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불안 최소화...FDA 등 신중 대처 주목 필요

수거검사 7개 중 5개 원료서 NDMA 검출

식약당국이 라니티딘 제제 수거검사 결과와 대처 방안을 다음날 발표할 것이라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24일 약업계 전체가 들썩였다.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관련 언론보도 이후 식약당국은 25일 예고했던 브리핑을 잠정 연기했다.

이런 가운데 약업계에서는 국민 불안을 키워고 제약계에 대한 신뢰를 낮추는 일이 또 발생하지 않도록 당국이 보다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앞서 식약처는 라니티딘 오리지널인 잔탁 3개 품목을 수거 검사한 이후 수입 또는 국내 제조되는 다른 모든 라니티딘 원료와 해당 원료를 사용하는 완제의약품을 대상으로 수거 검사를 확대 실시하겠다고 지난 16일 발표했었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추가 수거검사 결과 7개 제품 중 5개 제품에서 NDMA가 검출됐다. 식약처가 25일 오전 관련단체 및 유관기관 회의를 갖고 대처방안을 발표하기로 한 건 이 검사결과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식약처는 일부 국회 보건복지위 의원실에도 관련 사실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니티딘을 보유한 업체들은 현재 '최악의 상황(전면 수거 또는 퇴출)'을 가정하면서 식약당국의 조처만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라니티딘 매출이 큰 업체들은 이날 오전 각자 내부 긴급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기에는 라니티딘 사건은 발사르탄 때와는 다른 게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단 발사르탄 때와 달리 지금은 NDMA 검출법과 기준치가 나와 있다. 또 식약처 뿐 아니라 FDA 등은 발사르탄 사건 후속조치 일환으로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NDMA의 위험성은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발표했었다.

무엇보다 발사르탄과 같은 혈압약은 장기 복용해야 하지만, 위염치료제인 라니티딘은 투약일수가 길지 않은 것도 큰 차이다. 이는 NDMA 자체의 위험성이 낮은 데다가 혈압약과 달리 장기 투약하는 약이 아니기 때문에 라니티딘의 위해성은 훨씬 더 반감된다는 의미다.

식약처도 밝혔지만 이런 이유에서인지 미국 FDA와 유럽 EMA는 회수 등의 조치는 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안전성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했다. 또 환자에게 복용을 중지하지 말라고 권고하고, 처방을 변경할 때는 전문가와 상담하라고 했다. 아울러 일반의약품 라니티딘을 복용 중인 환자는 시중에 많이 있는 동일 효능의 다른 제품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정보도 안내했다. 스위스의약품청의 경우처럼 전 품목 회수명령을 내린 강경대처 사례가 없지는 않다.

제약계는 이런 걸 종합적으로 판단해 식약당국이 신중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자칫 발사르탄 때처럼 국민 불안이 증폭되면 국내 제약산업에 대한 신뢰가 실추되고, 피해도 온전히 제약사들에게만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분석방법에 대한 반론도 제기됐다.

한 네티즌은 '라니티딘제제 전제품 회수 유력…식약처, 발표 임박'이라는 제목의 데일리팜 24일자 보도기사 댓글로 "구조적으로 NDMA가 생성될 수 있는 치환기가 있다고 해도 대부분 원료/완제 상태에서 안정한 함량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NDMA 분석을 위한 전처리 용매가 구조를 불안정하게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을까요? 전처리를 DW로 하는게 아닌 이상 분석법을 조속히 공개하는 것이 좋겠습니다"라는 의견을 개진했다.

국회 일각에서도 우려를 표했다. 국회 한 관계자는 "국민 눈높이를 감안해 극약처방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국민들에게 충분히 정보를 전달하고 전문가와 상담해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미국 FDA 등이 어떻게 대처하는 지 주의깊게 보고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다른 관계자는 "라니티딘의 장기적인 위험성이 있다면 서서히 다른 원료로 대체해 갈 수 있도록 속도조절을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예상되는 정부조치 경우의 수는 전면회수 및 잠정판매-급여 중지, 급여제외, 안전성 주의보 발령(회수없이 전문가 및 국민에 정보 전달) 등을 감안할 수 있다. 식약처가 어떤 조처를 내리느냐에 따라 라니티딘 보유업체들의 타격은 천당과 지옥을 오갈 수 밖에 없다. 최종 결정전에 식약처가 전문가 등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보다 신중히 판단해야 하는 이유다.

한편 식약처 발표에 의하면 라니티딘 제제는 단일제 101개사 165품목, 복합제 139개사 230품목이 허가 또는 신고돼 있다. 2018년 기준 수입 및 생산실적은 2664억원 규모로 전체 위장병(소화성궤양) 치료제 1조511억원의 23.3%를 점유한다. 점유율이 높기는 하지만 대체 가능한 약제도 많다는 얘기다. 대표품목은 단일제는 잔탁과 큐란, 복합제는 알비스 등을 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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