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간 변화 없던 제도… 실효성 확보 위한 보완 방안은
현실적 가치평가와 원가보전 절실… 제도 · 회사의 '윈윈'

[Hit-Check] 퇴장방지의약품의 가치, 원가 산정에 달려있다

환자 진료에 꼭 필요한 약의 퇴장을 막는 '퇴장방지의약품' 관리 제도가 도입 20년 차를 맞았다. 퇴장방지의약품을 공급하는 제약사는 수익보다 환자와 기업의 사회적 책무로 생산,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현 제도는 변화된 국내 제약업계 환경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퇴장방지의약품의 원가 산정 방식이 개선돼야 한다는 게 제약업계의 주장이다. 히트뉴스는 20년 간 퇴장방지의약품 제도 현황과 취지를 조명하며 업계 의견과 요구사항을 들어봤다.

 1) 퇴장방지의약품 제도의 변천… "현 원가산정 기준 불명확"
 2) 업계가 원하는 원가산정… "공공재 · 상품 특성 반영될까"

"새 원가 산정" 필요한 퇴장방지약… 우대 조치 있다지만, 퇴장방지 해법 안 돼

JW생명과학 충남 당진 공장에서 수액제가 생산되고 있는 모습.

퇴장방지의약품은 환자진료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경제성이 없어 제조업자 등이 생산 또는 수입을 기피하는 약제로서 생산 또는 수입 원가 보전이 필요한 것들이다.

이는 보건복지부 고시 '약제의 결정 및 조정기준'에 명시됐고, 이번달 기준으로 643품목이 해당한다. 세부적으로 생산원가보전 588품목, 사용장려비용 지급 6품목, 사용장려 및 생산원가보전 49품목이다. 지난 2017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급여의약품 청구현황에 따르면 청구액은 4688억원으로 총 약품비의 2.9%를 차지한다. 2014년부터 총 약품비의 3% 안팎을 유지한다.

퇴장방지의약품 품목 수 변화와 총 약품비중
퇴장방지의약품 품목 수 변화와 총 약품비중

보유 품목 수 상위 10대 제약사(사명/보유품목수, 이달 기준)는 ▷대한약품공업 (102품목) ▷제이더블유중외제약 (64품목) ▷에이치케이이노엔 (구 씨제이헬스케어) (39품목) ▷명인제약 (29품목) ▷제일제약 (22품목) ▷부광약품 (22품목) ▷휴온스 (20품목) ▷환인제약 (20품목) ▷녹십자 (18품목) ▷유한양행 (16품목) 순이다.

1999년 11월, 의료보험 '의약품 실거래가 상환제도'의 시행으로 약가마진이 제거돼 요양기관은 고가 의약품 사용 증가가 예상됐다. 따라서 보건복지부는 저가 필수의약품 퇴장을 방지하고, 무분별한 고가약제의 사용을 억제하기 위해 '퇴장방지의약품 선정 및 관리내용통보' 고시를 만들었다.

퇴장방지의약품은 타 약제에 비해 저가인 약제로 품절이 빈번하게 발생하거나 생산 또는 수입 원가 상승 등으로 생산 또는 수입이 기피돼 임상진료에 지장을 초래하는 약제여야 지정된다. 또는 타 약제에 비해 저가이면서 약제 특성상 타 약제 대체 효과가 있어 비용효과적 측면에서 특별히 관리가 필요한 약제여야 한다.

지정조건에는 '퇴장방지의약품 지정기준선'이 있다. 각 약제는 기준금액 이하여야 지정된다는 의미다. 내복제는 525원 미만, 외용제는 2800원 미만, 주사제는 5257원이다. 단, 기준선을 넘겨도 임상적 필요도가 높아 환자진료에 차질이 예상되는 약제나 대체약제가 없는 경우, 혈장분획제제 등이 예외로 지정될 수 있다.

