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말랑말랑한 교육 안해요...목적의식 분명한 분에 집중하죠"

채민정 '바이오 마케팅 랩' 대표가 제약 마케팅 교육과 컨설팅 의 '샛별'로 떠 올랐다. 교육과 컨설팅을 받았던 사람들의 입소문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추천으로 '스타트업 1년만'에 그를 찾는 제약회사와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강연 잘 하고, 내 제품처럼 컨설팅 해주는 사람'으로 명성을 쌓고 있다.

경제성 평가에 기반한 약제비 적정화 방안(일명 포지티브 리스트)이 2006년 12월부터 시행되었던 환경이라, 국내에 들여오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던 통증치료제 리리카(한국화이자)를 보란 듯 론칭시켰던 인물, 채민정 대표다.

시장에 신제품을 론칭시킨다는 건 수 많은 변수를 통제하며 나아가는 험란한 설득의 여정. 마케터 타이틀을 단 인물들은 적지 않지만 '론칭부터 육성까지 스토리'를 간직한 이는 많지 않다.   

다국적 제약회사 20년 경력(영업사원 2년, 마케터 18년)을 핵심 역량으로 작년 '제약 마케팅분야 교육·컨설팅 1인 기업'을 세운 채 대표. "전, 말랑말랑한 교육, 설렁설렁한 컨설팅은 절대 안합니다. 목적 의식이 분명한 분들과 진지하게 일해야 성에 찹니다."

13일 오후 3시, 그의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따뜻한 아메리카노 커피 한잔과 냉수 한잔이 탁자 위에 놓여져 있었다. 커피와 냉수를 번갈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 작년 10월 24일 1인 기업을 세우셨으니, 채 1년이 되지 않았어요. 대표님을 믿어준 첫 고객, 누구였나요.

"전부터 보건인력개발원에서 몇 차례 강연을 했어요. 그 자리에 있었던 한 분이 '우리 사장님한테 교육해 주시면 좋겠다, 사장님이 모르시면 이 좋은 내용을 실천할 수 없다'고 해서 처음으로 그 분 회사에서 교육을 했어요. 강연이 괜찮았는지 여기서 다른 분들을 또 소개시켜 주데요. 이런 식으로 고객이 차츰 늘어 내년부터 연간 컨설팅에 들어가는 곳까지 생겼습니다."

▶ 교육 컨설팅 기관이 차고 넘치는데 고객이 늘고 있어요. 왜 그럴까요.

"마케팅 현장에서 18년 일했으니까, 아무래도 고객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는 힘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게 제 강점이자 차별점이겠죠. 제약회사에 근무하는 마케터들이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실질적으로 도움줄 수 있는 것은 저 만의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컨설팅을 할 수 있는 것도 차별점이에요. 고객 회사의 제품은 물론 경쟁 제품까지 공부해 솔루션을 제안하거든요. 예를들어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스크랩 해 보내드리면서 제 의견도 첨부해요. 이 지점을 공략하는 이런 메시지를 내보면 어떨까 의견을 제시합니다. 운명공동체라고 생각하고 일 합니다."

▶ 기업의 마케터를 컨설팅했던 사례가 있나요?

"새 서비스 론칭에 직면한 모 회사 마케터 A씨가 찾아 왔어요. 주위에 경험있는 분이 없어서 가이드를 받기 어려웠던 거죠.  새 프로그램은 어떻게 론칭하는지, 어떤 고객을 세그멘테이션할지, 어떤 고객을 타케팅할지 개념 교육과 함께 사흘간 워크숍을 가졌어요. 한달 뒤 A씨는 서비스를 론칭했고, '회사에서 칭찬 받았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정말 짜릿했죠. 물론 그 분이 또 여기저기 광고를 해주셔서 다른 고객을 만나게 됐어요."

▶ 대표님 교육은 빡세고 진지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목적 의식이 분명한 사람들이 좋아요. 편하고, 재미있는 교육보다 '교육의 결과물'을 활용할 수 있는 교육을 추구하죠. 그래선지 교육 마치고 제일 자주 듣는 이야기가 '쉬는 시간 좀 주세요'에요. 그래도 전, 말랑말랑 한 교육은 절대 안해요. 목적 의식이 분명하고, 자기 업무를 정말 잘하고 싶어하며 문제를 해결보려는 분과 같이 성과를 만들고 싶답니다. 보람을 공유하고 싶으니까요."

▶ 교육과 컨설팅의 기반이 되는 대표님 경력, 알고 싶어요. 경력은 품질을 말해주니까요.

"다국적 제약회사에서 영업 2년과 마케팅을 18년 간 했어요. 1998년 IMF시절 200대 1의 경쟁을 뚫고 한국릴리 영업사원으로 취직했죠. 주변에선 경쟁률 때문에 '잰 뭐야?'하며 궁금해 했고, 저 역시 '나 뽑혔지?'하며 신기했죠. 선배들의 도움을 받으며 '푸로작'을 제일 잘, 많이 팔았어요."

