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정 KPMG 박상훈 이사, 'KPBMA Brief'에 기고

최근 필수의약품의 공급 차질 우려와 함께 공공제약사 설립 등을 둘러싼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달 30일 '필수의약품 공급 안정화 정책 현황 및 개선 과제'라는 보고를 통해 "필수의약품 공급중단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의 대책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정부는 시장경제를 통한 의약품 공급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희귀의약품 지정제도, 퇴장방지의약품 관리제도' 등 여러 의약품 공급 관련 제도를 시행 중이다.

이 중 퇴장방지의약품 관리제도는 '퇴장방지의약품'(이하 퇴방약)을 선정해, 생산원가를 보전토록 특별관리대상으로 구분·관리하고 있으나, 현행 원가산정기준이 대부분의 제약사에서 쓰고 있지 않은 방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제도 도입 시점 이후 원가 보전 관련 제도 정비가 이뤄지지 않았고, 전문적이고 구체적인 분석이 없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원가계산방식을 단순하고 명확히 해, 업체의 특수성을 반영한 기준을 재정비하거나 공공성을 갖는 제도 취지에 맞게 요금산정방식을 재검토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회계법인 삼정 KPMG 박상훈 이사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발간한 제17호 정책보고서 'KPBMA Brief'에 '퇴장방지의약품의 원가산정'이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 제조원가 고려, 생산원가 보전하는 정부…

퇴장방지의약품 관리제도는 환자 진료에 필수적인 의약품의 퇴장을 막, 환자의 진료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을 뿐 아니라, 무분별한 고가약제 시용을 억제하는 등 의약품의 적절한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됐다.

의약품 공급과 사용이 원활하지 않은 품목 중 반드시 필요하고 비용효과적인 품목을 퇴방약으로 선정해, 생산원가를 보전토록 특별관리대상으로 구분해 관리하고 있다.

생산동기가 부족한 저가의약품이 퇴장될 경우, 고가의약품 사용이 늘어 보험재정에 부담이 커지는 것을 막고 비용효과적인 의약품 시용을 장려해 보험재정과 국민의료비 절감을 도모하는 것이 제도의 목적이다.

따라서 정부는 퇴방약의 생산원가 보전을 위해 '원가산정방식 및 적용기준'을 바탕으로 제조원가의 적절성을 검토 후, 생산원가를 보전해주는 방식을 쓰며 제도를 운영 중이다.

박 이사는 "그러나 현행 기준은 획일화 된 원가계산방식으로 대부분의 제약사가 실제 쓰는 방식이 아니다"며, "제도 도입 시점 이후 원가보전 관련 제도 정비가 이뤄지지 않았고, 전문적이고 구체적인 분석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 현행 기준 현실성 낮아…손해보니 결국 중단돼

박 이사는 "현행 기준은 기업들이 통상적으로 작성하는 제조원가명세서에 근거를 두고 있지만, 이 명세는 2002년 이후 필수 공시사항에서 제외 된 서류"라며 "공인회계사가 외부감사를 하는 재무제표와 객관성, 신뢰성에 큰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제품별로 작성되는 것이 아니라 연간 생산되는 모든 제품에 대한 제조원가를 보여줘, 신청 제품별로 원가계산이 필요한 현행 기준으로는 정확성을 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현행 기준에서는 생산품목이 다양하고, 생산형태는 복잡한 제약사 입장에서 유리한 선택을 할 수 있다.

박 이사는 "심평원은 이를 검증하기 위해 많은 서류를 요청하나, 다양한 가정과 계산방식이 혼제돼 제품별 원가를 완전히 검증하기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에 "사회적 비용이 크게 발생하기에, 제도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필수의약품에 대한 정확한 보전원가가 산정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퇴방약을 만드는 제약사 입장에서는 수익성저하, 원료수급차질, 해외계약종료 등 경제적 문제로 필요 의약품의 생산과 공급을 중단하고 있다. 생산성향상을 위해 원가절감을 하면, 판매가격이 같이 낮아지는 구조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고시 제2018-199호(2018.9.20)'약제 급여 목록 및 급여 상한금액표 고시 일부개정'과 관련, 공개된 2018년 10월 퇴장방지의약품 목록 (총 630품목)
보건복지부 고시 제2018-199호(2018.9.20)'약제 급여 목록 및 급여 상한금액표 고시 일부개정'과
관련, 공개된 2018년 10월 퇴장방지의약품 목록 (총 630품목)

채산성 향상을 위해 공장 현대화 등 설비투자를 하면, 인건비를 대체하게 돼 가격이 낮아지게 되고 제약사 입장에서 수익성이 낮아지는 기형적인 구조를 띠기도 한다.

