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그룹·OCI그룹 통합 주총 D-3, 임주현 사장 핵심 키워드는 '미래'

창업주 장·차남인 임종윤·임종훈 전 사장 측 '시총 200조' 주장에 의문
OCI 측 "주총 결과 겸허히 수용… 다만 이사회 구성 실패시 재검토도"

OCI홀딩스 이우현 회장과 한미사이언스 임주현 사장이 등장하자 수 십개의 셔터 세례가 이어졌다.
OCI홀딩스 이우현 회장과 한미사이언스 임주현 사장이 등장하자 수 십개의 셔터 세례가 이어졌다.

25일 오후 4시 비 소식으로 제법 한기가 돌 무렵이었지만 한미약품빌딩 강당에 모인 이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한미약품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선대 회장의 '지음’(知音)'으로 알려진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임종윤ㆍ임종훈) 형제 지지 선언'으로 한 치 앞도 모르게 펼쳐지고 있는 한미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을 결정지을 주총의 방향을 조금이라도 알기 위해 기자들이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이번 통합의 당사자이자 핵심 인물인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은 가장 핵심적인 단어로 "미래"를 꺼냈다. 24일 일요일 오후 7시가 넘어서까지 입장문을 보냈을 만큼 급했던 그였기에 그 입에 더욱 관심이 모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카메라의 온갖 라이트가 비춘 뒤 임주현 사장은 운을 뗐다.

"50년을 거쳐 다음 새 50년을 어떻게 맞이할까 고민했습니다. 이(우현) 회장님과 이야기를 하면서 오래 고민했던 부분이 해소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한미가 지금까지 해 온 부분에서 앞으로도 잘해 나갈 수 있도록 경영권을 지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혼란을 만들게 됐고, 분쟁으로도 번졌습니다. 제일 안타까운 부분이 이를 둘러싼 기사가 쏟아지며 지금도 한미가 어떤 업적을 이뤄내고 있고 도전하는지가 많이 묻혀버렸습니다. 하루빨리 분쟁 혹은 이슈가 해소가 돼 한미가 주주님들께 미래 가치를 위해 전력을 다해 뛰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동시에 물의를 일으킨 점 죄송하다는 이야기도 드립니다."

임주현 사장은 먼저 주총에서 형제 쪽의 입장이 받아들여지며 통합이 어려워질 경우 얻는 불이익에 대해 "앞으로 남은 이틀도 최대한 노력을 해서 (한미사이언스의) 이사회 결정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싶다"며 "해외 사업을 해오면서 그동안 라이선스 아웃(L/O)의 경우 중간에 중단되거나 하는 등의 일이 많았다. 이번에는 임상을 끝까지 이끌고 인허가까지 받는 계기를 받아 글로벌로 진출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임종훈 사장 등의 의견이) 받아들여진다 해도 상위사로는 남겠지만, 글로벌 회사로의 도약은 가능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한미그룹은 이날 오후 임종윤 사장과 임종훈 사장 형제의 해임을 결정했다. 이번 해임이 주총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보다 송 회장의 '단호한 메시지'에 의미를 가져달라고 임주현 사장은 호소했다.

또 회사 측이 주장하는 이사회 구성이 원안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에 대해서는 "(내가 원하는 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을지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최대한 이 회사와 조직을 지키는 결정을 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임주현 사장은 OCI그룹(통합의 당사자는 OCI홀딩스)이 해외법인 등을 통해 대정부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개발과 더불어 정부와 다양한 논의를 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점 역시 강조했다. 임 사장은 수 개의 파이프라인을 하나하나 언급하며 이를 위해서는 자본이 필요하다는 말을 이어갔다.

처음 다소 긴장감이 역력했던 임주현 사장은 질의가 이어지면서 더욱 단호하게 말마디를 이어나갔다.
처음 다소 긴장감이 역력했던 임주현 사장은 질의가 이어지면서 더욱 단호하게 말마디를 이어나갔다.

 

"OCI, 오버행·지분 매각 피하는 '새 챕터' 필요해"

임종윤·종훈 전 사장 '시총 200조' 주장에 "현실성 낮다"

