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도 알고 제약도 아는 무의미한 발사르탄 손배訴
공단도 알고 제약도 아는 무의미한 발사르탄 손배訴
  • 최은택
  • 승인 2019.09.09 06:0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설지혜 변호사, 쟁점분석..."제조물책임 성립 사실상 불가"
법무법인 화우 설지혜 파트너 변호사
법무법인 화우 설지혜 파트너 변호사

건강보험공단이 이른바 발사르탄 사건과 관련한 21억원 규모의 '구상금' 납부 고지서를 8월 중 제약사들에게 통지하기로 해놓고 9월로 연기하는 등 뜸을 들이고 있다.

이에 대해 건보공단 관계자는 최근 히트뉴스와 통화에서 "내용을 꼼꼼히 검증하다보니 결정문 통지가 늦어지고 있다. 9월 중에는 해당 제약사에 개별 통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었는데, 소송을 위한 법리구성이 원활치 않은 영향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히트뉴스를 포함해 전문언론들은 그동안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한 손해배상 소송 법리(제조물책임법)로는 승소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을 잇따라 보도했었다. 발사르탄 소송이 결론이 뻔한 '무의미한 뒷수습'이라는 건 건보공단도 알고 제약사도 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정부 측 안팎에서는 승소 가능성이 거의 없는 소송을 무리하게 밀어붙여 건강보험재정에서 소송비용만 낭비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히트뉴스는 건보공단의 구상금 결정문과 고지서 통지가 임박한 상황에서 법률전문가인 법무법인 화우의 설지혜 변호사를 만나 예상되는 소송쟁점 등을 다시 정리해봤다. 설 변호사는 화우 지식재산그룹의 헬스케어팀(12명) 파트너 변호사이며, 국가지식재산위원회 활용전문위원으로도 활약 중이다. 

-발사르탄 이슈에 대해 잘 알 것이다. 지난해 이 사건 진행과정에서 발생된 건강보험 재정상의 손해(21억원 규모)를 제약사에게 부담시키려는 정부와 보험자의 움직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미국 FDA는 최근 NDMA의 유해성이 거의 없다는 안전성 평가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식약처도 지난해 말 비슷한 결론을 내렸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송 이야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지금은 공허해졌다고 본다. 그렇지만 발사르탄 사건으로 많은 재산적 손실이 발생한 것 또한 사실이다. 건강보험 재정도 그렇지만 제약사들의 손해도 적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제약사에게 손해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게 합당한지 의구심이 든다."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한 자료를 보면, 이번 구상금과 손해배상소송의 법리는 제조물책임법상의 '결함'이다. 성립 가능한 논리라고 보나

"제조물책임법에 근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주체는 손해를 입은 사람이다. 건보공단이 직접적인 소송 당사자가 될 수 없다. 따라서 제조물책임법만으로는 논리 구성이 안되는데, 건보공단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연결해 줄 수 있는 다리가 바로 건강보험법상의 구상권 관련 조항이다. 다시 말해 건보공단 측은 두 개 법률에 근거한 제조물책임과 구상권을 결합시켜 법리를 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률전문가들은 건보공단의 승소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입을 모은다. 공감하나

"예상되는 쟁점부터 보자. 제조물책임법과 관련해서는 결함유무, 손해유무, 면책사유 등 크게 3가지로 이슈를 정리할 수 있다. 우선 NDMA 함유 발사르탄 원료의 '결함'인데, 이게 성립되려면 당시의 통상적인 기술수준으로 NDMA 함유사실이나 유해성을 알 수 있었느냐를 봐야 한다. 이미 다 밝혀진 사실이지만 해당 원료가 들어올 때만해도 NDMA 개념자체가 없었고 당연히 검출기준도 존재하지 않았다. 더구나 결과론적으로 보면 유해성도 희박하다. 따라서 '결함'에 기반한 손해배상은 성립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다음은 '손해가 있었느냐'인데, 제조물책임법상의 손해는 '확대손해'를 의미한다. 가령 TV 폭발사건이 있었다고 가정할 때 망가진 TV 자체가 아니라 폭발로 인해 발생한 부상, 가구나 다른 전자제품, 건물구조물 등의 훼손 등이 손해배상 대상인 손해가 된다. 건보공단이 이번에 문제삼는 손해는 유해성이 의심되는 처방조제약을 대체하는 데 발생한 비용이어서 '확대손해'에 해당되지 않는다. 만약 '확대손해'를 주장하려면 해당 약을 복용해서 암에 걸렸다거나 해당 약을 복용하고 발생한 질병 등을 치료하는 데 추가적으로 들어간 비용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이 경우는 법리상 청구할 손해의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또 설사 이런 것들(결함, 손해)이 인정된다고 해도 이번 사건은 당시의 기술수준에서 결함의 존재를 알 수 없었다는 객관적인 사실을 놓고 봤을 때 (제약사의 책임은) 마땅히 면책돼야 한다고 본다."

-구상권 행사 부분은 어떤가

"현행 건강보험법은 건보공단이 제3자의 행위로 보험급여 사유가 생겨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에게 보험급여를 한 경우 해당 급여에 들어간 비용한도 내에서 제3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를 얻는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바로 구상권 조항이다.

발사르탄 사건이 여기에 부합하는 지는 의문이다. 보험급여 사유는 사실 국민의 불안감을 잠재우려는 식약처(와 복지부)의 정책적 판단에 의해 발생한 것이다. 다시 말해 보험급여는 정부의 정책적 판단의 결과로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손해배상 청구 사유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건보공단은 오히려 식약처를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해야 하지 않을까

"정책적 판단에 대한 잘잘못을 따지는 게 전제돼야 하는데 판단이 어려운 영역이다. 따라서 식약처 상대 손배소송은 쉽지 않을 것이다."

-제약사 책임은 없다고 생각하나

"국민정서나 불안감 등을 고려해서 정부가 선제적인 정책을 펼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나 손해를 제약사에게 돌리는 건 아니라고 본다. 해당 제약사들도 시판중지와 리콜 등으로 인해 상당한 손실을 입지 않았나. 이런 상황에서 책임을 전적으로 제약사에 전가하는 건 정의의 관점에서도 맞지 않다.

더구나 정부는 이건 사건을 빌미삼아 제네릭 허가제도와 약가제도를 대대적으로 손보고 있다. 허가나 약가 차원에서 제네릭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이다. 여기다 손해에 대한 책임까지 지우는 건 너무 가혹한 것 아닌가?"

-제약사들은 소송을 준비해야 할까

"승복하고 납부하면 어쩔 수 없지만, 구상금을 내지 않겠다면 민사소송인만큼 당연히 대응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