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투자비·제조비 반영되지 않는 건 문제" 한 목소리
"현 기준, 모든 약 원가 대표하는 게 아냐… 일관된 잣대"
지정기준선 개선… 산출원가 중 최저가 적용, 이해 안돼

[Hit-Check] 퇴장방지의약품의 가치, 원가산정에 달려있다

환자 진료에 꼭 필요한 약의 퇴장을 막는 '퇴장방지의약품' 관리 제도가 도입 20년 차를 맞았다. 퇴장방지의약품을 공급하는 제약사는 수익보다 환자와 기업의 사회적 책무로 생산,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현 제도는 변화된 국내 제약업계 환경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퇴장방지의약품의 원가 산정 방식이 개선돼야 한다는 게 제약업계의 주장이다. 히트뉴스는 20년 간 퇴장방지의약품 제도 현황과 취지를 조명하며 업계 의견과 요구사항을 들어봤다.

 1) 퇴장방지의약품 제도의 변천… "현 원가산정 기준 불명확"
 2) 업계가 원하는 원가산정… "공공재 · 상품 특성 반영될까"

"다양한 우대조치 있지만, 퇴장을 방지하는 근본적 해법은 아니다"

국내 제약업계가 본 퇴장방지의약품(이하 퇴방약) 제도는 "다양한 우대조치 있지만, 퇴장 방지할 근본적 해법은 아니"라는 것이다. 

퇴방약제도는, 제출하는 원가 자료를 토대로 약제 상한금액을 인상할 유일한 제도인데다 재평가, 사후관리에서도 제외되니 얼핏보면 외부 시선으로는 꽤 좋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상한금액이 생산 원가에 현저히 미치지 못해 생산조차 어려운 실정이지만, 퇴방약이라서 함부로 생산을 중단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현실적 원가 보전이 이뤄지지 않으면 제도 실효성을 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는 수년간 일관되게 '원가산정 방식' 개선을 요구했다. 현 방식이 실제 생산 공정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히트뉴스는 퇴장방지의약품 제도와 원가산정 방식에 대한 의견을 묻기 위해 제약업계 약가 담당자들을 만났다. 이들은 제약사 및 유관기관 등 3곳에서 퇴장방지의약품 관련 업무를 실제 담당하고 있다.

2016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고시 개정 작업에 활용하기 위해 의뢰한 '퇴장방지의약품 제도 개선 방안 연구' 결과의 '제약사 담당자 인터뷰' 부분 또한 참고, 인용했다.

 

"노무비 줄고 투자비 느는데 원가산정되지 않으니 힘 빠져"

"스마트 팩토리로 생산성 좋게 하려다, 원가산정 손해"

"제조비에 있어서 제조설비 등 시설이 달라, 회사마다 원가가 모두 다르게 산출된다. 공장을 신축한 경우 막대한 설비투자금 등이 감가상각 처리돼 원가 산출에 거의 반영되지 않는 건 문제다. (심평원 연구 중 인터뷰)"

주요 원가산정 항목이던 노무비가 스마트 팩토리(공장 현대화)로 절감되자 판매가도 함께 낮아진다. 제약사 입장에선 생산성 좋게 하려다 손해보는 셈이다. 판매관리비, 연구개발비도 인정받지 못 한다.

퇴방약이 한 두 품목이면 감수할 수 있다고 해도, 그 품목 수가 많다면 투자 및 연구개발 동력을 잃게 된다는 게 제약계 의견이다.

"각 업체들 상황을 보며 공장투자 하는데, 곧 맞닥뜨릴 것 같다.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데 있어 그 비용이 원가에 녹아들지 않으니 개선을 요청한 것이다. (제약계 A)"

"급여당국은 투자비를 보존해준다고는 하지만, 실제 감가상각비 일부만 반영해준다. 업체 입장에서는 격차를 느끼게 된다. (제약계 B)"

 

"방대한 양… 필수요건 충족 검토 먼저 하자" 

현 퇴방약 원가산정 기준은 ▷원료비 및 재료비 ▷노무비 ▷제조경비 ▷판관비 및 영업외손익 ▷적정이윤 ▷유통마진 등을 고려해 정한다. "처음 하려면 어렵다"는 게 제약계 의견이다. 직원들 연봉부터 유통마진까지 한 품목의 원가 자료만 해도 방대한 양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심평원 연구를 통해 방대한 원가 자료를 준비해 제출하는 노력을 들이기 전 필수요건이 충족되는지에 대한 검토가 이뤄진 후 전체 자료를 제출하는 두 단계로 진행하면 좋을 것 같다는 업계 건의가 이어졌다.