임주현 사장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입장문과 관련해 "(입장문 발표) 전날인 목요일(3월 21일)도 직접 찾아가 회사 운영 방안을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신동국 회장이) 그런 결정을 한 것은 '나름의 고심이 있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할 뿐"이라며 "(주총까지 남은) 이틀간 어떤 대화를 제기해서 우리의 입장을 설명 혹은 설득할 수 있을지 마지막까지 고민할 것이다. 제안 역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연금공단과의 논의 과정 역시 밝혔다. 회사 내 부서를 통해 정당하게 입장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게 임 사장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임주현 사장은 소액주주의 경우 입장을 충분히 찾아뵙고 인사를 하면서 차근차근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임종윤 전 사장이 경영을 이끌고 있는) 코리그룹과 관련한 정보와 재무건전성 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도 지적했다.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는 바이오의약품 생산에 필요한 단계와 연구원들을 하나하나 소개하면서 '논란속에도 신약 개발 의지만큼은 강하다'고 언급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는 바이오의약품 생산에 필요한 단계와 연구원들을 하나하나 소개하면서 '논란속에도 신약 개발 의지만큼은 강하다'고 언급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기자회견에 임주현 사장과 동석한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는 임종윤 전 사장 등이 밝힌 '바이오의약품 100개 생산'이라는 계획에 대해 "너무 쉽게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다. 수치를 말하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임상용 의약품 생산이 의약품의 3상과 상업화까지 이뤄져야 하는 이상 위탁개발(CDO)과 위탁생산(CMO)까지는 해야 한다. 현재 한미약품 평택공장 내 한 제품이 한 라인 생산 기준 1달 정도의 기간이 걸리는데, 1년에 12개 제품 정도가 생산된다. 100여개 제품을 해야 한다면 10개 이상의 라인을 돌려야 한다. 투자만 2조원이 필요하다. 생산 인원도 1000명 이상이 필요하다. 이것이 고민됐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여기에 완제의약품(DP) 역시 4000억~5000억원 수준의 투자가 필요하고, 해당 제품을 위해 필요한 200~300여명의 연구원을 포함하면 (임종윤 전 사장의 주장이) 현실성이 높지는 않다고 박 대표는 덧붙였다.

임주현 사장은 상속세 문제는 가족 전체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지만, 회사가 최대한 피해 없이 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다는 말과 함께 사모펀드 등의 지분 매각 제안을 거절하고 한미만의 성격을 지키기 위한 이 딜(한미그룹과 OCI그룹 간의 통합)이 새 챕터를 쓰는데 필요한 선택이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임 사장의 모친인 송영숙 회장의 구주 매각으로 상속세 납부와 오버행을 모두 해소해 주가 문제까지 해결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와 함께 이어질 주주환원 정책에서는 자사주 소각 및 매각 과정 등을 비롯한 친화적인 형태를 갖추며 다양한 분야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임 사장은 밝혔다.

다만 이날 임주현 사장은 임종윤ㆍ임종훈 두 형제의 상속세 조달 재원 마련과 관련해 두 형제의 재무건전성에 여러 차례 의문을 제기했다. 조심스럽지만 임종윤 전 사장, 임종훈 전 사장의 해임 문제 역시 해명했다. 시총 200조원이라는 부분은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뜻이다. 뒤에는 실제 박 대표가 밝힌 한미약품의 내부 목표를 3년 내 3조원, 5년내 5조원 매출로 잡고 현실적인 덩치를 키우겠다는 내용도 이어졌다.

임주현 사장은 임종윤 전 사장의 '한국의 론자를 만들겠다'는 내용에 대해 "1조원 투자는 바이오 분야에서 크지 않고, 투자 재원의 명확한 해명이 없는 이상 그 계획의 가능 여부를 현실적으로 고려했는지를 의심했다"고 언급했다.

이런 과정에서 임종윤 전 사장과 임종훈 전 사장의 해임 역시 "지금까지 기다렸지만 송 회장이 주총 앞에서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에는 그 무엇보다 이 조직 안에서 일어날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회사가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이행했다고 이해해달라"며 "사업을 진행하면서 통합 이후 가족 간의 화해나 봉합도 이뤄내야 하는 책임으로 생각해 대화 등을 시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함께 나온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은 "아직은 입장이 애매하다. 한미사이언스의 '미래 파트너 후보'로 이 자리에 나와 있다. 지난 2개월 너무 많은 관심을 받게 돼 조금은 부담스럽다"며 "향후 사업 방향이 한미와 일치했고, OCI는 기존에 없던 사업을 세계적으로 키우는 DNA가 있다. 제약바이오에서 많은 기대를 했다. 상당히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배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어 "이 정도의 투자(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2400억원 투자할 예정)가 있어야만 한미를 적기에 지원할 수 있는 것인데, 이상하게 받아들여진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한미라는 회사를 굉장히 좋게 보고 있고, (임 사장이) 준비가 많이 된 경영자로 판단해 같이 일하기로 결정했다. 현명한 주주의 판단을 따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우현 회장은 최근 이슈가 됐던 문제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먼저 임종윤 사장과 만나지 못했던 이유로는 "해외 출장 이후 만날 준비를 했지만, 화요일 가처분이 진행되면서 '지금은 만날 수 없다'는 검토를 받고 대화를 할 수가 없었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일부 대주주에게 설명이 부족했다는 지적에는 "회사가 어떤 사업 제안을 할 경우 경영진을 맡고 있는 이와 이사회 후보자 상정 이상의 것을 어떻게 할 수가 있느냐. 모든 주주에게 이를 공유하고 해야 하는지는 모르겠다"며 "비공개 정보를 누출하는 위험성이 있다. 이사회에서 적법한 절차로 합병을 논의했고 결정하는 것이 상법상 돼 있는데, 앞으로는 모든 대주주에게 몰래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것은 오히려 더 큰 위법이라고 본다. 도의적인 것과 법적인 것은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비만 관련 프로젝트 등 수년간 수천억원이 들어가는 큰 사업에서 회사(한미그룹)가 제품을 주도하기 위한 그림을 짜놓은 상태에서 자금 지원을 통해 해당 사업을 돕고 OCI그룹 역시 상호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 이 회장의 말이다. 그는 더욱이 당뇨나 비만 프로젝트 등 시간이 중요한 사업에서 결국 '투자'가 필요하고, 고금리 속에서 뒷감당을 함께 고민하면서 의기투합하는 것이 답이라는 생각도 전했다.

