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그룹과의 통합, 사실상 M&A 패키지 딜… 불완전 거래 리스크 있어"

(사진 왼쪽부터) 한미약품 임종윤 사장과 임종훈 사장이 취재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현정인 기자
(사진 왼쪽부터) 한미약품 임종윤 사장과 임종훈 사장이 취재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현정인 기자

한미약품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선대 회장의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이 한미약품그룹 경영에 복귀할 시 한미약품을 바이오 위탁개발(Contract Development OrganizationㆍCDO) 기업으로 변화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임종윤 사장은 21일 서울 영등포 소재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한미약품 임종윤, 임종훈 사장 기자간담회에서 OCI그룹과의 통합 발표 이후 발생했던 상황을 설명하고 한미약품그룹의 미래 비전에 대해 발표했다.

먼저 임종윤 사장은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간의 통합은 '불완전 거래 리스크'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 사장은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은 일괄 계약의 형태로 이뤄진 인수합병(M&A)이 아니다"며 "유상증자(OCI홀딩스를 대상으로 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는 유상증자대로 개인간 거래(송영숙 회장 및 임주현 사장의 구주 매각 등)는 개인 거래로 분리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직까지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간의 합병에 대한 계약의 전문을 봤을 때 필요한 모든 내용들이 법정에 제출되지 못했다"며 그 이유로 '불완전한 거래'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M&A 과정 자체가 심의를 거치고 여러 과정을 통해 발표해야 하는데, 임 사장 본인은 OCI홀딩스 실사를 한 적도 없으며, 언론을 통해 발표된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간의 통합 발표(임 사장 측은 M&A라고 주장)는 공시 위반에 해당된다"며 "공정거래위원회나 금융감독원에서 이번 M&A 건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모친인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과 여동생인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실장이 OCI홀딩스와 합병돼도 경영권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임 사장은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간의 합병 그림을 보면 거버넌스가 불투명해 보인다. 경영권 분쟁의 소지는 한미약품그룹뿐만 아니라 OCI그룹 내부에서도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번 양 그룹 간 통합 과정에서 67% 주주들의 의사는 고려되지 않았으며,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이 성행되면 국내 주식 시장은 혼란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 사진=현정인 기자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 사진=현정인 기자

이어 임 사장은 자신들(임종윤ㆍ종훈 형제)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임 사장은 자사주 소각을 해야 하고 배당도 진행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순이익이 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순이익률이 30%까지 도달하고 있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있는데, 한미약품도 이러한 추세를 따라가야 한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는 순이익 1조원대를 달성해 한미약품을 더 크게 발전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임 사장은 "그동안 한미약품은 450여개의 케미컬의약품(화학합성의약품)을 개발했는데, 지금 당장 이익을 가져오는 것은 많지 않다. 병원이나 의료계에서 쓰는 약물들이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이라며 "의료계에서 필요한 바이오의약품을 모두 다 생산하면 100개 정도 될 것 같은데, 한미약품의 역량을 기반으로 해 100개 이상의 바이오의약품 개발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 사장은 "정기 주주총회 통해 뜻을 이룰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면 1조원 이상의 투자 유치를 할 것이라는 공약을 제시하고, 이 돈으로 바이오의약품을 개발할 수 있는 공장을 설립하겠다"며 "국내에서 바이오의약품을 '소품종 대량생산' 방식으로 제조하는 기업과 달리 다품종을 제조하겠다"는 등 회사의 최종 목표를 '한국판 론자'로 제시했다.

일각에서는 기존에 한미약품이 해 온 사업과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임종윤ㆍ종훈 형제들이 내놓은 구상의 방향이 전혀 달라 한미약품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임종윤 사장은 "양이 적어도 팬데믹 상황이 다시 왔을 때 필요한 바이오의약품을 한미약품 공장에서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며 "바이오의약품이 경제성 측면에서 케미컬의약품보다 우선순위가 될 수 있을 것이고, 한미약품이 상대적으로 (바이오의약품 영역을) 잘 안 해왔기 때문에 기업가치를 급격하게 올릴 수 있는 포인트으로 생각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케미컬의약품 사업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임종훈 사장도 "한미약품에서 케미컬의약품을 하지 않는다면 한미정밀화학 사장인 본인이 이 자리에 있을 수가 없다"면서 "최근 백신으로 많이 등장했던 메신저 리보핵산(mRNA) 자체가 바이오 케미스트리"라며 케미컬의약품은 없어지지 않는다고 답했다.

임종훈 사장은 이어 간담회 종료 후 취재진에게 "(바이오의약품 CDO를 한다고 해서) 기존에 한미약품이 하던 사업과 크게 달라지는 건 아니다"며 "바이오쪽도 그동안 많이 해왔고, 여러 방면을 더 고려하겠지만 그동안 해왔던 것을 줄여가며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임종윤 사장은 오는 28일 열리는 한미약품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 본인과 임종훈 사장을 사내이사 후보로 제시하며 자신들이 지정하는 이사 후보자를 신규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한 상황이다. 임 사장은 본인과 임종훈 사장에 이어 이사진 후보로 권규찬 디엑스앤브이엑스 대표, 배보경 고려대 교수(기타비상무이사)와 사봉관 변호사(사외이사)를 한미사이언스 이사 후보로 제안했다.

또 정기 주총에서의 표 대결에 대비해 국민연금공단(한미사이언스 지분 7.38% 보유)을 비롯한 주주들의 지지도 호소했다. 법률적 문제 등을 고려해 올바른 쪽으로 의결될 수 있게 해달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가처분 신청 결과가 남은 상황이다. 한미그룹과 OCI그룹은 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 지분 27%를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 등을 통해 취득하고,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실장 등이 OCI홀딩스의 지분 10.4%를 취득하는 형태의 통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임종윤 사장 측은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것은 '무효'라며 유상증자 금지 등의 내용이 담긴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임 사장 측은 "이번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할 것"이라며 "가처분 결과는 기다리고 있고, 의결권을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오늘 말한 것들을 반드시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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