수익성을 이유로 제약사들이 생산을 중단하게 되는 경우, 비싼 수입의약품으로 대체되거나 공급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데 결국 환자에게 부담이 된다. 

박 이사는 "채산성이 없어 생산과 수입이 기피돼, 생산원가 보전이 필요한 품목을 원가보전 대상으로 지정하는 퇴방약의 취지를 다시 보면, 이런 문제점은 반드시 고민해봐야 한다"고 했다.

▶ 최소단위 원가계산 또는 공정원가 충당으로

박 이사는 현행 기준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두 가지 방안을 제안했다. 

먼저 원가계산방식을 단순하고 명확하게 해 현행 업체의 특수성을 반영한 원가산정기준을 재정비하는 것이다. 전체 생산품목 원가와 관련한 제조원가명세서를 통한 방식이 아닌, "제품별 배치단위와 같은 최소단위의 원가계산결과를 활용하는 것"으로 예를 들었다. 그는 객관성과 검증가능성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박 이사는 "전에는 결합원가계산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원가배부에 관한 기준조차 명확하지 않아, 원가 보전을 통해 합리적인 약가를 산출하는 것도 어려웠다"며 "원가동인의 획일적 사용, 연구개발비 및 품질관리비용이 적절히 반영되지 못하는 점, 불용재고에 대한 기회비용이 고려되지 않는점 등 업체의 원가구조를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현실을 고려한 합리적 기준이 재검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이사는 "합리적인 원가산정을 위해선 해외 사례와 타 공공요금산정기준에 대한 근거를 참고하며, 명확하고 객관적인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음은 공공성을 갖는 제도의 취지에 맞춰 요금산정방식을 재검토하는 것이다. 공공요금수준의 결정근거는 공급되는 재화나 서비스에 대한 원가다. 그러나 원가개념은 다양하게 쓰여, 원가개념을 어떻게 설정하는지에 따라 공공요금수준이 달라진다.

박 이사는 "공공요금 원가를 네 가지로 개념화·분류할 수 있다. 현행 퇴방약 원가보전 제도는 '경상원가보전방식'으로, 경상비용(원재료비, 노무비, 경비 등)에 적정이윤을 가산해 가격을 정하다 보니 투자비용을 고려하지 못하고 경영개선 노력에 대한 유인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공정보수방식'으로  원가보전을 해주면 제품 매출이 공정한 원가를 충당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제약사는 자본투자를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켜 안정적인 공급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보수방식이란 요금수입이 공정원가를 충당하도록 결정하는 것으로, 자본조달비 감소를 유인하고 요금수준 안정과 필요에 따라 신축적이다. 자본투자를 유인할 수 있고, 명확한 요금산정근거가 된다.

▶ 퇴방약 제도 원가산정기준이 핵심

박 이사는 "원가회계는 기업의 다양한 생산환경을 고려해 산출되기 때문에, 주관적 요소가 포함된다. 원가회계를 바탕으로 한 퇴방약 제도에서 원가산정기준은 제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핵심적 요소"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와 제약사, 필수의약품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원가기준은 모두의 요구가 만족될 필요조건"이라며 "최근 화두가 된 사회적 가치 측면에서 많은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제약사는 수익성이 높지 않은 퇴방약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사회적인 기여를 하고, 정부와 환자는 공급 중단에 따른 사태를 피해 사회적인 만족도가 증대돼 사회적 가치가 창출된다는 것이다.

박 이사는 "이러한 이유들로, 현재 원가산정 기준을 재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원가산정방식에 대해 검증가능성을 높여 객관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명확한 원가산정 방식이 구비돼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제도적 개선으로 검증 가능한 원가구조, 제약사에 생산성 향상에 대한 동기부여로 퇴방약 목적과 사회적 가치를 달성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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