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제약 주주총회 이모저모와 주총이후 과제 | 한미사이언스

경영권 분쟁 흐름 가를 이사회 선임 전쟁서 임종윤·임종훈 전 사장 측 '완승'
한미사이언스 측 '마의 2%'… 이사진 구성도 4(모녀 측)대 5(형제 측)로 역전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 상속세+주담대+이사회 역전 '3중고' 해결전략은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가 송출되는 기자실 화면. 이날 100여명의 기자들은 앞의 화면만 '눈이 빠지도록' 봤다. / 사진=이우진 기자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가 송출되는 기자실 화면. 이날 100여명의 기자들은 앞의 화면만 '눈이 빠지도록' 봤다. / 사진=이우진 기자

모든 사람들이 술렁였다. 28일 오전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 시작까지 30분이나 남았지만, 주총 예정지인 경기 화성시 라비돌호텔은 내리는 봄비와 함께 무거운 긴장감이 깔렸다. 주총 참석자들은 대규모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라 주총 결과가 한미사이언스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이들의 표심에 관심이 쏠렸다.

주총장 안에 100석을 준비했다는 대규모 2층 기자실도 긴장감이 흘렀다. 최근 몇 년간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이렇게 큰 경영권 다툼을 보기 어려웠던 탓이다. 더욱이 화학 분야 대기업인 OCI그룹과 통합 여부에다, 미칠 영향도 큰 만큼 여러 부서 기자들이 한 데 모여 결과에 따른 헤드라인을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주주총회 전 총회장 앞에 기자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등장했다.
주주총회 전 주총장 앞에 기자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등장했다.

1층 주총장 문 앞 포토존에서는 이미 수십 명의 기자가 서너 겹을 에워쌓으며 사진 촬영 준비를 마쳤다. 임종훈(한미약품 창업주인 고 임성기 선대 회장의 차남) 한미약품 전 사장이 오전 8시 40분경 제일 먼저 도착했고, 오전 9시 5분이 조금 지나 임종윤(고 임성기 선대 회장의 장남) 한미약품 전 사장도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주총장에 들어섰다. 오전 10시 10분이 넘어서야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이 도착했다. 연이어 터지는 플래시 세례 속에서 임종훈 전 사장은 "추후 이야기드리겠다"며 자리를 떴고, 이우현 회장은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겠다"고만 언급했다.

정작 송영숙(고 임성기 선대 회장의 배우자)한미사이언스 회장과 임주현(고 임성기 선대 회장의 장녀) 한미사이언스 부회장은 주총장에 오지 않아 기자들의 궁금증이 커졌다. 성원이 되지 않는다는 '설(說)'과 함께 모두가 '건강이 좋지 않다더라' 등의 미확인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사전 표 계산에서 밀린 것 아니냐'는 말도 흘러나왔다.

주총은 정오까지도 시작하지 못하고 있었다. 가처분 신청 등으로 인해 수원지방법원에서 선임한 검사가 위임장을 하나하나 확인해야 했던 이유에서다. 15분마다 주총을 진행하는 사회자의 사과가 이어졌다. 주주들 수 명이 주총장 바깥의 소파에 앉아 하릴없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주가를 연신 확인했다.

오전 11시 5분이 돼서야 사회 측에서 "주식수 집계를 시작을 했고, 오전 9시 전에는 끝날 것으로 예상을 했는데 집계는 끝났지만 위임장 확인 절차가 조금 늦어졌다"며 "거의 확인됐으니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말이 이어졌다. 하지만 공식적인 주총 시작 시각은 점심시간을 넘긴 오후 12시 27분이었다.

