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인상 위주 대응 부적절" vs "안정적 수급에 도움"

[히트뉴스가 본 리피오돌과 공공제약 토론회(2)]

리피오돌은 필수의약품에 대한 공공적 개입 필요성을 새삼 일깨우는 '지렛대'로 역할을 했다. 적어도 여론은 그렇게 반응한 것 같다. 그러나 당장 공급중단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공공적 개입 필요성만 이야기하는 건 현실성 없는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극단적으로는 리피오돌과 공공적 개입은 관련이 없다며, 아전인수격으로 갖다 붙이지 말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의원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가 3일 공동주최한 '리피오돌 사태를 통해서 본 필수의약품 생산공급 방안' 긴급 토론회의 목소리들이다.

이날 토론회는 고대약대 최상은 교수가 좌장을 맡았고 건약 강아라 정책국장, 목원대 의생명보건학부 권혜영 교수가 주제발표자로 나섰다. 패널토론자로는 전문가그룹에서 이대약대 배승진 교수와 시민건강연구소 김선 연구원, 환자그룹에서 간사랑동우회 윤구현 대표, 정부에서 복지부 윤병철 약무정책과장과 식약처 정현철 사무관이 참석했다.

강아라 국장은 현재 진행되는 약가협상을 겨냥해 가격인상이 공급을 담보할 수 있는 지 회의적이라면서 미국의 사례를 제시했다.

강아라 국장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리피오돌은 2013년 7월, 2015년 6월, 2016년 6월, 2017년 8월과 11월, 2018년 5월에 각각 공급부족 상황이 보고됐다. 리피오돌의 미국내 가격은 약 100만원으로 전 세계 최고수준인데도 그렇다는 것이다. 더구나 미국병원약사회 집계를 보면 공식 보고 외에도 2015년에서 2018년 사이 10회 가량 수급불안정 상황이 보고되기도 했다.

강아라 국장은 "미국 사례를 보면 약가를 올린다고 해서 안정적인 공급을 담보하는 건 아니다. 현재 약값 5배 인상안에 대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데 본질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프랑스와 스페인의 경우 비급여 상태인데 이런 나라들이 환자에게 전액 부담을 지우면서 리피오돌을 사용하도록 했을리 없지 않겠나. 정부가 각국의 상황을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리피오돌 약가인상 요구 경과를 보면 2016년부터 수 차례 진행돼온 것을 알 수 있다. 정부는 그동안 뭘 하느라 이런 사태를 만들었는 지 모르겠다. 선제적 대응 고민이 아예 없었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강아라 국장의 결론은 자연스럽게 필수의약품의 공적 생산과 공급 가능성으로 이어졌다. 요지는 정부가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해결방안을 찾기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혜경 교수의 비판은 더 노골적이다. 그는 "공급문제가 생기면 정부는 약가인상 위주로 대응한다. 부끄러운 일이다. 한국의 국격에도 맞지 않는다. 근본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혜영 교수는 그동안 서 너 차례 필수약제에 대한 공공적 개입과 관련한 연구를 수행한 이 분야 국내 최고 전문가 중 한 사람이다.

이날도 지난해 보건복지부 의뢰로 수행한 연구결과를 요약해서 다시 발표했다. 골자는 필수성을 지닌 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선제적 국가개입을 위해서는 공공제약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대응과 관리는 상시성을 띠어야 하는데 대안은 컨트롤타워로서 공공관리의약품위원회를 설치하고 실행조직으로 공공관리의약품센터를 두는 것이다. 여기서 '공공관리의약품'은 권혜영 교수가 개념를 정리해 용어화한 공공적 개입이 필요한 필수성을 지닌 의약품을 말한다.

전문가 패널인 김선 연구원과 배승진 교수도 두 발제자의 의견에 공감을 표했다.

김선 연구원은 "리피오돌 사태 해법은 공공적 생산이 답이다. 민간제약사의 상도의를 따지거나 토종약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건 의미가 없다"면서 "생산과 비용, 규제라는 3가지 수단을 통합적으로 고려한 생산공급체계의 공공성이 담보돼야 한다"고 했다.

배승진 교수는 "가격을 올려서 공급을 확보하는 건 장기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 공공적 개입,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동의한다. 또 우리의 연구개발 역량을 키우고 신약개발 경험을 쌓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반면 윤구현 대표는 "리피오돌 사태와 공적개입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면서, 발제자들이 무리하게 '물대기'를 하고 있다는 의미로 반론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비용 측면만 놓고보면 건보재정이나 환자부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가격인상이 공급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공공적 개입도 좋지만 퇴장방지의약품 제도가 취지에 맞게 잘 운영되도록 하는 게 더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윤병철 과장은 논평을 자제했다. 그는 "여럿차례 비슷한 토론이 이어져왔다. 논의가 진행되면서 조금 씩 더 모양이 갖춰져 가고 있다"고 했다. 보다 구체적인 건 정현철 사무관이 제시했다.

그는 "국가필수의약품안정공급협의체를 통해 매뉴얼을 다 만들어 놓은 상태다. 의약품통합관리시스템도 구축 중이다. 또 공급부족에 대비해 7개 협의에 운영비를 지원하면서 모니터링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이는 약사법에 근거해 설치된 국가필수의약품안전공급협의체(주관부처 식약처)를 통해 필수의약품 등에 대한 공공적 개입논의가 이미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다.

권혜영 교수도 공공제약 컨트롤타워 거버넌스 구성안 중 하나로 현행 체계인 국가필수의약품안정공급협의체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포함시켰었다.

결국 리피오돌을 통해 재환기되기는 했지만 필수의약품 등에 대한 공공적 개입 거버넌스 체계는 여전히 현 시스템을 더 적극 활용할 지 아니면, 새로운 입법을 통해 이를 확대 개편, 보완할 지에 대한 선택의 문제라는 사실이 이날 토론회를 통해 재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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