퇴장방지의약품으로 지정되면 원가보전으로 약제 상한금액이 인상된다. 약가 사후관리제도 대상에 제외되며 안정 공급을 위해 상한가 91% 미만으로는 판매금지된다. 퇴장방지의약품 처방 의료공급자는 약제 상한금액의 10%를 사용장려금으로 받는다.

다만, 업계가 느끼기엔 퇴장방지의약품은 매출 비중이 3%에 불과하지만 투입되는 생산역량은 30%에 달한다는 견해다. 수익성은 없지만 생산·공급은 이어가야 한다. 현재 우대조치는 다양하지만 퇴장을 방지하는 근본적 해법이 아니라는 의미다.

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정책 (사진출처=한국제약바이오협회 발표자료 발췌)
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정책 (사진출처=한국제약바이오협회 발표자료 발췌)

의약품은 공공재인 동시에 제약사가 판매하는 제품이다. 필수약을 시장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책무가 있지만, 손해를 감수하면서 공급을 강요받는 것 또한 어폐가 있다는 이유다.

 

현 원가산정 방식 "검증 어렵고 생산 효율성 높이면 보상 못 받아"

퇴장방지의약품 제도의 핵심은 "저가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이지만 현실은 다르다. 박상훈 삼정KPMG 이사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이하 협회) 의뢰로 지난 2018년 12월 '퇴장방지의약품 원가계산방식 개선' 등의 연구자료를 만들어, 지난해 2월 발표했다.

박 이사는 "제도 취지는 약가인상, 약가규제가 아니라 국민이 받아들일 필수의약품의 정확한 가치 평가와 합리적인 약가 결정"이라며 원가산정 기준 개선을 강조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고시 개정 작업에 활용하기 위해 지난 2016년 의뢰, 발표된 '퇴장방지의약품 제도 개선 방안 연구'에서도 "대부분의 제약회사들은 원가산정방식 개선을 희망했으며, 현 방식이 실제 생산 공정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다"는 부분이 있다. 업계는 수년 간 일관되게 '원가산정 방식' 개선을 요구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설비투자, 공정개선, 품질관리비용 상승 등 생산 개선활동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요구했다. 물가 연동제로 약가를 탄력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현 원가산정기준은 기업들이 작성하는 제조원가명세서에 근거를 뒀다. 이는 연간 생산되는 모든 제품에 대한 제조원가를 보여준다. 신청 제품별로 원가계산이 필요한 현 기준으로 정확성을 확인하기 어렵다.

이로 인해 심평원은 업체에 많은 서류를 요청하나, 제품별 원가를 완전히 검증하기에는 불가능하다. 업체는 실제 어려움을 약가로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

현행 기준은 투입된 원가에 일정 판매이윤을 얹어주는 방식이라 생산성 향상을 위해 원가를 줄이면 판매가격도 함께 낮아진다. 공장 현대화(스마트 팩토리) 등으로 설비를 투자하면 오히려 제약사 입장에선 손해보는 셈이다.

한국과 일본의 퇴장방지의약품 약가산정 방식 비교
한국과 일본의 퇴장방지의약품 약가산정 방식 비교

퇴장방지의약품 제도와 유사한 '불채산의약품' 제도를 운영 중인 일본과 비교하면 국내 원가산정 방식은 박한 편이라는 게 박상훈 이사 설명이다.

한국은 연구개발비가 제외되나, 일본은 판매관리비 전체를 업계평균으로 상한 반영하며 연구개발비를 반영해준다. 한국은 순이익을 반영하는 데 반해 일본은 영업이익을 인정한다. 그래서 일본 유통마진은 7.6%으로 한국의 3.4~5.1%에 비해 현실적이다.

각 국의 신약 약가산정 방식 비교
각 국의 신약 약가산정 방식 비교

신약 약가산정 방식도 우리나라는 판매관리비에 무형자산상각비 등이 제외되며 영업이익은 13%(혁신형제약기업은 17%)를 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일본과 호주는 판매관리비 제외규정이 없고 영업이익도 각각 일반적으로 16.9%, 30% 이상 반영한다. 한국의 산정방식은 신약에 있어서도 다른 나라 대비 가장 협소한 편이다.

