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적 대안 못 찾으면 미봉책에 그칠 뿐

[히트뉴스가 본 리피오돌과 공공제약 토론회(1)]

가상의 현실이라고 비유법을 쓴다. 건강보험공단 약가협상 라인의 직원들은 힘겹게 협상아닌 협상을 했다. 진이 빠진다. 아니 '맥'이 빠진다. 그동안의 협상 피로는 둘째다. 이건 (욕 좀 쓰자) 젠장할. 협상할게 없다. 낮은 가격 때문에 공급을 중단할 수 밖에 없다면서 공급중단 예고통보에 이어 약가인상 조정신청을 낸 게르베의 리피오돌.

"우린 뭘 할 수 있을까". 가이드라인은 이미 나와있다. 복지부는 신속 협상을 명했다. 게르베 한국법인의 요구가는 26만원 수준. 가격은 정해졌다. 그런데 대체 뭘 협상하라는걸까.

약가협상은 의미가 없다. 정해졌다. 건보공단이 해야 할 일은 가격 이외에 부대적인 조건을 합의하는 것이다. "앞으로 공급에 대해서는 확실히 담보할 수 있느냐?" 이런 걸 합의에 넣어야 한다. 게르베 한국법인은 이걸 담보할 수 있을까. 본사가 속칭 또 태도를 바꾼다면. 그들은 그동안 그렇게 말해왔다. 스스로.

비슷한 시간인 3일 오후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의원실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가 공동주최한 토론회가 열렸다. '리피오돌 사태를 통해서 본 필수의약품 생산·공급 방안' 긴급토론회였다.

패널토론자로 나선 식약처 정현철 사무관은 이른바 리피오돌 사태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지난 3월 공급중단계획을 통보받고 주시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1차 방어선은 복지부이지만 2차 방어선은 식약처라고 했다.

정 사무관은 "약가협상이 잘 정리되면 다행인데, 안될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 식약처 차원에서 각국을 조사했는데, 3개 국가에서 일단 공급을 받을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방식은 긴급도입의약품제도를 활용하는 것이고, 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한다. 공급가는 30만~40만원 정도"라고 했다.

정 사무관은 이렇게 약가협상 결렬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사태에 대비해 '제2방어선'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게르베코리아의 조정신청 요구가격은 26만원선. 건보공단은 운신의 폭이 적다. 협상이 아니라 요청가격을 사실상 강요받고 있다. 협상이 결렬되면 공급이 중단될 수 있다고 하니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는 협상이다. 아니 주어진 가격범위내에서 협상이 아니라 타결 결과에 대한 명분이 필요한게 현실이다.

건보공단이 지금 할 수 있는 건, 약가인상 이후 사용량 총액에 대한 '캡'을 씌우거나 안정적인 공급에 대한 약속을 명문화하는 수준일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협상이 결렬되면 30만~40만원으로 해외에서 리피오돌을 사올 수 밖에 없다니, 협상을 결렬시키는 건 더 비용을 유발시키는 일이 돼 버린다.

게르베 측은 이번 약가인상에만 그치지 않고 또다시 가격인상을 요구할 수도 있다. 협상은 많은 걸 담아낼 수 있지만, 리피오돌과 같은 사례는 근본적인 대안을 찾지 못한다면 매번 미봉책에 그칠 수 밖에 없다. 공공적 개입을 위한 컨트롤타워 도입이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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