주총 시작 전 몇몇 주주의 불만이 이어졌지만, 송영숙 회장의 부재 속 정작 열린 주주총회 분위기는 생각보다 조용히 흘러갔다. 이 날 회사가 부의한 안건은 △재무제표 승인의 건 △이사 선임의 건 △감사위원회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이다. 회사는 먼저 연결기준 매출 1조2479억원, 영업이익 1244억원, 당기순이익 1139억원 등을 비롯한 재무제표 승인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의장을 맡은 신성재 한미사이언스 전무는 "오늘 한미그룹이 과거에 머무를지 미래로 나아갈지 결정할 중요한 날"이라며 "OCI홀딩스를 통해 한미사이언스의 미래가치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것이다. 주주의 성원을 모아 잘 듣겠다"고 말했다.

주총에서 가장 핵심인 안건은 단연 이사회 선임이었다. '주주들이 이사회 멤버로 누구를 뽑느냐'가 결국 이종 기업 간 결합이라는 보기 힘든 안건의 성사를 결정지을 핵심 사안이었다. 이를 위해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측(모녀 측)은 총 6인을, 임종윤ㆍ임종훈 전 한미약품 사장 측(형제 측)은 5인을 각각 이사회 선임 후보자로 내세웠다.

주주총회 전까지 알려진 모녀 측(40.61%)과 형제 측(38.01%) 간의 우호 지분율은 차이는 약 2%포인트(p)에 불과했다. 주주총회 전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의 오랜 인연으로 알려진 지분율 12%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형제 측을 지지한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회사(모녀 측)의 편을 드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양측의 표 대결은 결국 개인투자자(소액주주)의 손에 결정될 수밖에 없게 됐다. 작년 말 기준 소액주주의 지분율은 20.5%였다.

현재 한미사이언스는 이사회 내 이사를 10인까지 선임할 수 있는데, 이번 주총에서 보통결의 요건을 충족하는 것을 전제로 6인을 다득표율로 선임하기로 했다. 만약 6인을 초과할 경우 전원에 대해 일괄 선정해 선임을 하되, 다득표 순으로 6인만 선임하기로 했다.

양 측이 선임한 이사회 명단(히트뉴스 제작 한미사이언스 통합 관련 웹툰 내 참조)
양측이 선임한 이사회 명단(히트뉴스 제작 한미사이언스 통합 관련 웹툰 내 참조)

한미사이언스 측은 임주현 부회장을 한미의 정체성을 실현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했고,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은 글로벌 경험과 사업 강화를 통해 주주가치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타비상무이사에 최인영 한미약품 부사장을 연구 핵심인력으로 소개하고, 박경진 명지대 교수는 기업지배구조의 전문가, 서정모 모나스랩 대표는 B2C 분야의 역량을 통해 사업 확장에 이바지할 이로, 김하일 카이스트 교수는 에너지 대사 등을 통해 현재 회사가 개발하고 있는 혁신신약에 이바지할 이로 소개했다. 그 때 어디선가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임종윤 전 사장이었다.

"전무예요, 이사예요? (전무이사입니다) 미등기임원이네요. 등기이사가 아닌데 거짓말을 해요?"

임 전 사장이 이날 송영숙 회장의 부재로 인해 주총 의장을 맡은 신성재 전무의 의장 자격 여부에 문제 제기를 한 것이었다. 그러면서 임 전 사장은 주주제안 측 인사, 즉 자신들이 내세운 이사진 후보에 대해 주주들에게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한미사이언스 분할 이후 12년 정도 했고, 지금은 좀 외곽에서 쉬고 있다"며 자신을 설명했다. 이어 임종훈 전 사장을 한미약품에서 평생을 바친 인물이라고 했으며, 권규찬 박사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경험, 배보경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 사봉관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를 각각 소개하며 의결을 당부했다.

한미사이언스 측은 임 전 사장의 지적에 '규정에 따라 전무의 진행은 문제가 없다'고 답변했지만, 반대 측(형제 측)은 미등기이사(신성재 전무)는 주주총회 진행이 어렵다는 판결을 강조했고, 향후 이번 사안을 따져야겠다는 일부 주주들의 반응이 이어졌다. 수 마디의 고성이 뒤를 오가고 주주들 사이에서 진행을 하자는 목소리가 여러 차례 들렸다. 이같은 설전은 개표 이후에도 입력 과정 등에서 이어졌다. 그리고 결과가 나왔다. 참석 인원 기준으로 51.8%, 의결권 주식인 전체 88% 중에서는 46%였다. 4%p차 임종윤ㆍ임종훈 전 사장 측의 승리였다.

