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데시비르, 초기 투여에 집중해야 효과 있을 듯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안전성 문제에 발목
백신 개발 각국 다양한 전략으로 구사

렘데시비르와 하이드로클로로퀸 등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과정에서 임상시험 데이터를 둘러싸고 다양한 발표가 나오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길리어드사이언스의 코로나19 치료 후보물질 '렘데시비르'의 중국 임상 결과를 부정적(negative)이라고 발표했다가 철회했다.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지난달부터 '안전성' 문제가 제기된 데 이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안전성 서한을 보내 심장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처방하는 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WHO가 철회한 중국 임상 결과를 살펴보면, 렘데시비르 투여군 158명은 대조군 79명(위약+최선의 보조적 치료)보다 임상적 경과 향상에 걸린 시간이 길었다. 연구 28일 시점 사망률도 렘데시비르군 13.9%, 대조군 12.8%로 집계됐다. 이상사례로 인한 치료중단비율 역시 렘데시비르군(12%)이 대조군(5.1%)보다 많았다.

길리어드측 대변인은 "공개된 임상시험은 참여자가 적어 조기 종료됐고,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결론을 갖지 못했다. 그러나 데이터는 렘데시비르가 감염 초기 환자에게는 잠재적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미국 온라인 매체(STAT NEWS)에 밝혔다.

전문가들 역시 한 목소리로 이번 중국 임상 결과만 가지고 렘데시비르의 개발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판단하기에는 '무리'라는 입장이다. 미국 의약전문지 피어스파마(FiercePharma)에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항바이러스제는 초기에 투여할수록 효과가 좋을 것이고, 늦게 투여하면 효과가 없다. 때문에 항바이러스 기전을 가진 렘데시비르 역시 초기 투여 환자 군을 집중적으로 봐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실렸다.

식약처 의약품 심사 경험자는 히트뉴스에 렘데시비르의 경우 감염 초기에 투여해야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렘데시비르는 바이러스 증식 자체를 억제하는 기전을 가진 약제이기 때문에 바이러스 감염 초기부터 주로 증상이 시작하는 단계에 집중적으로 사용해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때문에 (렘데시비르의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선) 초기 또는 무증상 확진자에게 다량으로 투여해 바이러스 증식을 막는 게 주요 치료 전략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국 임상등록 사이트 'ClinicalTrials.gov'에 따르면, 길리어드는 지난달 9일(현지시각 기준) '렘데시비르'의 임상 디자인을 변경한다고 업데이트 했다. 다만 임상 연구 종료 시점은 올해 5월로 바뀌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 임상시험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렘데시비르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변경된 내용을 살펴보면, 임상 대상 환자수를 중증(severe) 및 중등도(moderate) 환자 1000명에서 4000명으로 늘렸다. NCT04292730 연구는 당초 중등도 환자에서 표준치료군 대비 치료 14일차 퇴원 환자를 비교하고자 했는데, 바뀐 디자인에서는 11일차 7점 순위 척도로 평가한 임상 상태를 비교 평가토록 했다. NCT04292899 연구는 '중증 환자에서 치료 14일차 체온 및 산소포화도의 정상화 평가'에서 '14일차 7점 순위 척도로 평가한 임상 상태 평가'로 1차평가변수가 변경됐다.

FDA는 코로나19 치료제로 임상시험 중인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부작용에 대해 경고했다. 병원이나 연구목적 외에 코로나19에 처방해서는 안된다고도 했다. FDA는 지난 24일(현지시간)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복용에 따라 사망까지 초래할 수 있는 심각한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다"며 "병원 밖에서 이들 약품을 복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나 클로로퀸을 단독으로 또는 항생제 아지트로마이신, 다른 약물과 병용한 COVID-19 환자의 심각한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심장 및 신장 질환이 있는 환자는 이들 약물을 처방받았을 때 문제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FDA가 이러한 안전성 서한을 보내기에 앞서, 미국 연구진 등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부작용에 대한 연구도 속속 발표됐다. 실제로 미국 보훈병원 내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사용 환자가 미사용 환자보다 사망률이 더 높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정식 출판 전 논문을 사전 게재하는 'medRxiv' 사이트에는 지난 21일 '미국보훈병원 내 코로나19 환자에서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사용 결과(Outcomes of hydroxychloroquine usage in United States veterans hospitalized with Covid-19)'에 대한 분석연구가 게재됐다.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교와 버지니아대학교 연구진은 코로나19 환자에게 '하이드록시클로로퀸'(HC) 처방에 대한 데이터가 제한적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보건당국이 이에 대한 응급 사용을 승인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아지트로마이신(AZ)'과 병용처방의 경우 일회적이고 제한적인 관찰 근거에 기반해 코로나19 치료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사망률은 HC 단독군, HC + AZ 병용군, HC 미사용군에서 각각 27.8%, 22.1%, 11.4%로 나타났으며, 기계환기(mechanical ventilation)율은 각각 13.3%, 6.9%, 14.1%로 나타났다. HC 단독군에서 HC 미사용군과 비교해 모든 원인으로부터의 사망 위험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게 나타난 것이다.

연구진은 "연구에서 아지트로마이신의 병용 여부와 상관없이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사용은 코로나19 입원 환자의 기계환기의 위험을 감소시킨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라며 "반면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단독군에서는 전체 사망률의 증가와 연관성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구진은 "이 결과는 이러한 약물들의 광범위한 적용 이전에 진행중인 전향적, 무작위, 통제된 연구의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언급했다. 이는 FDA의 긴급사용승인(EUA)이 성급했다는 의견과 함께 렘데시비르와 마찬가지로 무작임상결과가 나와야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연구 결과를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치료제보다 개발 속도가 더디긴 하지만 코로나19 백신 개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각 국가별 백신 개발 전략을 살펴보면, 미국은 유전물질(DAN, RNA)를 활용한 플랫폼 백신, 중국은 모든 종류의 백신, 영국은 벡터 기술을 활용한 단백질 백신, 독일 RNA 백신, 한국과 스위스는 바이러스유사입자(VLP) 백신을 개발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VLP 백신은 유전 물질이 없이 구조단백질로만 구성된 바이러스 입자로 인체 내에서 바이러스 복제가 일어나지 않고 면역 반응만 유도하는 기전을 가진다.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선 유전물질을 활용한 플랫폼 기술이 유망하지만, 아직까지 유전물질 기반 백신이 허가 받은 사례는 없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이노비오가 개발 중인 DNA 백신과 모더나가 개발 중인 RNA 백신이 기대를 받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국내 백신 개발 전문가는 "많은 백신 연구자들이 과학적으로 DAN 백신과 RNA 백신이 가장 유망하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개발 가능성은) 불활화 백신과 단백질 백신 개발이 더 높다고 보고 있다"며 "VLP를 활용한 백신도 유망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제약 강국인 스위스가 VLP를 선택한 것에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스위스 베른대학교 연구팀은 지난 21일(현지시각 기준) VLP 백신을 개발해 올해 10월 중으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접종을 희망한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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