▶ 마케터로 변신하셨더군요. 영업을 잘해 마케팅부서로 옮긴 케이스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마케팅 부서에 자리가 생겼는데, 제가 손을 들었죠. 릴리에선 마케터로 참 많이 배웠어요. 5개년, 10개년 계획을 세우는 릴리는 워낙 교육시스템이 잘 돼 있어 제 관점을 넓히는 기회가 됐어요. 업무 특성상 영업사원은 시야가 좁을 수 밖에 없거든요. 랜딩 날짜 언제? 뭘 해야 돼? 이러면서 정신이 없고, 숫자에 매몰되고 그러니까요. 마케터가 되고, 시나리오 플랜도 처음 봤어요."

▶ 시나리오 플랜? 그게 뭐죠?

"쉽게 설명드리면, 안팎의 환경 변화가 특정 제품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여러 가설들을 만들어 베스트, 워스트, 베이스 시나리오를 만드는 거에요. 시나리오는 적게는 3개, 많게는 7개나 8개까지 나오죠. 예를들어 전 A라는 제품 맡고 있는 PM인데, CP 강화, K-썬샤인액트, 판촉물 금지 등 3가지 눈에 띄는 외부 환경이 생겼다고 치고 시나리오 플랜을 짜 볼까요.

의사 의 반응, 경쟁사의 대응, 우리회사의 스탠스(국내사는 사장님 의견, 외자는 본사 방침)등은 고려사항이에요. 회사가 언제부터 환경변화를 100% 수용할 건지, 눈가리고 아웅할 건지, 아예 무시하고 갈건지, 영업사원 저항은 어느 정도일지, 메디칼부서 등 관련부서는 지원해 줄 수 있을지, 라이프 사이클 후속 제품은 언제 나오는지처럼 수많은 변수의 상관관계를 따져 예측하고 각본을 쓰는 거에요. 상황이 벌어졌을 때 대응하기 위해 시나리오 플랜은 필요합니다. 참, 시나리오 플랜을 짜려면 팩트와 상상력의 믹스가 중요해요."

▶ 한국화이자제약에서 리리카라는 전문의약품을 국내 시장에 론칭시키셨네요.

"네, 참 힘들었고 그래서 기억이 선명합니다. 약제비 적정화 방안(포지티브 리스트), 다시말씀드려 약가제도가 변화한 시기였어요. 경제성평가를 기초로 효과있는 적응만 보험급여 해주겠다는 제도였죠. 삶의 양적인 측면과 질적인 측면을 통합한 지표인 퀄리(QALY), 임상시험에 근거한 아웃컴(Outcome) 연구, 사회적 비용 등 낯선 개념이 등장했어요. 화이자 글로벌에서 많은 분들을 초대해 심평원 등과 함께 심포지엄, 워크숍을 열려 개념을 확산시키는데 나름 역할을 했습니다.

무엇보다 정부가 재정적 관점에서 보는 포지티브리스트를 리리카 국내 론칭 담당 마케터였던 저는 이를 의사, 제약회사, 환자 모두 윈윈하는 3차원의 게임으로 이끌어가려 노력했어요. 결국 론칭돼 현재 600억원 매출 규모가 됐으니 마케터로선 대단한 성공이죠. 특히 리리카를 위해 '주변 환경까지 조정(Environment Shaping)했다'는 점에서 자긍심을 느낍니다. " 

▶ 마케터의 역할이 새 환경을 만드는 근원적 역할까지 하는 줄 몰랐습니다.

"마케터의 영역은 굉장히 넓어요. 리리카 전 세대 의약품인 뉴론틴은 통증 세분화없이 급여됐어요. 어느 부위가 아프다하면 그것으로 끝났죠. 상세불명의 요통처럼 뭉뚱그린 개념 말에요. 전, 고민끝에 통증의 원인이 되는 질환과 연결한 통증으로 갔죠. 말초신경병증성 통증, 중추 신경병증성통증, 섬유근육통처럼요. 환자들마다 찌르는 듯한 통증, 베는 듯한 통증 등 표현이 다 달라서 국어학자, 영어학자, 통증전문가들과 회의체도 꾸렸어요."

▶ 맙소사, 아주 뜻밖입니다. 마케터, 마치 종합예술가 같습니다.

"마케터는 '허브 오브 더 휠(Hub of the Wheel)'이 되어야 해요. 릴리 마케터 때는 기본기를, 화이자에선 굴러가는 바퀴의 중심이 되는 걸 배웠죠. 바퀴의 숙명은 굴러가는 것인데, 굴러 가도록 하기 위한 모멘텀, 원활히 굴러가도록 하는 중심축 역할이 마케터에겐 중요해요. 다시 말씀드리면 마케터는 어떤 사람과 일을해야 하는지, 어느 방향으로 가야하는지 목표점을 잡아야 하는 사람이에요. 리리카 론칭까지 2년 정도 걸렸어요. 본사 도움을 받는데 뉴욕과 13시간 차이가 나는 통에 2년간 하루 두 세시간 밖에 못잤어요. 가장 먼저 사무실 불을 켜고, 가장 늦게 불을 끄고 퇴근했어요." 
       
