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W중외, 재고분 출하… 1~2달 남은 유효기간, 장기복용 안 돼
영진, 수요 쏠리자 물량 순식간 소진… "비브라운과 노력" 강조

입으로 영양 섭취하기 어려운 환자에게 비강 튜브나 경구로 영양분을 전하는 '경장영양제'가 공급이 재개됐다. 하지만 약국 현장은 "기존의 수요를 대체할 수 있을 만큼의 양은 아니"라며 업체와 정부 당국에 곤란한 기색을 드러냈다.

특히 경장영양제의 수요가 높은 원내약국 · 문전약국 · 요양원 등은 공급 재개 안내와 재고 확보에 촉각을 곤두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공급이 다시 끊길까 불안하다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왼쪽부터) JW중외제약의 경장영양제 '엔커버'와 영진약품이 판매하고 비브라운코리아가 허가권을 가진 경장영양제 '하모닐란'

국내에 보험급여가 되는 전문약인 경장영양제는 JW중외제약의 '엔커버'와 영진약품의 '하모닐란' 등 두 품목 뿐이다. JW중외는 일본 제약사 EN오츠카, 영진약품은 독일 비브라운사에서 각각 완제품을 수입하고 있다.

JW중외는 지난 4월 15일 "EN 오츠카사로부터 공급중단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엔커버 200ml, 400ml 제품을 공급하지 못하게 됐다"고 했다.

이에 따라 엔커버의 수요가 하모닐란에 쏠렸고, 영진약품도 7월 "경쟁제품의 장기 품절로 인해 판매 수량이 급격하게 증가됐고, 국내 재고분이 소진됐다"며 "6개월 전부터 하모닐란을 주문해 입고 일정과 수량을 조정하는 편"이라고 했다.

지난 25일 금요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문전약국은
JW중외제약 경장영양제 '엔커버'를 최근 입고해
처방 환자들에게 공급하고 있었다.
약국 한 켠에 엔커버 포장 박스를 비치해 둔 모습이다.

이후 8월 JW중외는 식약처와 협의한 후 유효기간이 길지 않은 3~4개월 분량의 재고를 시장에 출하하기 시작했다. 또, 품절의 원인은 일본 법과 한국 법의 차이로 인한 국내 허가사항 변경인 것으로 드러났다.

9월 중순, 영진약품은 "배송 중 QC fail로 인해 입고가 재차 지연됐다. 공급사와 협의중에 있지만, 11월까지 입고 일정이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정상 물량 공급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종합하면 JW중외는 엔커버의 일부 재고를 공급 중이고, 영진약품은 하모닐란의 공급에 차질을 빚은 상황이다.

여기에 하모닐란의 허가권자인 비브라운 관계자는 "한정적이지만 수입양을 매달 출하하고 있다. 영진약품의 공문은 9월에 수입된 물량이 통관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돼 우선 공문 안내가 이뤄진 것"이라며 "영진약품과 협의하며 최선을 다해 수급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약국 현장은 "타 품목과 이번 경장영양제의 수급 불균형은 몇 가지 특징이 느껴졌다"며 "엔커버와 하모닐란 모두 수급이 만족스럽지 않은 편"이라고 했다.

엔커버와 하모닐란이 수입 품목인 만큼, 공급에 의존적일 수 밖에 없고 국내 제약사의 자체 생산 품목이 없다는 지적이 있었다.

또, 직거래나 유통 등의 공급방식이나 처방 규모에 따라 수급에 우선순위가 있는 데다 수급난을 틈 타 과다처방으로 경장영양제를 받아가려는 환자들도 보인다는 전언이었다.

A 대학병원 약제부 담당자는 "엔커버와 하모닐란 모두 원내약국과 현장에 넉넉하지 않다"며 "최근 끊긴 전례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 공급이 원활할지 불안한 마음도 든다"고 했다.