송영숙 회장ㆍ임주현 부회장 측 분류 임종윤ㆍ임종훈 전 사장 측
  사내이사 임종윤 한미약품 전 사장
    임종훈 한미약품 전 사장
  기타비상무이사 권규찬 Dx&Vx 대표
    배보경 고려대 교수
  사외이사 사봉관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0인 선임인원 5인

'아', '우와' 등의 갖가지 탄식이 주총장에서도, 기자실에서도 수 차례 터져나왔다. 이어 나온 감사 선임의 건은 부결됐지만, 이사진이 연이어 임종훈ㆍ임종훈 전 사장 쪽 추천 인사으로 이어지면서 총회는 전광석화처럼 마무리됐다. 말 그대로 '형제의 도전'이 성공한 것이다.

주총 이후 달려간 기자들이 조금은 무색하게, 임종윤ㆍ임종훈 전 사장 측은 2층 기자실로 올라왔다. 처음 주총장으로 들어왔던 얼굴과 다른 느낌이었다. 기자들의 움직임은 곧 조용해졌다. 한미그룹 측은 이미 총회장을 빠져나갔고, 주총 종료 후 환호를 외치던 이들도 이내 사라졌다.

임종윤(왼쪽)·임종훈 전 사장이 주총 이후 이어진 브리핑에서 후 악수를 나누고 있다.
임종윤(왼쪽)·임종훈 전 사장이 주총 이후 이어진 브리핑에서 후 악수를 나누고 있다.

 

기자들도 놀란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 '패배'

격차 벌린 건 개인주주였다

이번 주총 결과는 한미그룹과 OCI그룹이 지난 1월부터 추진 중인 통합 과정에 큰 제동이 걸린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수원지방법원에서의 항고 과정과 본소송 이전 가처분 신청의 기각으로 다소 움츠러들었던 임 전 사장 형제들은 큰 힘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기에 가장 큰 우군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함께 개인주주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음을 확인했다는 데서 의의가 크다.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측은 앞서 나온 통합과 이로 인한 재원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 임종윤 전 사장과 임종훈 전 사장 측은 이번 결정이 대주주들이 모르는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점을 들며 주가 하락, 이사회 선임, 회사의 운영방향, 주주환원 정책 등에서 주총 전날까지 서로 극한의 여론전을 벌였다.

그 과정에서 고 임성기 창업주와 오랜 연을 가진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임종윤 전 사장 및 임종훈 전 사장을 지지한다'는 입장문을 내면서 여론전이 정점에 다다르는 듯 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한미사이언스 측의 이사 추천자 6인 전체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전하면서 결국 이번 주총의 핵심 변수는 개인주주의 향방에 달렸다.

이번 주총 결과는 가장 먼저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의 판도를 뒤집는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존 한미사이언스 내 이사진은 총 4명이다. 송영숙 회장을 필두로 신유철 사외이사, 김용덕 사외이사, 곽태선 사외이사가 있다. 그런데 이번 주총 결과로 인해 이사회의 구도 역시 임종윤 및 임종훈 전 사장 측 인물이 5명으로 기존 이사진의 수를 넘어서게 된다. 송 회장 측의 의견이 쉬이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이같은 결정이 나온 것은 결국 소액주주가 형제 측의 손을 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주총 이후의 반응이다. 실제 양측의 지분 구조를 보면 의결권 기준인 2023년 12월 31일 기준 임종윤 사장 측과 우호 지분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지분 등은 총 38.01%, 송영숙 회장 측과 우호 지분인 국민연금 등의 지분은 40.61% 수준이었다.