▶ 그럼 이 지난한 리리카 론칭에서 뭘 배웠죠?
 
"허가부서, 약가대관 담당자, 메디칼부서, 약가와 관련한 정부 기관 등과 콜라보레이션의 중요성을 알게 됐어요. 마케터는 다른 부서의 업무 내용이나 속성까지 알아야 해요. 그래야 바퀴의 중심축 노릇을 제대로 할 수 있으니까요."

▶ 릴리 영업사원과 마케터, 한국화이자 마케터, 한국노바티스 마케터(상무)의 커리어를 차곡차곡 쌓으셨어요. 왜, 창업 하셨나요?

"노바티스 이후 잠깐 있었던 직장에서 평면적인 역할이 지루했어요. PM을 관장하는 슈퍼 PM같은 역할은 흥미롭지 않았아요. 그래서 내 것을 해보자 결심했죠. 두려운 까닭에 먼저 1인 기업하시는 분들을 만났어요. 예상과 달리 평범하시더라고요. 아, 하버드나 스탠포드 안나와도 인생을 깊이있게 치열하게 살고 싶어한다면 되겠구나라고 느낀 순간, 용기를 냈어요."

▶ 스타트업 히트뉴스를 창간해 본 입장에서 직장인이 용기를 내기란 쉽지 않은데요. 

"직장생활 20년 했지만, 세상에 나오는 게 당연히 두려웠죠. 밥 벌이는 할 수 있을까? 내가 먹힐까? 내가 그 정도는 아니잖아? 이런 저런 염려와 가끔씩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오락가락 했죠." 

▶ 1인 기업 CEO의 목표는 뭘까 궁금해요.

"창업하며 암담했던 게 롤모델이 없다는 거였어요. 명함을 내 밀면 뭐하시는 거에요? 마케팅하다 창업해도 돈이 돼요? 돈은 어떻게 버세요? 이런 질문 많이 받았어요. 전 잘되고 싶어요. 그래서 마케팅을 하는 후배들이 업계에 많은데 우리도 열심히 하면, 성과만 좋은 게 아니라 나중에 창업도 할 수 있구나 하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학술마케팅의 전파자로서 제약업계가 자랑스러운 곳으로 인식되도록 하는데 벽돌 하나 얹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 대학원공부도 시작하셨죠?

"성균관대학교 약학과 박사과정에 다녀요. 지금까지 다른 사람들이 미처 생각하지 않는 것들을 전략화해 문제를 해결하는 마케터였는데 이젠 한번 정리해 보려고 해요. 수업듣고 공부하면서 그때 내가 했었던 게 이런 맥락에서 필요한 거였구나 느끼기도 해요.  교육은 경험도 중요하지만 이론 위에 경험을 얹혀야 한다는 자성도 들었어요. 공부는 더할나위 없이 즐거워요."

▶ 대표님에게 홍보 기회 드리죠. 어떤 분들이 대표님 교육듣고 컨설팅을 의뢰하면 좋을까요.

"마케터는 시장의 가치 창출자이기도 하지만, 수호자이기도 해요. 매출이 괜찮다가 꺾이거나, 시장에 처음 진입하려는 때 시장엔 이미 경쟁자가 호랑이처럼 버티고 있잖아요. 어느 틈새를 노려볼지, 어떻게 첫발을 뗄지, 반대로 지키는 입장에선 진입자를 어떤 식으로 방어할지에 대해 마케터가 잘 모르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데 회사의 구조는 어떤가요? 이를 종합적 관점으로 볼 수 있는 슈퍼 마케터는 너무 높은 곳(직급이 높아 만나기 어려움)에 있어 만나기 어렵고, 슈퍼 마케터는 관장하는 업무가 너무 넓어 실무를 담당하는 모든 마케터를 코칭할 수가 없어요. 이런 분들에겐 제가 교육이나 컨설팅이 아주 도움이 될거라고 자신해요."

▶ 1인 기업이 이걸 다하실 수 있을까요?

"하하하. 그럴리가 있나요. 컨설팅, 통계, 빅데이터 분석가 등 다양한 분야의 외부 전문가들과 협력을 합니다. 외부의 유능한 자원과 콜라보레이션이죠. 바이오 마케팅 랩은 1인 기업이지만, 채민정 혼자는 아니거든요. 이것을 설명하는데도 허브 오브 더 휠은 유용합니다."

 

채민정 바이오 마케팅 랩 대표는...

-20년간 마케터로 일하며 다양한 경험과 문제 해결 능력 보유
-성균관대학교 약학과 박사과정
-연세대학교 경영학 석사
-이화여자대학교 소비자인간발달학 학사
-한국룬드벡 마케팅이사
-한국노바티스 상무
-한국화이자 고혈압, 신경병증성 통증치료제 담당
-한국릴리 당뇨, 발기부전치료제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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