엔커버는 105억원 가량, 하모닐란은 240억원 가량의 매출을 거둔 것으로 추산됐다. 갑작스레 하모닐란 매출이 뛰었다.

지난해 먼저 품절됐던 품목이 JW중외제약의 엔커버라서 그렇다. 지난해 3월 취급병원과 유통업체에 "EN오츠카의 공급중단으로 인해 5월부터 일시적으로 엔커버액 200ml, 400ml(전 함량)를 공급하지 못하게 됐다"고 했다. 재개시점도 알리지 않았고, 품절은 3개월 여 이어졌다. 사유는 뒤늦게 한국과 일본의 기시법 상 차이로 인한 허가변경으로 알려졌다.

엔커버를 찾던 수요는 자연스레 하모닐란으로 몰렸고 주문 · 판매 수량이 급증했다. 하모닐란도 독일 비브라운 사에서 완제 수입되는 품목이라 6개월 전에 미리 주문해 입고 일정과 수량을 조정한다. 그해 7월, 하모닐란 국내 재고분은 모두 소진됐다.

지난해 10월 25일 금요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문전약국은JW중외제약 경장영양제 '엔커버'를 입고해처방 환자들에게 공급하고 있었다.약국 한 켠에 엔커버 포장 박스를 비치해 둔 모습.
JW중외제약 경장영양제 '엔커버'가
문전 약국 한 켠에 비치돼
처방 환자들에게 공급되고 있었다.

두 품목만 있는 급여 되는 경장영양제가 모두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환자 가족들은 "어느 약국에 재고가 있나요?" "이거 없으면 안 되요"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일부 환자 가족들은 업체를 직접 찾아 "빨리 공급하라"며 항의 까지 했다.

복지부와 식약처는 품절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JW중외제약과 협의 후 JW중외가 보유하고 있던 재고분을 시장에 출하하기로 했다. 그해 8월부터 11월까지 3~4개월 간 재고라 유효기간은 길지 않았지만 일부 공급할 수 있었다. 하모닐란도 입고 시기가 지연됐으나 소량 공급을 이어왔다.

업체들 모두 지난해 예상치 못한 '수급난'을 겪으며 적잖이 당황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브라운과 영진약품은 예상치 못한 경쟁제품 품절에 매출은 올랐어도 처방된 만큼 약가인하를 맞을지 몰라 걱정하는 기색을 보였다.

사전약가인하제 때문이다. 잘 팔릴 수록 약가는 깎인다. 정부가 지난해 청구건수를 보고 약가를 인하하기 때문. 일례로 경장영양제 약가는 2326원인데 2.75% 깎여 2200원으로 줄어든다.

처방이 몰렸을 뿐인데 약가인하를 기다릴 수 밖에 없게 된 셈이다. 두 품목만 있으니 한 품목의 수급이 불안하면 즉시 다른 품목도 영향을 받는다. 몇 년전에는 하모닐란의 수급이 불안정해 엔커버로 수요가 급격히 몰리기도 했다.

수입품이라 입고일정이 오래 걸리니 환자가 직접 복용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 물론, 다른 경장영양제도 있다. 모두 식품으로 구분돼 유통 중이다. 환자는 식대에서 경장영양제 금액을 부담해야 한다. 

지난해 '품절 사태'로 JW중외제약과 비브라운·영진약품은 올해 공급량 산정을 고심했다는 전언이다. 경장영양제를 시판 중인 식품업체의 공격적인 마케팅, 여전히 의료진이 느끼는 '수급 불신' 등은 숙제가 됐다. 

JW중외제약은 '엔커버'의 허가변경을 마쳐 이달 공급을 재개했다. 지난해 하반기 출하량 수준으로 공급 중이며 올 하반기, 매출에 따라 추가 공급할 계획이다.

급여되는 의약품으로선 두 품목 밖에 없으니 공급양 정하기가 어렵다는 게 업체 관계자의 전언이다. 추산한 만큼 수요가 있을까, 무작정 늘렸다 재고가 되면 폐기할까 등의 걱정이라는 것. 그렇다고 두 회사가 허심탄회하게 정보를 다 공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채산성이 낮은 데다 수요만큼 공급을 맞추기 부담스러운 면도 있다는 게 업체의 속내다. 따라서 원가 보전이 가능한 퇴장방지의약품이 되는 게 조금이라도 숙제를 해결할 방안이라고 판단했다.

퇴장방지의약품은 생산원가 보전을 4월과 10월, 일 년에 두 번 신청할 수 있다. 엔커버와 하모닐란은 지난해 10월 신청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원가 계산과 임상적 필수성 등을 판단하고 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현재 학회와 환자단체의 의견, 민원을 수렴한 상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퇴장방지의약품의 기준' (2013.04.01. 심평원 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퇴장방지의약품의 기준' (2013.04.01. 심평원 자료)

심평원은 퇴장방지의약품 지정 기준을 ▷타약제에 비해 저가인 약제로 품절이 빈번하게 발생하거나 원가 상승 등으로 생산 또는 수입이 기피돼 임상진료에 지장을 초래하는 약제 ▷타약제에 비해 저가이면서 약제 특성상 타약제 대체효과가 있어 비용효과적 측면에서 특별히 관리해야 할 약제 ▷퇴장방지의약품으로 지정된 약제와 동일투여경로, 성분, 제형인 약제는 당연 지정 ▷WHO 필수의약품은 우선지정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

환자단체는 심사평가원에 경장영양제의 퇴장방지의약품 지정을 강력하게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식사 등 영양공급 곤란 환자에게 입으로, 삽입관으로 영양분을 공급하는 품목 특성 상 수급 불안정이 '환자의 생존 유지'에 영향을 주기 때문.

한국정맥경장영양학회도 지난해 기자간담을 열어 "환자에 필요한 약물이 처방될 수 있도록 정부가 퇴장방지의약품 지정 등 조치를 해야한다"고 요구했었다. 이들은 과거 채산성 등을 이유로 국내 경장영양제 사업을 철수한 제약사 '한국애보트' 사례를 언급했다. 

학회 임원은 "의약품으로 분류된 두 제품의 수급난으로 환자에게 적정한 경장영양제 제품을 주기 어려웠다. 시장에 더 공급되지 않을까 우려했다"며 "계속 처방할 수 있도록 퇴장방지의약품으로 지정해야 한다.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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