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사모펀드와 컨소시엄 구성…약국체인업체도 가세
매각가 2천억 이상-내달 확정…국회계류 '데이터3법' 변수

EMR(전자의무기록) · 온라인 유통 · 데이터 등 디지털헬스케어 플랫폼 사업을 펼치는 유비케어를 품에 안을 새 주인이 다음 달에 정해진다. 생명보험사 · 국내 제약사 · 약국 체인업체 · 미디어 그룹 등이 컨소시엄을 꾸려 인수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향후 본 입찰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기업마다 다양한 목표를 가지고 참여하겠지만 유망한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에 뛰어들려는 의도 하나는 모두 같을 것"이라며 "향후 약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장기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비케어의 현 최대 주주인 유니머스홀딩스(유)는 유비케어 지분 약 52%에 대한 적격 예비 인수 후보 네 곳을 정했다. 매각 주관사는 EY한영과 KDB산업은행이며, 예비 인수후보는 ▷한화자산운용컨소시엄 ▷시냅틱인베스트먼트컨소시엄 ▷중앙홀딩스컨소시엄 ▷코스튼아시아컨소시엄 등이다. 

한화자산운용컨소시엄은 한화생명과 한화자산운용이, 시냅틱인베스트먼트는 GC녹십자, 중앙홀딩스는 보령홀딩스, 코스톤아시아는 국내 유력 약국체인업체와 손을 잡고 참여했다.

유비케어 인수 후보군 (적격예비인수후보)
유비케어 인수 후보군 (적격예비인수후보)
유비케어 지배구조 및 계열사 (사진출처 - 유비케어 2019년 3분기 IR 자료 갈무리)
유비케어 지배구조 및 계열사 (사진출처 - 유비케어 2019년 3분기 IR 자료 갈무리)

지분 52%는 유니머스홀딩스를 특수목적 회사로 세운 진짜 최대 주주 스틱인베스트먼트의 보유지분 33.94%와 지난해 2대 주주인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지분 18.13%를 합한 규모다. 앞서 스틱인베스트먼트는 2015년 SK케미칼에 유비케어 지분 43.97%를 약 800억 원에 인수했었다. 매각 주관사 측의 희망 거래(매각) 가격은 2000억 원 이상이다. 유비케어는 지난 17일 적격 예비 인수 후보들에게 본입찰 안내서를 발송했다.

이와 관련 약업계 관계자들은 예비후보(적격예비인수후보)들의 유비케어의 매각 추진 과정을 통해 ▷병·의원 네트워크 확보와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진출 희망 ▷확보 후 사업적 활용, 상업화 가능성을 고민해볼 수 있다고 했다.

'의사랑' · '유팜' · '유비스트' 가진 유비케어… 제약사에 매력적

제약사 중에서는 GC녹십자와 보령제약의 지주사 '보령홀딩스'가 유비케어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본업과의 시너지, 신사업 발굴을 위한 것이다.

먼저 GC녹십자는 유비케어가 경쟁 입찰로 나오기 전에 개별협상(프라이빗딜/수의계약)으로 인수에 나섰지만, 결렬돼 경쟁입찰에 참여했다는 전언이다. GC녹십자는 사모펀드 운용사 시냅틱인베스트먼트와 함께 지난달 예비입찰부터 참여했다. 자체 백신 개발 등 제약사업 경쟁이 치열한 만큼, 신사업을 찾기 위해 유비케어 인수에 눈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보령제약 지분을 52%를 가진 사실상 지주사인 '보령홀딩스'는 중앙일보와 JTBC 등 미디어 사업을 하는 중앙그룹의 지주사 '중앙홀딩스'와 손을 잡았다. 양측 모두 새 먹거리를 찾기 위해 일을 도모하는 모양새다. 지난 11일 보령홀딩스는 보령제약 창업주 김승호 회장의 손자 김정균 운영총괄(사내이사)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김 신임 대표이사는 "제약산업뿐 아니라 IT기술과 헬스케어가 융합되는 미래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에서도 기회를 찾아 투자를 진행하겠다"는 취임 일성을 밝혔었다. 이번 인수전도 미래 디지털헬스케어 투자의 목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해석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사 입장에선 신약 개발 이외 새 먹거리도 찾아야 한다. 유비케어가 필요할 수 있고,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풀이했다.

