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선 |
'한미'의 유산 언급한 임종윤, 임종훈 형제의 비전

21일 오전 10시 전국경제인협회 FKI타워 3층 에메랄드홀로 임종윤, 임종훈 형제가 취재진들로부터 수많은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입장했다. 임종윤, 임종훈 형제는 한미약품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선대 회장의 장남과 차남이다. 한미약품 사장인 이 둘은 현재 모친인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과 임 회장의 장녀인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과 한미그룹 경영권을 두고 다툼을 벌이고 있다. 양측은 오는 28일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한미사이언스와 OCI홀딩스 간의 통합’에 대한 찬반을 두고 표 대결을 벌일 예정인 가운데, 임종윤, 임종훈 형제는 이날 긴급하게 기자간담회를 열고 본인들이 이 통합에 반대하는 이유와 자신들을 지지해달라는 호소를 2시간가량 취재진 앞에서 쏟아냈다. 이번 한미그룹과 OCI그룹 간의 통합은 국내 제약업계 사상 최초의 이종 산업 간의 결합인 만큼 큰 관심을 끌고 있거니와 경영권 분쟁 이슈까지 겹치면서 점점 더 가열되는 양상이다. 그래서인지 대외적으로 얼굴을 잘 드러내지 않는 창업주 일가인 임종윤, 임종훈 형제의 ‘깜짝’ 등장은 주목을 끌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같은 주목에도 불구하고 임종윤, 임종훈 형제가 과연 이 통합에 반대하는 이유와 논리를 제대로 설명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히트뉴스>는 임종윤, 임종훈 형제의 어제 기자간담회 내용을 토대로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는지 이들의 주장에 오류는 없는지 좀 더 들여다봤다.

 

한미사이언스와 OCI홀딩스 간의 통합은 M&A '패키지 딜'일까

한미사이언스와 OCI홀딩스 간의 통합이 이뤄지게 되면 OCI그룹의 지주사인 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것은 사실이다. 양측은 이 통합 딜을 위해 크게 3가지 구조를 짰는데 ①송영숙 회장, 임주현 사장의 현물출자 ②송영숙 회장 측의 구주 매각 ③한미사이언스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한미사이언스는 지난 1월 12일 공시를 통해 △주식 양수도 계약 △현물출자 계약 △신주 인수 계약 3건의 계약 내용을 공개했다.

통상 기업의 경영권이 이전(여기서는 최대주주의 변경을 의미)하기 위해서는 크게 기존 최대주주가 보유 중인 구주를 매각하거나 기존 최대주주보다 더 많은 지분을 갖게 하는 투자 유치 형태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등의 방식이 활용된다. 이번 한미사이언스와 OCI홀딩스 간의 통합 딜은 이 2개가 한꺼번에 이뤄질 걸로 볼 수 있다. 여기서 한미사언스 측은 이 통합 딜이 각각 개별의 계약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반면에 임종윤, 임종훈 형제는 이 딜이 사실상 인수합병(M&A)을 위한 '패키지 딜'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인 송영숙 회장과 그 자녀인 임주현 사장이 사인(私人)으로서 자신들의 주식을 처분(이 경우에는 현물출자를 통합 OCI홀딩스 주식과의 스왑 그리고 보유 중인 한미사이언스 구주 매각)할 수 있는 자유와 권리가 존재한다. 이로 인해 최대주주가 변경되는 것은 그 결과일 뿐이지, 구주 처분 행위가 새 최대주주를 맞기 위한 목적은 아닌 것이다. 임종윤, 임종훈 형제도 구주 매각 등의 부분은 문제 삼지 않고 있다. 한미사이언스가 OCI홀딩스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에 2400억원을 투자하는 구조)를 막기 위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한 상황이다. 아직 법원은 판단은 나오지 않았다.

특히 송 회장 측의 구주 매각은 상속세 재원 마련이라는 타당한 이유가 뒷받침하고 있다. 더군다나 송 회장 측은 현물출자에 따른 OCI홀딩스 주식의 스왑을 통해 OCI홀딩스 1대주주에 올라서는 만큼 임종윤, 임종훈 형제가 주장하고 있는 '한미사이언스의 경영권을 OCI홀딩스에 넘긴다(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가 OCI홀딩스로 바뀌는 것)'는 논리도 설득력을 잃는다고 볼 수 있다.