 

퇴장방지약 새 원가 보전 "공정보수방식 반영… 동기부여될 것"

우리나라의 현행 퇴장방지약 약가산정 기준은 '경상원가 보상 방식'이다. 경상비용에 적정이윤만 더한 방식으로 일반 공영공기업 요금 수준이다. 그러나 퇴장방지약은 '공정보수 방식'이어야 한다는 게 박 이사 설명. 일반 사영공익기업이 택하는 방식으로 요금기저에 공정보수율을 곱한다.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등의 공기업이 택한다.

퇴장방지의약품 제조 기업, 공정제조방식으로 인정받아야
퇴장방지의약품 제조 기업, 공정제조방식으로 인정받아야

퇴장방지약은 생산효율화를 위한 공익실현을 위해 시설투자를 증대할 유인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위해 ▷원재료 연동제 ▷실제 제조비용 반영 ▷다양한 원가동인 반영 ▷적정투자보수 적용 등을 제안했다.

원료비와 재료비는 최소단위로 산정해 손실율을 감안하는 현행 기준에 비해 기초수액제나 일반제제는 Lot 단위로 투입된 원재료를 적용하자는 것이다. 혈액제제는 수요와 수급원재료를 기반으로 연동하며, 합리적인 결합원가 배분비율을 산정 적용하자고 했다.

또한, 현 제도에서는 세금계산서 당 최소구매 단위 금액만 인정하나 이는 원재료 가격 인상 시 손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정부 차원에서 원재료의 수급량과 의약품 수요량을 매년 고시하는 '원재료 연동제'가 반영돼야 한다고 박 이사는 주장했다.

박 이사는 "원재료 폐기, 직접 노무원가 등 의무적으로 투입된 원가가 실제 제조비용에 반영돼야 한다. 필수적이지만 산정받지 못하고 있어서다"며 "민간기업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원가동인을 인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퇴방약은 급속한 노령화 사회 속에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현재 일부 품목은 국내 수요를 국내에서 충당하지 못하고 있다. 기 발생 원가만 보전하는 방식은 원가개선 의지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표준공정안의 주요 개선 효과
표준공정안의 주요 개선 효과

박 이사는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퇴장방지의약품 원가산정 제도를 통해 제약사의 채산성과 생산성 향상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며 "원가산정방식이 개선돼야 사회적 가치를 높이고, 안정적 공급을 유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심평원은 이같은 제약업계의 요구 등 원가보전 기준 개선방안 마련을 위해 지난해 5월 연구기관을 모집, 6개월 간 연구를 맡겼다.

구체적으로 제약사 측이 요구하는 원가산정방식 타당성을 검토하고, 현행 원가산정방식을 진단해 정부와 제약사 모두가 신뢰하는 원가보전 기준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의도다. 필수의약품의 원가산정과 관련 국가별 제도 운영 현황 등을 분석하고, 제약사가 낸 퇴장방지의약품 원가계산방식 연구자료의 타당성을 따지기로 했었다. 이와 함께 퇴장방지의약품 원가보전 기준 개선(안)을 제시해달라고 제안했다.

심평원은 "원가보전기준 개선안을 마련하기 위해선 우리나라 실적과 제약생산 현장을 모두 고려한 후, 원가산정 항목별 검토기준 현황과 기준개선 필요성 여부를 진단해야 한다"며 "퇴방약 제도 특성과 최근 제약생산 현장을 합리적으로 반영한 원가보전 기준 개선안을 마련해 정부의 정책적 방향을 제시하겠다. 퇴장방지의약품 관리의 발전과 효율적 운영을 기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해당 연구는 6개월 간 비공개로 진행돼 심평원이 내부 검토로만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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