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처럼 식품이자 약품으로 혼재… 보험적용 · 유통 혼란
서정민 삼성서울병원 외과 교수, 제도개선 제안

국내 유통되는 의료용 식품이 '식품'인 듯 '약품' 같은 모호한 경계에 놓여있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 시장처럼 식품의 생산과정을 따르되 의료인의 관리와 보험적용 등 약품의 유통과정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는 식품과 약품이 공존해 일부는 '약'으로, 또 다른 일부는 '식품'이 돼 보험적용과 유통 과정이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서정민 삼성서울병원 외과 교수는 15일 오전 KFDC 법제학회 추계학술대회 '의료용 식품(Medical Foods)의 현재와 미래'의 '국내 의료용식품의 국내 현황 및 제도개선 방향' 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서 교수는 국내현황은 김은경 강릉원주대교수가 총괄책임한 '환자용 영양식품 실태 조사' 연구를, 제도개선방향은 본인이 총괄책임한 '환자용 영양식품 제도 마련 연구' 내용을 각각 인용했다고 언급했다.

2020년까지 전세계 경장영양 식품 시장은 1조1267억원 규모로 집계된다. 특히 세계 의료용도식품 시장은 2015년 약 41.3억 달러 규모에서 2020년 59.5억 달러로 연평균 7.6%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지난해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에 따르면 특수의료용도등식품은 2017년 약 800억원 규모로 경관용이 7~80%, 경구용이 2~30%에 달했다. 

2014년 업체별 매출 순위와 매출액에 따르면 대상이 233억원으로 1위(42.8%), 정식품이 124억원으로 2위(22.8%), 엠디엘 79억원으로 3위(14.6%) 순이었다. 매년 식약처의 식품 생산실적을 봐도 특수의료용도등 식품은 생산량, 생산액, 출하량, 출하액이 늘고 있다. 2017년 442억8500만원 규모의 2만4087톤이 생산되고 597억5400만원의 2만7430톤이 출하된다. 

국내 특수의료용도등식품 생산량은 2015년 기준 5년 사이 177%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생산액은 약 101% 증가했다. 환자식 대상 환자 수와 총 사용량, 진료금액 모두 2010년 이후 지속 증가하고 있다.

국내 영양관련 품목은 의료용식품이 79%, 의약품이 21%를 점유하고 있다. 업계 추정치지만 국내 의료용 식품 시장은 2015년 식품이 657억, 의약품이 237억이었고 2016년에는 식품이 722억, 의약품이 286억 규모다.

일본의 경우 환자용 식품이지만 의약품일 경우 입원 · 외래환자에게 의사의 처방으로 약제과, 지시로 영양과에서 공급된다. 다만, 식품이라면 영양과에서 곧바로 환자에게 가거나 인터넷 소매업으로 소비자에게 직행한다.

국내외 의료용 식품 관리 제도를 비교해도 미국과 유럽은 환자용 식품은 의료보험이 적용되나 일본은 의약품일 경우에만 의료보험을, 식품일 경우 식대보험을 적용받는다. 한국도 일본의 모델을 본 따 의약품이면 의료보험을, 특수의료용도등식품처럼 환자용 식품이면 식대보험에 적용된다.

미국과 유럽은 식품의 생산방식을 따르고 약품의 유통방식을 따른다. 생산은 식품으로 하지만 의사의 지시·처방을 받으며 보험의 적용을 받는 것이다. 

다만, 우리나라는 일본에서 의약품으로 쓰인 엔커버와 하모닐란만 보험적용이 되며 미국과 유럽에서 의료용 식품으로 쓰이는 것은 식품이나 특수의료용도등식품이 된다. 우리는 일본 품목을 들여오게 돼 일본 의료용 식품 환경과 같아지게 됐다. 

이와 관련해 서 교수는 의료용도 식품(특수의료용도 식품법) 법령 제정을 제안하고 싶다고 했다. 의료용 식품은 의사의 지시와 영양사의 감독 하에 섭취하기 위한 식품으로 ▶균형영양식 ▶ 질환·증상별 균형영양식 ▶ 질병·증상별 불균형영양식 등 3종으로 단순화한다. 단 제품의 다양화를 꾀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관리 감독 하에 허가제로 운영하고 심사와 관리를 위한 전문가 집단 신설을 주장했다.

위생관리에 있어 GMP와 HACCP을 의무화하거나 권장하며 자가품질 검사를 강화했다. 의사의 지시와 영양사의 감독 하에 섭취하게 하는 식품이 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특수의료용도등식품을 위한 별도의 첨가물 목록도 마련돼야 한다는 필요성을 제기했다.

서 교수는 "우리나라는 미국과 유럽처럼 의료용 식품이 약품과 식품의 중간단계 관리체계 하에 독립된 영역이 되어야 한다. GMP와 HACCP 등의 철저한 관리 하에 식품으로 생산되어야 하고, 의료인의 관리와 보험적용 등 약품으로 유통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 교수는 "우리나라가 현재 일본처럼 식품과 약품으로 관리된다면 약품인 의료용 식품과 식품인 의료용 식품의 질 차이와 보험적용 등 간극이 벌어지게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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