 

'경영권 되찾은 뒤 바이오 CDO 사업 나서겠다'는 비전은 타당한가

임종윤, 임종훈 형제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한미그룹의 경영권을 수성한 뒤 한미그룹의 주력 사업 자회사인 한미약품을 '바이오 신약 CDO 기업'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임종윤 사장은 "한미약품은 지난 50년간 케미컬의약품(화학합성의약품)을 개발해 왔다. 이 위대한 유산을 지키겠다"면서 바이오 CDO 기업으로의 변모를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톱티어 케미컬의약품 개발 제약사인 한미약품을 갑자기 바이오기업으로 바꾸는 것이 한미약품의 유산을 이어가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임 사장은 '케미컬의약품을 포기하는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니다"고 답하면서 "경제성 측면에서 바이오의약품을 위탁개발(CDO)을 통해 생산하는 것이 케미컬의약품을 개발해 생산하는 것보다 높기 때문에 이러한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지난 1월 보도자료를 통해 100억원 이상(2023년 원외처방액 기준)의 블록버스터 제품이 20종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이 중에서 6년 연속 국내 원외처방 매출 1위라는 기염을 토하고 있는 '로수젯'의 경우 의료 현장에서 니즈가 크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한미약품의 지난해 원외처방액은 총 9295억원으로 1조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자체 개발 케미컬의약품을 통해 내실 있는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따라서 임종윤 사장이 전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한 "(한미약품의 케미컬의약품 중) 지금 당장 이익을 가져오는 약물들이 그렇게 많지 않다. 병원이나 의료계에서 쓰는 약물들이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이다"라는 내용은 사실과 다른 측면이 있다.

 

임종윤, 임종훈 형제가 밝힌 1조원 투자 유치는 실체가 있나

임종윤 사장은 한미약품을 바이오 신약 CDO 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1조원의 투자 유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기자간담회에서 언급했다. 이어 "투자 부분은 상당히 민감하다. 오픈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는 않다. 세세하게 말씀드리지 못하는 부분이 있지만, 그(1조원) 이상의 투자 유치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참여함으로써 2400억원을 투자하는데, 자신이 실사를 하지 않아 이 투자금이 진짜로 있는, 실체가 있는 돈인지 모르겠다"라고 지적했다. OCI홀딩스의 2023년말 별도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700억원이 넘는다. 유동자산은 4635억원에 달한다. OCI홀딩스가 지주사로 있는 OCI그룹은 재계 순위(2023년 공정거래위원회 공정자산 발표 기준) 38위의 기업집단이다. OCI홀딩스는 코스피 상장 기업이다. OCI홀딩스 재무제표만 살펴봤더라도 2400억원의 투자금이 실체가 있는지 없는지는 단번에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임종윤, 임종훈 형제가 목표로 하는 시총 50조 티어는 현실성 있나

임종윤, 임종훈 형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한미약품의 시가총액 50조원 티어 진입'을 강조했다. 21일 종가 기준 한미약품의 시가총액은 4조2789억원 정도다. 한미사이언스의 경우 시가총액은 약 2조8962억원이다.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은 2010년 인적분할을 통해 2개 회사로 쪼개지기 전까지는 '한미약품'으로서 한 몸이었다. 현재 두 회사의 시가총액을 합쳐도 7조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임종윤 사장이 발언한 시가총액 50조원으로 가기 위해서는 7조원 기준으로도 7배 이상의 기업가치 상승이 필요하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으로는 시가총액이 50조원을 넘는 곳은 삼성바이오로직스(21일 기준 약 61조원)가 유일하다. 뒤를 이어 최근에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을 통해 출범한 '통합 셀트리온'의 경우 약 41조원(21일 기준) 정도다.

이에 대해 한미그룹 측은 "이같은 포부를 밝히려면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전략도 함께 내놓고 주주들에게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라며 일침을 가했다. 물론 5년 안에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혁신신약이 개발되거나 상업화에 이른다면 기업가치 상승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임종윤 사장은 "한미그룹의 시가총액이 50조 티어에 진입하기 위해선 당기순이익 1조원을 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한미사이언스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1151억원이다. 5년 안에 10배 가까운 당기순이익을 내야 하는데 이 또한 의문점을 갖는다. 불가능함을 강조 싶은 것은 아니다. 이러한 목표 달성과 비전 구현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이 어제 기자간담회에서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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