이번 주총에서는 전체 참석자 중 임종윤 및 임종훈 전 사장 측이 51.8%,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이 48%대다. 약 4%p의 차이가 벌어진 것이다. 개인주주와 외국인이 결국 그 차이를 벌린 것으로 한미사이언스 안팎에서는 보고 있다.

 

주담대+이사회+상속세까지 '3중고'

하지만 송 회장만의 문제는 아니다? 형제들의 과제는

이번 주총 결정은 한미사이언스의 신주 발행 유상증자(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가 결정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2400억원을 투자하는 구조)를 사실상 무력화했다는 점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OCI와의 통합 시도는 모녀 측의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한 중요한 수단이기도 했다. 현재 고 임성기 창업주 타계 이후 이어져온 연부연납제도(상속 혹은 증여세가 2000만원을 넘어설 경우 5~10년간 이를 나눠 내는 제도. 한미의 경우 5년 납입 예정)로 2025년까지 내야 하는 돈은 아직 2200억원(2024년 1월 기준)이 남아있다.

한미약품 창업주 일가인 송영숙 회장은 2200억원 중 1200억원, 임종윤 사장은 1000억원 중 650억원, 임주현 부회장은 1000억원 중 430억원, 임종훈 사장은 1000억원 중 250억원이 각각 남아있다. 이번 주총 결과로 인해 송 회장과 임 부회장의 미납분 1630억원을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한미그룹과 OCI그룹 간의 통합 시도가 무산되면서 OCI홀딩스가 모녀 측이 보유하고 있는 한미사이언스 주식에 대한 구주 매각등이 불발됐기 때문이다. 또 이미 OCI그룹이 한미그룹과와 결별을 선언한 상황이고, 임주현 부회장도 OCI홀딩스 사내이사 선임을 포기했다는 점은 실제로 향후 두 그룹 간 연이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또 하나는 주식담보대출이다. 송 회장은 421만여주를 담보로 1317억원을 대출받았고, 한미그룹이 운영하는 가현문화재단의 지분으로 303억원을 대출받은 바 있다. 임주현 부회장만 해도 286만여주를 바탕으로 680억원 상당의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다.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다고는 하지만, 통합이 무효화된 이상 대출 완납은 자체 여력만으로는 더욱 어려워지게 됐다.

하지만 이 문제는 이사회 진입에 성공한 두 형제의 문제이기도 하다. 상속세는 연대납부의무가 있는데 다가 연부연납이 어려워질 경우 연이자 10.95%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1630억원을 내지 못하면 150억원 선의 연이자가 붙는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이번 주총의 결과는 하나의 물음표로 귀결된다. 형제 측이 실제 상속세와 개인의 주식담보대출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에 대한 궁금증이 자연스레 제기된다. 회사(한미사이언스)의 재무를 통해 개인(창업주 일가의 상속세 납부)을 책임질 수 없는 상황이어서 이들의 자금 조달 계획은 성공한 형제들의 과제가 됐다.

현재 창업주 가문의 4명 그리고 직계 존비속 등의 주식담보대출은 총 4400억원을 넘어선다. 1713억원의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임종윤 사장 입장에서는 상속세를 부담하기 위한 추가 대출을 내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송영숙 회장이 1317억원, 임주현 부회장과 임종훈 전 사장 역시 각각 680억원의 주담대를 가지고 있다. 모두가 추가적인 자금 마련을 하기에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다른 하나는 OCI그룹과 통합으로 기대했던 연구개발(R&D) 추가 자금의 조달이다. 통합 과정에서 한미사이언스 측은 상속세는 물론 현재 진행 중인 비만신약 5종 프로젝트 소위 'H.O.P' 가동 등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중 LA-GLP/GIP/GCG의 경우 새로운 기전으로 전임상을 마치고 임상에 돌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회사와 개인의 재무적 상황이 다르다고 해도 이번 통합이 신주 발행 등을 통해 재원을 조달하는 것이었던 만큼 이를 어떻게 끌고 나갈지도 앞으로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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