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말로만 빅데이터, 차근차근 연습하자
[부록] 헬스케어 분야 빅데이터 어떤게 있나

[상] 국내-다국적사, 마케팅 차이는 어디서 오나
[하] “이렇게 해보자” 데이터 마케팅의 사례들

아이큐비아, 유비스트, 보험청구데이터. 흔히 언론에서 경쟁 약물 간 시장을 비교하는 자료로 등장한다. 각 데이터는 표본 수집 대상이나 방법으로 인한 특징과 한계점이 명확하다. 때문에 제약회사는 이들 자료의 특성을 파악해 내부 시장을 파악하는 마케팅 자료로 활용하거나 보정 과정을 거쳐 매출액을 산출한다.

아이큐비아는 글로벌 컨설팅 시장조사업체 아이큐비아 한국지사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로, 약 3000개 지역별 약국, 의원, 병원, 도매업체 등을 패널로 두고 제공받는 약품 유통 데이터다.

아이큐비아가 제공하는 데이터 셋은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약국공급데이터(KPA; Korea pharmacy audit)를 기본으로 ▲약물공급데이터(DDD; Drug Delivery Data), ▲종합병원사입데이터(KHP; Korean Hospital Pharmacy), ▲의원사입데이터(KCPA; Korea Clinic Pharmacy Audit) 등이 제공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밖에도 더 다양한 데이터가 제공되지만, 아이큐비아 측은 자신들의 데이터셋을 완전히 공개하지 않고 컨설팅 의뢰가 들어왔을 때 제공할 수 있는 데이터를 공개한다고 한다.

아이큐비아 데이터 중 가장 기본으로 활용되는 KPA는 도매 자료를 바탕으로 약국에 공급되는 의약품 가격을 수치화 한 것이다. KPA에는 약물의 종류, 투약일수, 발매 소스, 분기별 공급내역이 함께 제공되기 때문에 글로벌 제약사들은 이들 자료를 많이 활용한다.

DDD는 KPA의 토대가 되는 자료로, 3000여개의 지역에 대한 도매상이 약국에 공급한 내역을 데이터화 한 것이다. DDD에는 약국에 이름은 명시되지 않지만, 지역별로 세분화된 데이터가 제공된다. 보통 제약사는 KPA를 주로 활용하고, DDD에 대한 활용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국내제약사에서 데이터분석 관계자는 “DDD의 커버할 수 있는 도매상 영역이 회사마다 다른데, 통상적으로 70% 정도 커버할 수 있다”며 “아이큐비아와 계약을 맺지 않은 도매상에 대해서 각 영역을 보정하는 서비스도 함께 제공해 주기도 한다.”고 했다. 이어 “보정된 데이터 셋을 제공 받으면 각 지역별로 자사 품목과 경쟁 품목을 분석해 평가하는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KPA와 KCPA는 각각 상급 병원과 의원의 원내사입 데이터로 별도의 데이터 셋으로 판매된다. 이 관계자는 “아이큐비아 구독료는 어느 정도 협상이 가능한 영역이어서 정가로 판매되지 않지만, KPA를 포함해 KHP, KCPA 등 풀 데이터를 구독하려면 연간 2억원 정도가 소요된다.”고 덧붙였다.

유비스트는 민간 요양기관 서비스업체 유비케어에서 제공하는 약국 처방 급여의약품 청구 데이터다. 유비케어의 약국경영프로그램 ‘유팜시스템’을 사용하는 고객 중 대표약사의 동의를 얻은 3000여개 패널을 통해 처방조제 데이터를 가공해 제약회사나 조사기관에 매달 제공한다. 유비스트 자료는 병원, 의원에서 얼마나 병용 처방을 하는지와 환자 트랙킹이 가능하기 때문에 마케팅 자료로 유용하게 활용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공하는 보험청구액(EDI)데이터(코아제타)는 병(의)원, 약국, 보건소 등 요양기관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간에 상호 교환되는 요양급여 비용 심사청구서 및 명세서와 결과 통보서 등 각종 문서를 전자문서로 표준화한 자료다. 이 데이터는 실제 청구액이기 때문에 가장 신뢰할 만한 자료이고, 실제로 많이 제약사들이 영업사원 실적 평가 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이밖에 영업사원 콜데이터는 아이큐비아에 병합된 CSD라는 회사에서 영업사원에게 주문(call)한 횟수와 질을 정량화 한 자료다. 특정 제품이 한달 동안 주문 받은 횟수가 데이터로 제공된다. 또 영업사원이 약물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강도 설문을 한 자료도 함께 제공돼, 영업사원의 평가 지표로 활용되기도 한다.

