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르탄 불순물, '제조물책임' 법리 통할까
발사르탄 불순물, '제조물책임' 법리 통할까
  • 최은택
  • 승인 2019.07.22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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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전문가 "허가당시 기술수준 등 따져 판단"

"제약 승소 가능성 높아도 선례없어 장담못해"

정부가 발사르탄 사건 구상금을 21억원으로 확정하고 69개 제약사를 상대로 다음달 중 납부고지서를 보내기로 했다. 또 구상금을 납부하지 않은 업체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소송의 근거는 제조물책임법에서 찾았다. 과연 발사르탄 불순물에 대해 제조물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히트뉴스는 법률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이 제시한 법리가 통할 수 있을 지 들여다봤다.

발사르탄 손해배상 내용은?=식약처는 불순물 함유 우려 발사르탄 원료를 사용한 고혈압치료제 70개사 175개 품목에 대해 지난해 7월7일 잠정 판매중지 조치를 내렸다. 

이어 보건복지부는 환자가 복용하고 남은 해당 제품을 교환해 주도록 조치했다. 손해배상 대상은 이 과정에서 발생한 건강보험공단 부담금(손실금)이다. 복지부는 이 손실금이 진찰료 10억4700만원, 조제료 10억6400만원 등 총 21억1100만원이라고 19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했다.

손해배상청구를 위한 법률검토는 내외부에서 이뤄졌다. 협상약제는 합의서에 품질관련 문제로 의약품을 교환하거나 재처방하는 경우 후속조치로 인해 발생한 비용을 해당 제약사가 배상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하지만 제네릭은 협상절차나 명시적인 손해배상 규정이 없어서 다른 법률을 검토해야 했다.

외부 법률검토 결과는 제조사의 제조물 및 안전성 결함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제조물책임법에 따른 제조물 결함사유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제조물책임법은 손해와 관련해 제조업자의 고의나 과실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

외부 검토의견은 제조물이 원래 의도한 설계와 다르게 제조된 것으로 볼 수 있어서 발사르탄 제조상의 결함으로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했다. 복지부와 건보공단은 이를 토대로 손해액을 21억1094만5240원으로 특정했고, 8월 중 제약사별로 관련 구상금 결정내역을 고지하기로 했다. 미납하면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들어간다는 후속조치도 예고했다.

업체별 구상금은 최대 2억2274만원부터 최저 8550원까지 편차가 크다. 1억원이 넘는 대원제약 등 상위 6개사가 9억2천만원으로 절반 가까이 점유한다. 하위 28개사는 1천만원 미만이다. 그동안 건보공단의 손해배상소송에 대비해 대응방안을 모색해 온 만큼 적지 않은 제약사들이 구상금 납부를 거부하고 응소할 것으로 보인다. 업체들이 집단소송을 선택할 지 아니면 개별소송에 나설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

실제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제조물책임법에 따른 법리가 타당한지를 놓고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된다. 부가적으로는 해당 제약사들이 불순물 함유 사실을 인지한 시점도 개별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위탁제조사와 수탁사 간에도 구상금을 놓고 다툼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제약사들도 제품회수와 폐기 등을 진행하면서 상당한 손해를 입었기 때문에 구상금과 상계하는 시도도 있을 수 있다.

물책임법 적용법리 타당한가=제조물책임법은 제조업자의 고의나 과실을 따지지 않지만 실질적으로는 과실에 해당하는 부분을 검토한다는 게 법률전문가의 설명이다.

보건산업분야에 정통한 한 법률전문가는 "제조물책임의 경우 설계, 제조, 설명 등 3가지 형태의 결함여부를 보게 되는 데 허가 당시 기술상 갖춰야 할 수준을 판단한다. 실질적인 결함이 있다고 해도 당시 기술수준으로 그것을 알 수 없었다면 결함으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NDMA의 경우 비의도적인 불순물이었고, 제약사 뿐 아니라 국내 식약처, 미국 FDA, 유럽 EMA도 알지 못했던 사안이었다. 이런 데도 설계상 결함을 물어 제조물책임을 묻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발사르탄 사건과 다르지만 과거 콘택600 사건 때도 유사한 판단이 나온 적이 있었다. 콘택600은 PPA 성분이 뇌졸중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사후적으로 보고돼 퇴출됐는데 법원은 제조물책임법상 결함은 없다고 판단했었다"고 했다.

그렇다고 제약사가 응소하면 반드시 승소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그는 "제약사 승소를 단정할 수 없는 건 유사한 선례가 없다는 데 있다. 만약 재판부가 책임의 범위를 폭넓게 봐서 식약처 등이 몰랐다고 해도 제약사가 불순물이 없도록 좀 더 엄격히 관리했어야 한다고 판단한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도 있다"고 했다.

또 "환자가 복용하다가 남은 약을 바꿔주는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이기 때문에 해당 업체가 NDMA 검출사실을 언제 알았는지 시점도 재판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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