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법상 시기-범위 엄격히 제한…가능범위 숙지해야

한국은 또다시 코로나 2단계 상태로 움츠러 들었다. 2020년은 그야말로 코로나19의 시대. 코로나19와 관련된 최근의 핫이슈는 백신 개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최근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옥스포드대학은 각각 개발 중인 백신이 임상 3상에서 우수한 효능이 확인되었음을 발표하였다. 보관 온도, 생산 캐파, 보급 가격 등 해결해야할 여러 이슈가 남아 있지만 내년에는 예전과 가까운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조금은 기대가 되는 요즘이다.

최근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을 살펴보면, 치료제들이 리스트 상위권을 차지하는 가운데 백신 제품으로 화이자의 프리베나13주(폐렴구균CRM197단백접합백신)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이 눈에 띈다(2019년 13위). 백신도 글로벌 블록버스터가 가능함을 대변해 주는 대목으로, 위에서 언급한 코로나19 백신이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될지도 궁금하게 만든다.

한편, 한국에서는 SK케미칼/SK바이오사이언스가 프리베나13주의 여러 특허들에 대하여 무효화를 시도하면서 제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이에 대하여 화이자는 특허권 정정으로 방어를 시도하고 있는데, 분쟁이 진행 중인 한 특허에 대한 정정심판이 최근 9월 기각되었다. 정정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이와 유사한 제도인 보정은 또 무엇일까?

우리 특허법은 먼저 출원한 자에게 특허권을 부여하는 선출원주의를 취하고 있다. 그런데, 출원을 서두르다가 명세서를 잘못 기재하여 출원하거나, 심사단계에서 출원 전 예측하지 못한 거절이유가 지적된 경우 이를 치유하기 위하여 “보정”을 허용하고 있다. 또한, 하자 있는 출원이 간과되어 등록된 경우 무효심판 등에 대응하기 위한 절차로서 “정정”을 허용하고 있다. 따라서, 등록 전에는 “보정”을 통해, 등록 후에는 “정정”을 통해 명세서를 수정할 기회가 있다.

그러나, 보정과 정정을 아무 때나 제한 없이 허용하면 법적 안정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우리특허법은 시기 및 범위에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다. 그 중에서도 실무상 가장 흔히 문제되는 것은 보정이며(정정은 등록 이후의 문제이며 흔한 이슈는 아니기 때문에 이번 칼럼에서는 보정에 집중하기로 한다), 특히 보정이 가능한 범위를 숙지하는 것은 특허 업무를 수행하는데 매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제약 바이오 발명에 있어서 보정으로 치유가 어려운 다양한 사례에 대하여 정리하고자 한다.

 

신규 물질발명에서 선택발명이 될 가능성을 출원 전부터 고려해야

물질발명의 무효는 매우 어렵다는 것이 통설이지만, 근래 물질발명의 무효가 크게 문제된 사건으로 1) 릴리의 자이프렉사(올란자핀), 2) BMS의 엘리퀴스(아픽사반), 3) 아스트라제네카의 포시가(다파글리플로진) 사건 등이 있다. 그런데, 위 세 사건은 모두 선택발명이라는 공통점이 있으며, 선택발명이라는 점 때문에 무효 이슈가 제기되었다

일반적인(선택발명이 아닌) 물질발명의 경우 명세서에서 신규 물질의 유용성을 기재하면 되고, 정량적인 데이터 기재 등을 요구받지 않는다. 그러나, 선택발명은 중복 발명에 해당되지만 산업정책상 인정되는 것이므로 상위개념이 기재된 선행발명보다 이질적이거나 현저한 효과가 인정되어야 진보성이 인정되고, 이와 같은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내용이나 정량적인 기재를 명확하게 기재해야 효과의 현저함을 다툴 수 있고, 명세서에 관련 기재가 없다면 출원 이후에 효과를 확인한 자료를 확보하였다 하더라도 심사 과정에서 이를 제출할 수 없다. 즉, 보정을 통하여 하자를 치유할 기회가 없다.