경기 북부지역의 B 약국장은 "노인 인구가 많아지는 데다, 요양원 입소자도 많아져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본다. 공급은 제한됐는데 수요가 느니, 약가도 떨어지지 않았겠느냐"며 "요양원은 공급이 끊겨서는 안되기 때문에, 우리 약국은 재고를 보유 중이다. JW중외제약 담당자는 내년부터 수입 물량을 늘리겠다는 말을 하고 갔다"고 했다.

이어 B 약국장은 "담당자와 친하지 않으면 품절 소식을 파악하기 쉽지 않은 점이 불편하다. 병원 입원환자들이 많은 만큼 병원에 먼저 공급한 후 약국과 유통업체에 공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소식에 민감하지 않으면 재고 확보에 쉽지 않은 셈"이라고 했다.

전북의 C 약국장은 "(최근) 유효기간이 한 달가량 남은 제품을 공급받은 적이 있어 반품했다. 엔커버를 확보하지 못한 약국도 많아 여러 곳을 전전하는 환자들도 보인다"며 "공급재개 시기를 알아야 환자들이 찾을 때 언제 나온다는 예고를 할 수 있다. 그런데 경장영양제의 경우 기약이 없었다. 몇달 간 매일 온라인몰에 들어가 재고 여부를 확인할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C 약사는 "필요한 만큼 처방되어야 하는데, 장기 처방이 되는 경우도 있다. 과잉처방으로 보인다. 또 병원 먼저 주고 약국을 주기 때문에, 병원에 처방이 나와도 약국에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했다.

서울의 D 약국장도 "현재 하모닐란 8박스, 엔커버 4박스있다. 여기저기 있던 걸 부탁해 최근에 입고했다. 환자 3~4명이 두 달 처방을 받아가면 모두 동날 것"이라며 "유효기간도 짧아 환자에게 동의나 양해를 구해야 한다. 몇 달씩 품절이 이뤄지는 것은 제약사의 무성의한 처사"라고 했다.

경기 북부지역의 또다른 E 약국장은 "쟁여놨던 것은 현재 소진됐다. 약사 커뮤니티를 통해 친구들에게 모았다. 하지만 현재는 바닥났다"며 "환자가 한 달 처방을 받으면 해드릴 수 있지만, 3개월 처방을 받은 환자는 돌려보낼 때가 있다"고 했다.

E 약사는 "재고가 없을 경우 구매가능한 뉴케어 등의 식품을 권하기도 했다. 그런데 사비를 들여 구매를 하려면 금전적인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며 "현장의 한계를 체감하고, 안타까움도 느꼈다. 현재 경장영양제를 국내 제약사가 생산하고 있지는 않다. 퇴장방지의약품(퇴방약)으로 지정해 약 값은 저렴하지만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는 등 정부의 지원이 검토 되어야한다"고 했다.

F 대학병원 약제부 담당자는 "공급중단 시 처방코드를 잠궈, 막은 적이 있다. 입고 시기는 수시로 확인 중이다. 식품도 대체재가 될 수 있지만, 약가 등에 차이가 있다"고 짚었다.

G 대학병원 약제부 담당자는 "비급여 식품은 영양팀에서 제공 중이다. 입원 환자들에게 경제적인 부담이 되는 것 같아 걱정됐다"며 "타 사례와 달리 경장영양제는 약으로 공급돼 보험청구가 되고, 식품으로 공급되는 것으로 나뉜다. 

이어 G 약사는 "경장영양제의 어떤 품목은 병원에 약으로 허가받고 보험이 되고, 또 다른 어떤 품목은 식품으로 공급되고 있다"라며 "이와 같은 경우는 허가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지 않을까 느낀다."고 했다.

하모닐란의 판매권자 영진약품과 허가권자 비브라운 관계자 모두 "완전 품절을 일으킨 적은 없었다. 늘어난 수요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출하해왔고 앞으로 공급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서로 협의할 계획"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품절이슈로 불편을 드리고, 원인에 대해 자세히 설명드릴 수 없는 점 양해 해달라"며 "내년 1분기를 목표로 정상적인 공급이 가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현재 본사에 유효기간이 내년 1월까지인 재고를 보유 중에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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