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허가 사후피임약...어디서 만들었나 했더니
잇단 허가 사후피임약...어디서 만들었나 했더니
  • 강승지
  • 승인 2019.11.07 06:0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호르몬제 특화 지엘파마서 7품목 수탁생산 맡아
(위부터) 지엘팜텍과
자회사 지엘파마
(구 크라운제약)의 로고

"수입약 일색 시장서 국산제품으로 승부수"

알보젠과 바이엘, 현대약품 등이 경구피임약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중소제약사들이 연달아 응급피임약 품목 허가를 받고 시판에 나설 전망이다. 여기에는 보툴리눔 톡신 시장에서 활약하던 메디톡스도 포함돼 눈에 띈다. 

경구피임약은 사전 피임약과 사후(응급) 피임약으로 나뉜다. 가임기 여성이 활용할 수 있는 피임법 중 하나인 사전 경구피임약은 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 등 여성호르몬 성분 제제로 복용 기간 배란을 조절해 피임 효과를 낸다. 바이엘의 '야즈', 알보젠코리아의 '머시론', 동아제약의 '마이보라'가 대표 약제인데 바이엘의 야즈만 전문약이고 나머지는 일반 약이다.

사후(응급) 피임약은 일시적으로 고용량의 호르몬을 투여해 배란을 늦추는 원리다. 성관계 후 72시간 내 복용해야 효과가 나타나는 LNG(Levonorgesterl, 레보노르게스트렐)와 120시간 이내 복용해야 피임이 가능한 UPA(Ulipristal Aceate, 울리프리스탈 아세테이트) 두 가지로 나뉜다. 

응급피임약 시장에는 현대약품 노레보원(LNG)과 엘라원(UPA), 더유제약의 세븐 투 에이치, 바이엘의 포스티노원, 명문제약의 레보니아원, 다림바이오텍의 애프터원, 지엘파마의 쎄스콘원앤원정 등이 있다. 시장 규모는 60억에서 70억 규모로 추산된다.

최근 국내사들이 피임약을 허가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한 성호르몬제 특화 제약사의 CMO(Contract Manufacturing Oragnization, 수탁생산) 사업 전략에서 비롯됐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현대약품 노레보원정 (LNG), 현대약품 엘라원정 (UPA), 더유제약 세븐 투 에이치정, 바이엘 포스티노원정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현대약품 노레보원정 (LNG), 현대약품 엘라원정 (UPA),
더유제약 세븐 투 에이치정, 바이엘 포스티노원정

개량신약 개발사로 알려진 지엘팜텍의 자회사 지엘파마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제약사 다섯 곳의 레보노르게스트렐(이하 LNG) 성분 다섯 품목과 동아제약의 경구 사전 피임약 두 품목의 수탁생산을 맡은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품목들은 ▶ 메디톡스 레보콘트라정 ▶ 동구바이오제약 동구레보노르게스트렐정1.5밀리그램 ▶ 동성제약 레디스정 ▶ 삼성제약 이머트라정 ▶ 한화제약 노제스원정이다.

동아제약의 사전 피임약인 에티닐에스트라디올+게스토덴 성분의 '동아제약마이보라정'과 레보노르게스트렐+에티닐에스트라디올 성분의 '동아제약미니보라정'도 지엘파마가 위탁생산한다. 한화제약 노제스원정은 현재 시판 중이며, 이외 회사들은 이달 시판할 계획이거나 시판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최근 허가받은 품목들의 생산을 모두 '지엘파마'가 맡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엘팜텍 관계자는 히트 뉴스와의 통화에서 "지엘파마는 피임약 등 성호르몬제 개발과 생산에 특화됐다. 호르몬제는 이물혼입 방지와 작업자 안전 등 제제 특성상 제조시설을 별도 분리해 생산해야 한다. 이를 갖춘 국내 제약사는 지엘파마, 다림바이오텍, 명문제약 등 세 곳뿐"이라고 했다.

(리뉴얼 전 후) LNG 응급피임약 쎄스콘원앤원정
(리뉴얼 전 후) LNG 응급피임약 쎄스콘원앤원정

지엘파마는 크라운제약 시절인 1987년부터 일반 약 쎄스콘을 허가받았고, 이후 2002년 LNG 성분 전문약 쎄스콘원앤원정을 시판해왔다. 크라운제약은 '성호르몬제 특화 제약사'로 자사를 홍보했다. 2014년에는 23억 원을 투자한 호르몬제 생산시설을 완비해 쎄스콘과 쎄스콘원앤원으로 '피임약 국산화' 등 시장확장 전략을 고민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월 지엘팜텍이 크라운제약 지분 100%를 인수했다. 올 3월에는 이미지 쇄신 및 사업 확장 필요성에 따라 지엘파마로 사명을 변경했다. 

회사 관계자는 "지엘파마는 쎄스코원앤원 등 약국 영업 활동을 하고 있고, 지엘팜텍의 연구개발 제품과 호르몬 제제 등 제품라인을 확충해 영업활동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지엘팜텍은 크라운제약 인수 전 연구개발만 하고 생산은 CMO에 위탁해 완제품을 공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인수 후에는 지엘파마가 생산해 위탁사에 주는 ODM(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 사업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회사 측도 지난 8월 제6기 반기보고서를 통해 "ODM 사업과 특화된 설비인 호르몬제제 생산라인 등을 적극 활용한 B2B 영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는 위탁사들의 니즈와도 통했다.

메디톡스 사옥

메디톡스 관계자는 "레보콘트라정 시판을 고려 중이며 첫 전문의약품인 '뉴라킨'은 이미 시판하고 있다"고 했다. 메디톡스의 뉴라킨크림5% 또한 지엘파마의 ODM 품목으로 습진, 피부염, 대상포진, 여드름 치료에 쓰이는 염증 완화 소염진통제다.

하지만 응급 피임약을 이미 시판 중인 업체들은 지엘파마가 만든 다섯 품목의 시장 진입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응급 약 규모가 크지 않아 단기적인 경쟁으로 시장이 일시적으로 커질 수는 있지만, 이를 '시장 확대'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한 제약사의 응급 피임약 PM은 "여러 제품들의 경쟁으로 일시적인 시장 파이는 커질 수 있겠지만 복용 환자군과 정부의 정책, 의료진의 처방 추이를 보면 많이 처방되는 것 자체가 환자에게 리스크다. 처방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또 다른 응급 피임약 보유사 관계자는 "현대약품의 오리지널과 후발 주자의 실적 격차가 크다. 시장 파이가 일부 뺏고, 뺏길 수 있겠지만 오리지널이 70%를 점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지엘팜텍 관계자는 "시장 선도 품목이 '수입산'"이라며 "쎄스콘원앤원정 등을 비롯한 최근 허가 품목들은 국내 생산 · 공급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고 반박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엘팜텍이 지엘파마(구 크라운제약)를 인수한 후 CMO · ODM 사업을 전사적으로 펼치려는 분위기다. 위탁사에는 빠른 시장 진출을 돕고, 수탁사에는 시장 경쟁 자체가 반사이익을 얻는다. 지엘팜텍의 전략은 향후 응급피임약 시장에서 어떤 이점이 될 진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