이 회장은 이와 함께 이번 주총 내 이사회 선임 안건에서 라데팡스 측 이사가 들어간 이유에는 함께 사업을 해오면서 통합에 필요한 방안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한미사이언스에 본인, 한미약품에 OCI그룹 측 인사 1인을 넣는 정도로 한미그룹의 자율성을 보장하겠다고도 강조했다.

다만 이 회장은 이번 주총 상황에 따라 투자 재검토도 어느 정도 감안할 수밖에 없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어 임종윤 전 사장 및 임종훈 전 사장 측 인사가 반영될 경우에는 겸허히 결과를 바탕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짧게 밝혔다.

 

서로 다급해지는 전황

'통합 희망론' 굳히기냐, '통합 반대론'으로 뒤집기냐

당초 업계에서는 이번 한미그룹과 OCI그룹 간 통합이 성공할 가능성에 무게를 좀 더 뒀던 게 사실이다. 한미약품을 한 마디로 설명하는 '신약 개발 특화 회사'라는 상징성과 함께 회사 측(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의 명분이 좀 더 높다는 이유에서였다.

여기에 한미사이언스의 OCI홀딩스에 대한 신주 발행 유상증자 금지 가처분 신청 당시 두 형제에 통합하지 않을 경우 연부연납제도(상속 혹은 증여세가 2000만원을 넘어설 경우 5~10년간 이를 나눠 내는 제도. 한미의 경우 5년 납입 예정)로 당장 2025년 해결해야 하는 약 2200억원(올해 1월 기준)의 상속세 미납분을 어떻게 낼 것인지를 설명하라는 의견서 제출을 요구한 바 있기도 하다.

현재 한미약품 창업주 일가인 송영숙 회장은 2200억원 중 1200억원, 임종윤 사장은 1000억원 중 650억원, 임주현 사장은 1000억원 중 430억원, 임종훈 사장은 1000억원 중 250억원이 각각 남아있다.

이 주장은 현재 한미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을 위한 핵심 명분으로 쓰이고 있다. 주식담보대출 등으로 어떻게든 상황을 막아왔지만, 신약 개발 전문기업이라는 회사의 콘셉트 속에서 자금 압박 더 나아가 향후 임상 등을 위한 재원 마련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번 통합이 마무리되면 지분 670만여주를 넘기며 2500억원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통합 발표 이후 한미사이언스의 주가는 임성기 창업주 사망 직후 최저점 3만원 이하에서 지난 22일 기준 4만4000원에 육박한다. 그러나 최고 9만원 이상이었던 지난 2021년 3월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에 불과해 주주들의 불만은 남아있다.

여기에 임종윤 사장 등이 수원지방법원에 제기한 신주 발행 금지 관련 가처분 신청 이후 회사와 두 형제가 서로 여론전을 벌이며 주주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부분은 이번 통합 이슈를 더욱 안갯속으로 빠트리고 있다.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 측은 앞서 나온 통합과 이로 인한 재원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 임종윤 사장과 임종훈 사장 측은 이번 결정이 대주주들이 모르는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점을 들며 주가 하락, 이사회 선임, 회사의 운영방향, 주주환원 정책 등에서 서로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그 과정에서 고 임성기 창업주와 오랜 연을 가진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임종윤 사장 및 임종훈 사장을 지지'하는 입장문을 내면서 여론전은 정점에 다다르고 있다. 심지어 각 컨설팅 업체 자문 결과는 물론, 임주현 사장이 임종윤 사장에게 무담보로 빌려준 자금 문제까지 세간에 공개됐고 이를 찾기 위해 임주현 사장이 임종윤 사장을 향한 반환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내용까지 알려지면서 결국 기업은 물론 서로의 운명을 건 싸움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문제는 남아있다. 이번 주총에서 어느 쪽의 주장이 더욱 먹힐 것인가를 차치해도 이사회에서 잡음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수로 결정되는 자리인 만큼, 한미사이언스 입장에서는 이사회를 '올킬(송영숙 회장 등 이사회 추천 인물로 다 선임)'해야 통합을 순탄하게 이끌 수 있다.

반면 임종윤 사장과 임종훈 사장 측이 제안한 이사 후보들이 이사회에 다수 포함될 경우 통합을 비롯한 여러 문제에서 대립 가능성이 남는다. 더욱이 임종윤 사장과 임종훈 사장이 한미사이언스의 대주주로 향후 주식을 매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이상 향후 임시 주총 등을 통해 여러 다툼이 일어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오는 28일 두 그룹의 통합 문제를 결정지을 주총을 앞두고 양측의 막판 호소전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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