 

"현 산정 방식, 실제 생산공정 충분히 반영하지 않아"
"산출된 가격 중 가장 낮은 가격 적용" 규정 이해 안 가

원가산정 방식에 있어선 업계 의견이 쏟아졌다. 충분치 않다는 의미다.

"퇴방약에 지정되는 것만으로 의의는 있다. 그러나 급여당국 시각에선 퇴방약이 저렴해야 하고, 규격단위 별 원가율이 높아야 한다고 보는 것 같다. 명함을 한 장 만들지 않고, 한 통 만들어 다 써야 한 장 씩 효용이 남는다. 명함 반 통을 쓰면, 반 통을 버려야 하듯 적정한 규격단위가 필요하다. (제약계 B)"

심평원의 '원가 산정 시 각 요소별로 약제의 제조업자·수입자의 조정 신청금액과 검토기준에 의해 산출된 가격 중 낮은 가격을 적용한다'는 규정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제출된 자료 중 최저가가 아니라 평균을 적용하는 게 적절하지 않겠느냐는 조언이다.

"동일제제인 '가'와 '나' 품목의 원가가 '가'는 1000원이고, '나'는 900원이다. '나' 품목이 원가를 올리고 싶어 조정신청을 했는데, 1100원이 나왔다. 하지만 심평원은 '가' 약 원가가 1000원이니 1000원으로만 올려주겠다. 하는 것이다. 최고가 제품을 넘을 수 없는 상한선이 있는 셈이다. 다음 번에 다시 조정신청을 해야 오를 수 있을까. (제약계 B)"

"현 원가산정기준이 모든 약의 원가산정 대표성을 나타내는 게 아니다. 개별 의약품의 특수성(제형, 제조공정 등)을 반영하지 않은 공동기준이라 그렇다. 회사 원가 산출방식과 자료에 대한 심평원의 평가 방식의 차이가 있다. 대다수의 제약사는 원가산출 결과 현 상한금액보다 낮을 경우 금액조정은 불합리하다고 했다. (심평원 연구 중)."

 

"방대한 자료 냈는데, 결과 통보는 한 문장… 심평원에 이유 묻고 파"

퇴방약의 지정과 원가 인상신청 결과와 그 사유를 심평원으로부터 적절히 답변받고 싶다는 니즈도 뚜렷했다.

"원료비 얼마, 노무비 얼마 측정된 것을 업체에 통보해주면 어떤 부분에서 원가 차이가 났는지를 알 텐데. "기각되었습니다' 한 문장으로 오니, 왜 탈락했는지 알 수가 없죠. 자세한 설명을 받고 싶어요. (제약계 C)"

 

"규격단위별 목록 정비 필요해… 지정기준선은 융통성 있게"

지정기준선이 정한 금액인 내복제 525원, 주사제 5275원을 넘기면 퇴방약에 지정되기 어렵다. 일괄적으로 정할 수 없다는 의견이었다.

또, 규격단위 별 등재로 퇴방약에서 제외되는 것 또한 불합리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외용제가 100ml, 500ml, 1000ml 있다면 저용량은 저렴하고 고용량은 고가일 텐데, 고용량이라 퇴방약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따라 규격단위 변화에 약제 상한금액이 달라지므로 저가기준선인 내복 외용제 525원, 주사제 5275원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퇴장방지의약품은 환자진료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경제성이 없어 제조업자 등이 생산 또는 수입을 기피하는 약제로서 생산 또는 수입 원가 보전이 필요한 것들이다.

타 약제에 비해 저가인 약제로 품절이 빈번하게 발생하거나 생산 또는 수입 원가 상승 등으로 생산 또는 수입이 기피돼 임상진료에 지장을 초래하는 약제여야 지정된다. 또는 타 약제에 비해 저가이면서 약제 특성상 타 약제 대체 효과가 있어 비용효과적 측면에서 특별히 관리가 필요한 약제여야 한다.

지정조건에는 '퇴장방지의약품 지정기준선'이 있다. 각 약제는 기준금액 이하여야 지정된다는 의미다. 내복제는 525원 미만, 외용제는 2800원 미만, 주사제는 5257원이다. 단, 기준선을 넘겨도 임상적 필요도가 높아 환자진료에 차질이 예상되는 약제나 대체약제가 없는 경우, 혈장분획제제 등이 예외로 지정될 수 있다.

퇴장방지의약품으로 지정되면 원가보전으로 약제 상한금액이 인상된다. 약가 사후관리제도 대상에 제외되며 안정 공급을 위해 상한가 91% 미만으로는 판매금지된다. 퇴장방지의약품 처방 의료공급자는 약제 상한금액의 10%를 사용장려금으로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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