따라서, 물질발명의 출원시 선행기술조사를 면밀히 수행하여 선택발명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출원을 의뢰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해당 화합물 합성의 동기가 된 선행특허가 있다면 미리 고지하여 선택발명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미리 판단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의약용도발명은 약리데이터 기재가 필수

비아그라의 유효성분인 실데나필은 협십증 치료제로 개발되다가 실패한 후 약물 재창출(drug repositioning)을 통하여 발기부전 치료제로서 대성공을 거둔 바 있다. 그런데, 비아그라의 발기부전 치료 용도에 대한 특허는 지난 2015년에 의약용도발명의 명세서 기재요건 위반으로 무효된 바 있다.

비아그라 발명과 같은 의약용도발명은 원칙적으로 약리효과를 입증하는 시험례 등이 기재되어 있어야 명세서 기재요건이 충족되고 동시에 완성된 발명인 것으로 본다. 또한, 약리효과를 입증하는 데이터를 보정에 의해 추가하는 것은 보정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아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발명의 실질이 의약용도발명인 경우 명세서에 약리데이터를 기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비아그라 사건의 경우 약리데이터의 기재가 없지는 않았지만 그 데이터의 주인으로 여러 PDE5 억제제 중 실데나필을 특정하지 않아 무효된 사건이다. 따라서, 약리데이터를 기재할 때 모호하지 않게 최대한 명확히 기재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생물 발명은 출원전 기탁을 마쳐야

특허법은 미생물 발명의 경우, 발명의 성립성을 담보하기 위해 서면주의의 예외로 기탁제도를 두고 있다. 미생물 기탁은 반드시 출원 전에 이루어져야 하고, 출원서에 기탁 취지 및 증명서류를 첨부하고 명세서에 수탁번호를 기재해야 한다.

최근 미생물 기탁과 관련된 심사기준이 완화되면서 형식적 사항에 대한 하자는 추후 보정을 치유할 수 있게 되었으나, 출원 전 기탁 자체가 없었던 경우에는 보정에 의한 하자 치유가 불가능하므로 미생물 발명에서 기탁 여부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편, 특허법 시행령에서는 미생물이 용이하게 입수 가능한 경우에 대한 기탁하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으므로, 해당 미생물이 용이 입수 가능한 사실을 주장하여 인정받는 경우에는 등록 받을 수 있다. 다만, 용이 입수 가능한지 여부에 대한 판단은 주관적 요소가 개입될 수밖에 없으므로 가급적 출원 전 기탁을 해두는 것이 안전하고, 기탁을 할 수 없는 경우라면 명세서에 용이 입수 가능함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 사항들(예컨대, 출발미생물의 입수처, 최종미생물의 구체적인 제조방법 등)을 미리 적시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서열이 포함된 발명은 서열목록을 제출하는 것이 바람직

아미노산이나 DNA 서열이 포함된 발명의 경우 서열목록을 작성하여 출원해야 한다. 심사기준에 따르면, 서열목록이 명세서에 기재되지 않아 발명을 쉽게 실시할 수 없는 경우 명세서 기재불비의 거절이유를 통지하게 되고, 서열목록을 명세서에 추가하는 보정은 신규사항 추가 금지에 해당될 수 있다. 즉, 서열목록이 없다는 사정만으로 곧 바로 기재불비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서열정보가 발명을 이해하고 재현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경우라면 출원 시 명세서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기재요건이 인정될 수 있다.

필자=김경교 교연특허법률사무소 대표.
필자=김경교 교연특허법률사무소 대표.

실무적으로 서열목록을 명세서에 첨부하지 않아 거절결정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므로, 특허 실무자들은 적어도 발명의 핵심 서열정보(예를 들면, 청구 대상이 되는 서열정보)에 관해서는 추후 보정이 가능할 수 있도록 명세서에 구체적인 내용을 표나 도면 등의 형태로 기재해두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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