유비케어가 제공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사진출처 : 유비케어 2019 3Q 갈무리)
유비케어가 제공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사진출처 : 유비케어 2019 3Q 갈무리)

유비케어는 국내 병·의원 EMR 시장 점유율 1위, 약국용 EMR 2위 기업으로 전국 1만6700여 개 병원과 7200여 개 약국을 거래처로 두고 있다. EMR 세부 브랜드로 ▷의사랑 ▷유팜을 가지고 있고, 약국 의약품 쇼핑몰 '유팜몰', 약국 의약품 자동 조제기 '유팜 오토팩', 데이터 분석 솔루션 '유비스트(UBIST)', 제약영업 솔루션 '유비 세일즈(UB Sales)' 등 서비스를 구축해 EMR · 유통 · 제약/데이터 부문 사업을 해왔다. 

유비케어 경영실적
유비케어 경영실적

사업별 매출 비중은 ▷EMR 45% ▷유통 44% ▷제약/데이터 8% 등으로 구성돼 있다. 최근에는 병·의원 예약접수 모바일 서비스 '똑닥'을 만든 비브로스(2016년), 요양병원 EMR 바로케어(2017년), 한방병원 EMR 브레인헬스케어(2018년)를 인수해 외형을 키웠다. 

지난해 3월에는 카카오가 유비케어에 420억 원을 투자했다. 이 때문에 카카오가 헬스케어 산업에 뛰어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매출은 2015년 594억 원, 2016년 682억 원, 2017년 821억 원, 2018년 1004억 원으로 최근 5년 새 무려 83% 성장했다.

내달 중 우선협상자 선정… 약업계 "데이터 3법 통과와도 영향"

유비케어에 대한 관심은 제약사만 있는 건 아니다. 한화그룹의 생명보험사 한화생명도 계열사 한화자산운용과 컨소시엄 형태로 인수전에 참여한다. 한화생명 측은 펀드에 다수의 투자자와 함께 참여하는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국내 유력 약국 체인도 투자사 코스톤아시아와 함께 뛰어들었다고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약국 체인 입장에서 유비케어 인수는 신사업일 것이다. 유비케어의 솔루션이 약국의 기능 확대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비케어를 약국 체인 안에 둔다면 시너지는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도 "유비케어의 비즈니스 모델은 명료하다. 몇 년 간 투자하고 되파는 투자자(인베스트먼트) 입장에서도 유비케어를 내실있게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새 인수자가 명확한 의도를 가지고 심혈을 기울이고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풍문이 도는 상황에 유비케어는 24일 주 매각(인수) 현황에 대해 "유니머스홀딩스에 확인한 결과 당초 19일 예정이었던 본입찰이 인수 후보들의 실사 기간을 고려해 12월 말 경으로 연기됐다"고 공시했다.

그러면서 지난 17일 적격 예비 인수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본입찰 안내서를 발송한 상태"라며 "내달 중 본 입찰에 응한 인수 후보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나,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데이터 3법' 개정안 통과가 유비케어의 인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데이터 3법은 개인정보 보호법 · 정보통신망법 · 신용정보법 개정안으로 4차 산업혁명 도래에 맞춰 개인과 기업이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폭을 넓히기 위해 마련됐는데 여야 간 대치 속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유비케어의 데이터 유통·서비스 사업도 활기를 띨 수 있어서 이번 인수전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유비케어 관계자는 현 매각 상황에 대해 공식적으로 밝힐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유비케어는 1992년 메디다스라는 이름의 메디슨 사내벤처로 시작해 2001년 '유비케어'로 사명을 바꿨다. 이후 2004년 이수그룹 품에 안겼다가 2008년 SK케미칼이 이수그룹의 지분 40%를 사들여 SK에 넘어갔다. 이후 2015년 스틱인베스트먼트에 800억 원으로 재매각됐다. 주인이 세 번 바뀌었고, 내달 매각되면 네 번째 주인을 맞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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