제약사들 역시 마케팅 수립에 아이큐비아, 유비스트, 보험청구데이터(코아제타) 등을 활용하고 있다. 

앞서 설명한 데이터는 표본 집단과 데이터 수집 방법 등으로 인한 한계가 존재한다.

실제로 국내 도매 유통과정을 아이큐비아가 정확히 포착하지 못 하는 측면도 있어 국내 제약사는 아이큐비아보다 유비스트 자료를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글로벌제약사 마케팅 담당자는 “일부 국내사 제품 중에 특이한 제품이 있는데, 유비스트보다 아이큐비아 데이터가 현격하게 낮게 책정되는 경우가 있다”며 “이는 국내 제약사가 마진률을 높게 책정해 다른 유통 라인을 쓸 경우 아이큐비아 데이터로는 매출이 잡히는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내 제약업계는 도매업체와 제네릭 비즈니스를 중심으로 하는 중소 제약사가 많아 보험청구데이터와 아이큐비아 데이터의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글로벌제약사 마케팅 담당자는 “국내 제약사에서 임의로 110-120정을 생산한다고 가정해 보자. EDI 데이터 상으로는 120정에 대한 매출액이 잡힐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 120정이 도매로 풀려 판매로 이어졌는지는 사실상 알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국내 제약 환경의 이런 유동적인 상황이 있기 때문에 국내 제약사 마케팅 담당자는 아이큐비아 데이터에 대한 신뢰도가 유비스트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실제로 처방량 추이에 대한 월별 자료는 유비스트가 보기 훨씬 편하기 때문에 국내 제약사는 유비스트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고 했다.

희귀질환 치료제의 경우 아이큐비아, 유비스트, 보험청구액데이터 모두 활용도가 낮은 편이라는 지적도 있다.

희귀질환치제 마케팅 담당자는 “희귀질환 시장의 경우 환자 수가 워낙 적어 오차가 너무 많다”며”유비스트 자료는 거의 활용하지 않고, 아이큐비아르 주로 활용하나 적응증 별 차이를 반영하지 못해 온전히 활용하지는 않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런 상황 때문에 회사 내부적으로 매출 가중치 등 보정 과정을 거치고 있다”며 “보험청구액자료 역시 회사의 단가와 제품가격, 도매 마진이 포함됐기 때문에 실제 매출액보다 많이 잡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내 제약사에서는 코프로모션 제품의 경우 영업사원의 평가지표로 콜데이터를 활용한다. 그러나 콜데이터 역시 매출의 추이는 보는 데는 한계가 있다.

국내제약사 마케팅 담당자는 “CSD 데이터를 통해 MR이 약물 선택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가늠해 볼 순 있다”며 “하지만 이 데이터로 매출액 추이를 살펴보기엔 한계가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가령 각 제품마다 도입기, 성숙기, 쇠퇴기의 과정을 거치는데, CSD 데이터를 통해서 이런 흐름까지 파악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CSD 데이터 수치가 높다고 매출이 증가했다고 볼 수 없어 제품 특성에 따라 다르게 분석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심평원 데이터를 분석해 시장 상황을 분석해 주는 업체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톰슨앤로이터, 글로벌데이터, 코아제타, 티핑인사이트 등이 있다.

제약업계 데이터 분석 담당자는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 자체가 인력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경쟁제품과 비교하는 작업까지는 제약사 내부에서 하기엔 무리가 있어 외부 기관과 협업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했다. 이어 “실제로 제약사에서 데이터를 분석하는 팀이 따로 꾸려져 있는데, 주로 아이큐비아 출신 인력들이 최근 유입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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